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이번 트랙리스트 에서는 한해동안 들려 드렸던 트랙리스트에서 제 개인적인 베스트 셀렉션들과 저에게 영향을 많이 주었던 트랙, 그 외의 트랙들로 구성을 해 보았습니다. 재밌게 들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독일의 미디어 아티스트 이자 음악가인 알바 노토와 일본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인 류이치 사카모토는 일렉트로니카 듀오로 호흡을 맞추며 늘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음악들을 선사합니다. 절제된 멜로디의 피아노 선율과 그위에 얹혀지는 미니멀한 노이즈들은 앰비언트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성격인 '실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음악 이론에 관해 너무 까다롭다고 해서 '교수'라는 별명이 붙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와 료지이케다 와 진행한 협업 프로젝트 CYCLO로도 알려진 알바 노토의 협업은 정교하고 계산적인 질감의 음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조합인 것 같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번번히 실패한 끝에 얻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작품인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OST 또한 이들의 합작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 아닌 끊임없이 연속된 실험들을 거듭하여 완성된 결과를 보여주는 아티스트들이 더욱 많아 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엑스페리멘탈 / 앰비언트의 성격을 띈 트랙들도 꾸준히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밌게 들어주세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밴드 음악을 정말 좋아 했었습니다. 17살까지는 대구에 살았었는데, 좋아하는 밴드가 내한 공연을 한다고 하면 티켓을 산 후에 학교 결석을 하면서 까지 서울로 혼자 공연을 보러 다니곤 했습니다. 저음의 기타리프와 드럼소리를 좋아하던 제가 전자음악을 접했을때, 과격하고 다이나믹한 드럼앤베이스 라는 장르에 매료되었던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 같습니다.
영국의 EXIT RECORDS를 이끌고 있는 DBRIGDE를 포함한 레이블에 소속된 여러 아티스트들은 드럼앤베이스의 내면에 깃든 차분함과 세련된 정교함을 잘 표현한 트랙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EXIT RECORDS와 DBRIDGE는 각각 최근에 제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레이블과 아티스트 입니다. 한해를 마무리 하는 트랙리스트에 처음으로 리퀴드한 드럼앤베이스 트랙을 기쁜 마음으로 소개해드리게 되었습니다.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
NO IDENTITY는 대한민국의 비트뮤직 씬에서 활동중인 DJ / PRODUCER 이며, 젊은 음악가 집단 HEX WHITE (#FFFFFF)의 수장 이기도 합니다. 예술을 '자기 자신의 감정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 이라고 정의한 그는, 그의 말처럼 창의적이고 진보적인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실험적 음악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음악에 있어서 장르 이해도에 관한 것이 아닌, 예술적 본질인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의 NO IDENTITY는 스펙트럼 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배제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자유'로운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여름에 진행 하였던 인터뷰에서 '나는 자기감정을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오픈 마인드를 갖췄다면 누구든 상관없다. 나이든 인종이든 그 무엇이든 상관없다.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올해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 중 하나가 학교나 사회에서는 편리하고 보장된 삶을 살기 위한 방법만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 입니다. 우리의 삶은 시작 되는 순간 죽음을 향해 가고 있고, 우리가 아무리 편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도 결국 죽음 뒤에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태어나기 전 영원과 죽음 후에 영원 사이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지혜로운 자세 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예술 활동은 편리한 삶이 아닌, 지혜로운 삶을 사는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저는 늘 생각 합니다. NO IDENTITY 씨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정신'이 있다면, 우리가 하는 작은 말과 행동, 일도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그 형태가 어떠하던간에 많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단 한사람에게 의미를 전달 했다면, 그것 만으로도 성공한 '예술'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존 홉킨스는 영국의 음악 프로듀서 입니다. 어렸을 때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었고, 현재는 앰비언트, 엑스페리멘탈, 칠아웃 계열의 일렉트로니카 장르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록 밴드 콜드 플레이의 앨범인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에 처음에는 건반악기 녹음으로 참여를 하였으나, 나중엔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됩니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콜드플레이는 더 진화된 사운드를 들려 주었는데요, 앰비언트 계의 유명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이노 또한 프로듀서로 참가 하여 이 앨범에서는 슈게이징 사운드를 차용하여 더욱 웅장한 음악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존 홉킨스는 2013년에 내놓은 [IMMUNITY] 까지 총 4개의 정규 앨범과 여러개의 EP 발매 하였으며, 영화 음악에도 참여를 한 엄청난 프로듀서 입니다. 그의 앨범들 중에 가장 최근에 발표한 [IMMUNITY]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습니다. 앰비언트와 엑스페리멘탈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들을 들려주고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16년 제가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셋 중에 하나가 BOILER ROOM이 한국에 처음 상륙한 날, 이태원에 소재한 클럽 CAKESHOP에서 펼쳐진 JUNE ONE KIM & APACHI의 B2B SET 이었는데요, 이날 이들은 레이브와 개러지 문화에서 비롯된 테크노를 기반으로 한 여러 장르를 믹스한 셋을 선보였습니다. 이날 이들이 플레잉 했던 마지막 트랙을 듣는 순간 저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그 트랙은 바로 1972년 발표된 록 역사 상 가장 빛나는 명반 중 하나인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에 수록된 'THE GREAT GIG IN THE SKY' 였습니다. 정말로 예상치도 못했던 전개에 잠이 깰 정도 였습니다.
클럽에서 디제이가 플레잉 하는 곡중에 단순히 좋아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신났던 적은 많아도, 삶의 일부가 될 정도로 제가 영향을 많이 받은 노래가 흘러 나온다면 그 감흥은 굉장히 감동적입니다. 클럽 안에서나 춤을 추는 공간에서 그러한 감동을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클럽 이라는 공간에서 70년대에 발표된 싸이키 델릭 록 음악이 나왔다는 점과 서울에 언더그라운드 씬이 토착화 되었음이 증명 된 큰 의미가 있는 BOILER ROOM이 진행 된 점 등 기억에 남지 않을수 없는 너무나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2016년을 돌아보며 만든 이번 트랙리스트에 핑크 플로이드의 오리지날 트랙을 리믹스한 트랙을 셀렉 해 보았습니다.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이 트랙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곡이지만, 이 트랙의 프로듀서인 김준원 씨와 있었던 에피소드가 떠올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친한 형 누나들과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놀다가 맥도날드에 가서 일행이었던 김준원 씨와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징과 다른 국가의 도시들의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이 대화를 통해 저는 '장점과 단점의 경계를 내 생각에 따라 그 경계를 허물어 버릴수 있겠다' 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대화가 막바지에 접어들 때 쯤 김준원 씨가 저에게 '그러니까 꿈은 무조건 크게 가져' 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심적으로 커다란 슬럼프를 겪고 있었을 때 였는데 그때의 깨달음 이후에 많은 부분들이 해소가 되었고 지금은 제 삶에 없어선 안될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이 끝나기 전까지 모든 것들은 전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종무식 당시 원덕현 디렉터 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경쟁자는 없다. 우리의 경쟁자는 우리자신이고, 내년은 작년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되는 것이다.' 저는 올해 여러가지 의미로 많은 성장을 했던 해 였습니다. 허나 그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는 뜻을 의미 하기도 하므로, 자만하지 않고 더욱 성장하는 사람,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