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한달만에 또 다시 돌아온 SSC MUSIC 으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무더위는 조금 누그러지고 가을이 한발자국 성큼 다가온 듯한 계절감이 피부로 느껴지는 2017년의 9월 첫째주 입니다. 이번 트랙리스트는 7월말에 공개해드렸던 HUGE BOOTH의 6번째 챕터의 주인공인 HOTEL 990을 위하여 짜보았습니다. 호텔 이라는 공간 보다는 뉴발란스의 신발이 가진 역동성과 이번 전시의 메인컬러인 오렌지색이 주는 경쾌함의 조화를 상상하며 밝은 분위기의 누디스코와 프렌치하우스 트랙들과 함께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딥하우스 트랙들로 채워보았습니다.
HOTEL 990은 저희 슬로우스테디클럽에서 지금까지 HUGE BOOTH 에서 선보였던 전시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선보이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라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바라보게 할 것인가' 라는 자세는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저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할 수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늘 최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기대하지 않은 채 그저 꾸준히 할 뿐입니다. 이런 작은 결과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과정이 되었을 때, 그때는 지금보다 저희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분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 보여드릴것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 저희를 항상 설레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저희를 지켜봐 주시는 분들 덕분에 오랜기간의 여정을 외롭지 않게 해나갈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트랙리스트의 마지막 트랙에서는 Daft Punk(다프트펑크)의 Voyager(여행자)로 대미를 장식했습니다.이 트랙리스트 또한 여러분만의 시간을 빛내드릴 하나의 여정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재밌게 들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MIXMAG : FRENCH EXPRESS IN THE LAB>
FRENCH EXPRESS 는 JONAS RATHSMAN, MOON BOOTS, ISAAC TICHAUER의 세명의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구축된 하우스와 디스코 레이블 입니다. 2008년에 설립되어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었는데, 현재는 돌연 활동이 중단되고 사운드 클라우드에는 2년전 업로드된 게시물을 마지막으로 더이상의 믹스셋이나 트랙이 업로드 되지 않은 상태 입니다.
<MOON BOOTS - C.Y.S>
<THE CHVRCHES - THE MOTHER WE SHARE (MOON BOOTS REMIX)>
<BONDAX - GOLD (MOON BOOTS REMIX)>
앞서 언급한 아티스트 세명 중 MOON BOOTS는 2015년에 홍대에 위치한 롤링홀에서 단독 내한공연을 가지기도 했을만큼 국내에도 많은 팬층을 보유한 아티스트 이기도 합니다. 본닥스와 신스팝 밴드 처치스의 리믹스한 트랙들은 그를 슈퍼스타의 반열로 오르게끔 하였고, 그는 지금까지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MOON BOOTS는 최근 [FIRST LANDING] 이라는 타이틀 명으로 앨범을 발표 하였는데요, 트랜스의 선구주자인 영국의 ABOVE & BEYOND 가 이끄는 ANJUNABEATS의 세컨 레이블인 ANJUNADEEP에서 발표 되었네요.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는 FIRST LANDING, RED SKY 이 두가지 트랙이 가장 좋네요.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트랙인 FIRST LANDING 에서는 베이스 라인의 빌드업을 이용하여 흐름과 긴장감을 이끌어가고 있는 점이 테크노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 점으로 보아, MOON BOOTS는 그동안 테크노에서도 영향을 어느정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RED SKY 에서는 신비로운 느낌의 여성 보컬이 추가되고, 신스 멜로디도 조금 더 경쾌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MOON BOOTS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느껴지는 앨범이네요.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LIMONADIER는 2010년에 설립된 온라인 매거진 입니다. '장르에 상관없이 음악과 춤에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소개한다.' 라는 소개 구문이 인상적이었던 매거진인데요, 그저 재미로 시작 했다는 점에서 설립자들이 얼마나 음악을 즐기기 좋아하는 분들인지 짐작이 가네요. 특히 이들은 HIGHLY-CURATED-SELECTION 이라는 단어로 자신들의 컨텐츠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 이들이 매 시즌 내놓는 하우스 컴필레이션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기서도 SSC MUSIC의 트랙들을 종종 디깅하고 있습니다. 대략 한달전 업로드 된 컴필레이션에는 하우스, 디스코, 누디스코 등의 장르를 총망라 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여름에 작별을 고하는 마음으로 시원하게 듣기에 딱 좋은 것 같네요.
<FOLAMOUR - MIXSHAKE FOR LIMONADIER>
지식인은 경계 밖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추방해야 하는 자이다. 그는 애국적 민족주의와 집단적 사고, 그리고 계급, 인종, 성적인 특권 의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며 관습적인 논리에 반응하지 않고, 모험적 용기의 대담성에, 변화를 재현하는 것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에 반응하는 자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권력과 지성인』 중에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인 '오리엔탈리즘'의 저자이기도 한 문학평론가 에드워드 사이드는 위에 인용문에서처럼 지식인을 '스스로 추방된 자' 라고 표현 했습니다. 지식인들은 스스로를 늘 제도와 관습 밖으로 내쫓고 그 바깥 경계에서 바뀐 시선과 관점에서 자신이 갇혀있던 제도와 관습을 비판 합니다. 매우 고독하고 쓸쓸한 길을 평생을 걸어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와 석가모니도 마찬가지로 이런길을 걸어 왔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인류가 진보할 수 있었고, 지금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졌다고 건축가 승효상은 말합니다.
건축가의 직업 특성상, 그들은 자신이 아닌 남들이 사는 집 또는 공간을 지어주기 때문에 타인의 삶에 대하여 잘 이해해야 합니다. 타인을 잘 이해하려면 먼저 스스로를 객관화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 자세가 건축에만 국한되는 것일까요? 건축은 이시대에 더이상 기술과 예술의 문제가 아닌 소통 그 자체라고 생각 합니다. 건축에서 뿐만 아니라 소통은 어디서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아파트 옆 동 주민, 매일 아침 골목길에서 만나는 우체부 아저씨, 매일 아침 출근길 퇴근길에 만나는 버스기사 아저씨 등, 우리는 사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소통 안에서 삶을 살아간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소통 없이는 살아 갈수도 없다고도 전 느낍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던지 모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건 사람이 하기 때문 입니다. 그것이 커피가 될수도 있고, 패션이 될수도 있고, 다른 무엇이 될수도 있습니다.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이용하여 이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추방하기란 위험하고 불안한, 고독한 여정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자세가 모두에게 의무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선 꼭 필요한 '용기' 라고 생각 합니다. 이런 자발적 용기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더 살기 좋은 마을, 살기좋은 도시,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한 진심이 완성된다면, 우리는 모두가 건축가, 바리스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매일 하루하루를 이러한 진심을 다하는 슬로우스테디클럽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