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길었던 설 연휴를 뒤로한 채 3월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3월은 여러모로 시작의 의미가 큰 달로 느껴지는데요, 모든 학생들은 새학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또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기 때문에 활기참이 느껴져서 그런지 전 매우 좋아하는 달인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날씨가 많이 풀렸고 옷차림도 많이 가벼워졌기에 좀 더 가벼운 느낌으로 가야하나 싶었지만 아직은 조금 이른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이번 트랙리스트 에서는 뉴에이지와 테크노, 딥하우스와 하우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더불어 삼청점에 비해 서울숲점의 분위기가 조금 더 차갑기 때문에 하나의 트랙리스트로 두 매장의 분위기의 밸런스를 맞춰야 해서 트랙리스트를 짜기 전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고민 끝에 이전 트랙리스트에서 선보여 드렸던 느낌과 비슷하게 가되 처음과 끝 두 구간에 많은 하우스 트랙들을 삽입하여 지루하지 않게 분위기를 끌어나가보려고 시도하였으며, 또한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맨첫과 맨끝 트랙은 비교적 웅장하면서 잔잔한 분위기의 트랙으로 삽입하고, 중간 구간에선 미니멀한 테크노 트랙들을 삽입하여 템포를 조절하였습니다.
첫번째 트랙으로 블레이드러너 2049의 감독이자 차세대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화 감독 드니 빌뇌브의 시카리오, 컨택트, 프리즈너스 등의 음악 감독을 맡은 작곡가 요한 요한슨의 뉴에이지 트랙으로 시작한 후, 이 트랙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Bwi-Bwi와 미국의 Josh Mace가 함께 프로듀싱한 1분 이상의 덥 구간으로 구성된 오프닝을 가진 딥 하우스 트랙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립니다. 이후에 독일의 딥 하우스 프로듀서 Midas 104 (마이다스 104) Christian Löffler (크리스챤 뢰플러)가 들려주는 딥 하우스를 거쳐 미국 켄터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하우스 프로듀서 Amtrac (암트랙)이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슈게이징 밴드 Sigur Ros의 곡을 멋지게 하우스로 리믹스한 트랙으로 빠른 리듬을 유지한 채 조금 더 밝은 분위기로 전환시켜 줍니다. 이후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의 하우스 프로듀서 Delano Smith (델라노 스미스)가 들려주는 하우스 트랙은 이전의 딥하우스 트랙들이 들려준 테크노와 같은 리듬의 노선을 살짝 틀어 더욱 경쾌한 리듬으로 여러분의 귀를 열어드립니다. 이후 점점 더 고조될것만 같았던 신나는 리듬을 아이슬란드의 Olafur Arnalds (올라퍼 아르날즈)와 Janus Rasmussen (야누스 라스무센)이 결성한 미니멀 테크노 듀오 Kiasmos (키아스모스)의 테크노로 다시 한번 템포를 살짝 낮춥니다. 이어지는 영국 런던의 Max Cooper (맥스 쿠퍼)와 Nils Frahm(닐스 프람)의 트랙들을 거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하우스 트리오 Fresh & Low (프레쉬 앤 로우)가 1997년에 릴리즈한 하우스 명곡 <New Life>로 템포를 한층 더 높입니다. 이후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실험적인 하우스 듀오 Session Victim (세션 빅팀)과 헝가리의 프로듀서 Viktor Udvari (빅토르 우드바리), 디트로이트의 하우스/ 테크노 프로듀서 Omar-S (오마르 에스)의 하우스 트랙으로 쉴틈없이 포-투더 플로어의 리듬을 이어나갑니다.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트랙으로는 1990년대 맨체스터를 매드체스터로 만들었던, 테크노와 하우스 문화의 기폭제 역할이 되어준 클럽들 중 하나인 하시엔다에서 오랜 기간동안 활동하였고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초의 슈퍼스타 디제이 Sasha (사샤)의 라이브 공연 Re:Fracted 에서 오케스트라 세션들과 함께 공연한 1999년 릴리즈 된 그의 손꼽히는 명곡 <Xpander>의 라이브 공연 실황곡으로 웅장하게 마무리 지어집니다.
수많은 음악들을 들어오며 살고 있지만, 클럽, 댄스 문화와 뗄레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일렉트로니카, 그중에서도 댄스뮤직은 저에게 유독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몇년간 이 음악을 들어오며 과연 댄스뮤직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았는데요.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춤추는 것을 좋아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순간이 있기도 하고 무아지경에도 이르게 하는 이 음악의 개념을 단순히 춤을 추기 위한 목적으로만 남겨두는 것, 이것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두는것은 더 깊은 음악 애호가가 되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걸 넘어서 이 나라의 문화 전체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느꼈습니다. 진정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왜 좋아하는지 분명히 말로써 또는 글로써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까지의 음악은 '소리'의 개념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오로지 청각만으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었지만 1950년대 당시 독일의 유학생이었던 한 아시아인 청년에 의해 음악의 개념은 행위로써 표현이 되고 음악은 비로소 청각을 넘어서 시각적, 촉각적으로도 느낄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태를 '감각이 전복 되었다.' 라고 종종 표현하는데, 그 유학생은 행위를 통하여 음악을 전시하고 온 몸과 일상속의 도구들, 일상의 소리들로 이루어진 각종 소음들을 이용하여 예술과 일상의 경계 역시 전복 시키고자 하였으며 이는 음악을 넘어 우리의 정신을 옥죄여 온 전통과 질서에 반기를 드는 혁명적 운동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곧 독일의 요셉 보이스와 오노 요코 등과 함께 이런 전위적 예술 운동을 그 이름도 유명한 플럭서스를 통해 펼쳐나가는데, 그 유학생은 바로 고 백남준 선생님 입니다.
같이 근무하는 멤버의 선물을 통해 고 백남준 선생님과 아방가르드가 예술사에서 가지는 의의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곧 저만의 댄스뮤직에 대한 구체적인 논리적 구축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음악을 청각 이라는 감각을 이용해서 접하게 되지만, 춤을 춤으로써 이 청각이라는 감각은 온몸으로 전이 됩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러한 감각의 전이는 사실 상호 의존하고 있으며, 앞서 말했던 현상인 감각의 전복이 춤을 추는 동안 쉴틈 없이 이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저에게 있어 댄스 뮤직은 아방가르드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 백남준 선생님에 이어 우리는 얼마전 또 다른 아방가르드 뮤지션인 황병기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고 황병기 선생님을 그저 가야금 명인으로만 기억하는 것과 고 백남준 선생님 역시 그저 행위예술가로만 기억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과거에 묶어놓고 동족의식으로 치장된 허세와 자아도취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몇번을 언급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 역사속에 큰 지표를 제시했던 그분들의 흔적을 추적하고 그들의 사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러한 사유들이 어떠한 지도를 그렸는지에 대해 더욱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오늘은 고 황병기 선생님의 대표곡인 미궁에 대한 소개를 간단하게 해드리며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황병기 - 미궁>
학창시절 누구나 접했을법한 전설의 게임이 있죠. 화이트데이 라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공포게임인데요, 이 게임의 명성만큼 유명해진 곡이 있습니다. 바로 그 이름도 오싹한, 황병기 선생님의 <미궁> 입니다. 사실 이곡은 모르고 들으면 오컬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서운 곡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곡의 첫 공연 당시 충격을 먹은 여성 관객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 나가는 등의 소동이 있었고, 70년대에 발표된 후에 너무 쇼킹하여 연주 금지를 받게된 곡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알고 들으면 이곡이 이렇게나 깊은 의미를 가졌다는 사실에 대부분 놀라게 되실겁니다. 지금부터 이 곡이 구성된 네가지 부분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음하는 목소리로 시작하는 부분 :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무언가를 읊조리는 듯하기도 하고 앓는 듯한 목소리는 공포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히 차갑습니다. 마치 얼음같은 동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면서 날카로운 가야금 소리가 귀를 긁기 시작합니다. 이 부분은 인간의 탄생을 뜻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탄생은 우주를 떠돌아 다니는 인간의 영혼을 불러오는 과정인 '초혼'을 뜻하는데, 즉 산사람이 아닌 죽은 사람을 다시 부른다는 의미에서 저는 불교적 메타포 역시 함의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불교적 메타포는 이어지는 부분에서도 나타납니다.
<고 황병기 선생님>
웃음소리, 울음소리, 신음소리가 이어지는 부분 :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소리가 도대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미묘한 감정적 충돌이 연속되는 부분인데요, 모든 인간이 문화나 언어와는 상관 없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소리를 담은 것이라고 하네요. 제가 생각했을 땐 인종이나, 시대 역시도 거스를 수 있는 언어가 바로 이런 소리들인것 같습니다.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고유의 소리가 있듯이, 모든 물질이나 물체에도 소리가 있지 않을까요? 언어가 의사 소통이 아닌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보게 된다면 언어가 사실은 인간이 있기 전부터 태초에 이미 존재 했던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문 읽는 소리를 내는 부분 : 대개 연주 당일 발간된 신문에 수록된 기사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읽는 듯하며, 처음에는 천천히 또박또박 읽지만, 가면 갈수록 목소리의 음역대가 높아지고 빨라져서 나중엔 마치 빨리 감기를 한듯 알아 들을수 없는 말로 굉장히 빨리 말을 합니다. 이 부분은 문화와 문명을 이루고 있는 인간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문명의 발달은 인간에게 풍요롭고 지혜로운 삶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잔혹함과 이기적임, 폭력성도 안겨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진정 편리한 시대인지, 더욱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때때로 우리는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부분들에 대해 스스로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반야심경의 마지막 부분을 외우는 부분 : 반야심경의 마지막 부분을 천천히 길게 늘어뜨려 읊조리는 부분 입니다. 짧은 멜로디를 툭툭 던지듯이 연주하는 황병기 선생님의 가야금 선율 위에서 어우러지는 반야심경은 저절로 명상의 시간에 잠기게끔 유도합니다. 이 곡의 주제가 인간의 희노애락과 더불어 인생 한 주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깨달음을 얻고 피안(불교에서 해탈에 이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으로 넘어가자'는 뜻을 가진 이 부분은 죽음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황병기 - 춘설>
<황병기 - 비단길>
<황병기 - 침향무>
지금까지 총 네 구간으로 나누어 황병기 선생님의 미궁에 관해 소개해드려 보았습니다. 이 설명들을 보고 다시 들어보시면 아주 많이 다르게 음악이 들린다는 걸 분명 느끼실 것 같습니다. 인간의 희노애락, 탄생과 죽음, 언어 이전의 언어 라고 표현될 수 있는 원초적 언어들. 다소 원초적이면서 인간의 세계를 초월한듯한 내용의 이 곡을 국악이라는 장르로 작곡했다는 것을 진정 아방가르드가 아닌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미궁을 포함하여 황병기 선생님은 생애 동안 총 다섯개의 정규 음반을 내셨고,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도 활동 하며 국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으셨던 분이었습니다. 유투브로도 황병기 선생님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지만, 저는 다음 휴무엔 세운상가 옆에 위치한 서울레코드에 방문하여 그의 앨범을 몇가지 구입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제 자식들에게 씨디를 보여주면서 우리나라에도 아방가르드적 음악 세계를 국악으로 구축하셨던 선구자가 있었음을 자랑스럽게 말해줄 것입니다.
<Sasha - Xpander (Re-Fracted : Live At The Barbican)>
본명 알렉산더 코(Alexander Coe)라는 이름을 가진 디제이 사샤(Sasha)는 1969년 영국의 웨일즈 지방에서 태어났습니다. 유년기 시절 스팅의 폴리스(The Police)나 뉴웨이브 밴드인 더더(The The) 같은 유명 밴드들의 음악을 즐겨 들으며 음악적 감성을 키워나갔고, 영국의 아이들이 한창 축구에 미쳐있을 법한 열일곱살 이라는 나이에 그는 대학교 입학 자격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총명했습니다. 그 당시 아버지와 재혼한 계모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고, 머지 않은 미래에 맨체스터에서 최초의 슈퍼스타 디제이/프로듀서로 발돋움 하게 도와줄 본격적 음악 활동이 그렇게 시작하게 됩니다.
<Alexander Paul Coe, Aka Sasha>
<Sasha & John Digweed Live at Ultra Music Festival 2017>
1988년 부터 영국 맨체스터(Manchester)에 위치한 한 펍에서 30개의 바이닐로 디제잉을 하며 데뷔 무대를 치르게 되고, 이후 클럽 하시엔다(The Hacienda)에서 본격적인 레지던트 활동하기 시작한 사샤는 자신이 직접 리믹스한 애시드 하우스(Acid House) 음악을 플레잉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명성을 높이기 시작합니다. 하우스의 본고장은 사실 미국의 시카고 이지만,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며 인기가 급부상 하기 시작하게 된 국가는 바로 영국입니다. 그중에서도 런던보다 북부에 위치한 맨체스터에 하시엔다는 하우스 무브먼트의 중심지였습니다. 하시엔다는 영국을 대표하는 뉴웨이브 그룹 뉴오더를 배출한 전설적인 레이블 팩토리 레코즈에서 만든 클럽이었습니다. 오픈후 처음 몇년간은 적자였으나, 1985년 누드 (Nude) 라는 이름의 하우스 음악 파티로 본격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맨체스터에서의 활동 이후 사샤는 90년대 초반엔 유명 클럽 겸 레이블인 르네상스 (Renaissance) 레지던트 디제이로 진출하게 되면서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함께 펼쳐가고 있는 그의 파트너 존 딕위드 (John Digweed)를 만나게 됩니다.
<Sasha & Digweed Northern Exposure Expeditions CD1>
서로 비슷한 이상향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1997년부터 매년 각자의 음악적 성향을 적절히 융합하여 르네상스 레이블을 통해 이들은 Leftfield , Fluke , 2 Bad Mice 와 같은 아티스트들의 트랙을 자신들의 오리지날 트랙과 함께 믹스하여 3장의 [Nothern Exposure] 시리즈 앨범을 발표해 백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게 됩니다. 바야흐로 디제이 전성시대. 이때 당시엔 오리지날 트랙이 수록된 정규 앨범이 아닌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곡을 믹스해 만든 이런 믹스테잎도 정말 잘 팔렸다고 하네요. 이 두명의 슈퍼스타 디제이의 인기 고공행진을 멈출줄을 몰랐습니다. 거대 레이블 울트라 레코드(Ultra Records)의 제의를 받아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미국 투어는 물론이며 뉴욕 최고의 클럽 트와일로(Twilo)에서 레지던트 디제이로도 활동하며 그 위상을 나날히 높혀가게 됩니다.
초기 사샤의 작업물들은 영국의 레이브 컬쳐에서 영향을 받아 거친 스타일을 보여주었으나 1990년대 초반에는 좀 더 어두운 스타일의 하우스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였고 르네상스 시절엔 Moby, Spooky, Leftfield 등의 영향을 받아 팝 기반의 사운드 역시 흡수하게 됩니다. 이후 [Xpander] 발표를 하기까지엔 Armin Van Buuren, Sven Vath 등의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트랜스에서도 영향을 받게 되며 점진적으로 더욱 굳건한 정체성을 굳혀나가게 됩니다.
<BT - Remember (Sasha's Remix)>
<Bedrock Feat. KYO - For What You Dream Of>
사샤의 레지던트 디제이로서의 활동은 영국 런던의 패브릭(Fabric), 스페인 이비자의 스페이스(Space)에서도 이어졌으며 그는 미국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BT, Seal등의 아티스트들의 트랙들 프로듀싱에 참여한 이후 Orbital의 리믹스를 맡아 96년 ‘올해의 리믹스’ 상을 수상하였으며, Madonna 의 <Ray of Light>와 GusGus 의 <Purple>을 리믹스 하여 더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닌 아티스트로 확립하게 됩니다. 1997년엔 존 딕위드와 사샤는 각자 [Bedrock Records]와 [Excession Records]라는 이름으로 레이블을 설립하게 됩니다. 사실 Bedrock은 존 딕위드의 데뷔시절부터 사용해오던 가명이었는데, 1993년에 프로듀싱 파트너 닉 뭐(Nick Muir)와 함께 Bedrock 이라는 이름하에 <[For What You’re Dreamed Of] 라는 타이틀의 싱글 앨범을 발매하게 되고, 이 곡은 영국 클럽씬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1995년엔 영화 트레인스포팅에 삽입되며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됩니다.
<Sasha & John Digweed Presents [Delta Heavy] Live At Detroit>
또 이후 이들이 레지던트 디제이 활동을 해오던 클럽 트와일로가 폐업하게 되고, 이들은 'Delta Heavy' 라는 디제잉과 레이저 쇼와 비디오 프로덕션을 결합한 투어를 기획하였고 이 투어로 디제이와 클럽 문화가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델타 헤비 투어 이후에 이들은 각자의 활동으로 인하여 공동 작업을 하기에 무리가 갈 정도의 스케줄을 소화해야만 했고, 이 듀오의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게 됩니다.
<Sasha – Global Underground 009: San Francisco (CD 1)>
<Sasha – Global Underground 009: San Francisco (CD 2)>
<Sasha - Xpander>
1999년 사샤는 마리아 네일러(Maria Maylor)를 피쳐링한 싱글 <Be As One>을 발표해 싱글 차트 20위 안에 드는 쾌거를 거두었고 2000년 여름 진정한 아티스트로서 그의 잠재력이 완전히 발현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는 최고의 명곡 <Xpander>가 수록된 [Xpander Ep]를 발매하여 앨범 차트 18위를 기록하였습니다. 1999년과 2000년 영국의 [Global Underground] 레이블에서 발매한 [GU #009 San Francisco]와 [GU #013 Ibiza] 라이브 믹스 앨범은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샌프란시스코 라이브 믹스 앨범은 그의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Xpander> 트랙 같은 경우, 오리지날 트랙과 저희의 트랙리스트에 삽입되어 있는 2017년 오케스트라 라이브 버젼과 비교하여 감상해보시면 좀 더 재미있게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리지날 트랙 같은 경우, 빠른 BPM의 트랜스와 같은 분위기의 트랙인데 라이브 버젼에서는 곡의 전개는 물론 BPM도 길게 늘어뜨려 좀 더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네요.
<Sasha - [Airdrawndagger], 2002>
<Hot Chip - Flutes (Sasha remix), 2012>
2002년 최초의 정규 아티스트 앨범 [Airdrawndagger]를 발표한 사샤는 에이블톤 라이브(Ableton Live)와 턴테이블을 함께 사용하여 라이브 공연을 펼치며 기술적으로도 진보된 아티스트임을 스스로 증명해냈습니다. 그는 2004년 에이블톤을 이용한 [Involver] 앨범을 발표한 후 [Fundacion]이라는 이름으로 뉴욕의 Crobar, LA의 Avalon, 이비자의 Space와 같은 클럽에서 정기적으로 파티를 열기도 하였고, 이어 2005년 여름 뉴욕에서 열린 [Fundacion] 의 라이브 실황을 담은 동명의 앨범이 글로벌 언더그라운드를 통해 발표 되었고 사샤는 기술적으로도 진보된 아티스트로써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샤의 소개와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트랙은 바로 2012년 발표된 Hot Chip의 곡을 매력적인 테크하우스로 리믹스한 곡 입니다. 이때 당시가 전 너무나도 생생히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전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의 학생이었고, 일렉트로니카를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 이곡을 밤에 혼자 들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뭐랄까요. 마치 기쁘거나 슬플때, 외롭거나 심심할때 등 언제 들어도 저를 위로해주는 느낌을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받고 있습니다. 아, 특히 이곡은 당시 꽝꽝 울려대는 일렉트로 하우스 같은 장르들이 비트포트의 차트를 장악할 당시, 그런 곡들 사이에서 테크하우스 라는 장르의 곡으로 1위를 한 위엄을 보여주며 일렉트로 하우스를 비롯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등의 메이저 씬의 헤게모니를 잠시동안 섭렵하여 1세대의 클래시컬함을 증명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때 당시의 기분을 전해드리고 있으니 클래식은 영원하다 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 나네요. 오늘 퇴근길에 이곡을 들을 생각을 하니 창문 너머 노랗게 변해가는 노을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없네요. 마지막으로 Sasha의 Xpander를 연주한 Sasha의 Re:Fracted 라이브의 다른 곡들과 함께 사샤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무드있게 주말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께 적극적으로 추천해드립니다.
<Sasha - Battleships (Re:Fracted : Live At The Barbican))>
<Sasha - Wavy Gravy (Re:Fracted : Live At The Barbican)>
평창에서 개최된 동계 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사실 전 텔레비전을 아예 시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올림픽 경기를 관람한 적은 행사 기간동안 한번도 없었네요. 이번 동계 올림픽이 그래도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는 소식을 뉴스 기사로 접했는데요, 사실 전 올림픽을 통해 얼마나 많은 수익이 창출되었냐가 성공의 판단 기준이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얼마나 흡수하려고 했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운동을 통해 선수들은 승리와 패배, 서로간의 화합을 통해 전세계인들이 진정한 평화를 실현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에만 이루어지는 평화가 진짜 평화인가 과연 의문이 듭니다.
실은 우리 인생도 올림픽도 다름 없습니다. 누군가는 노력하고, 누군가는 안주하고, 누군가는 정치를 통해 승리를 취하려 하고, 실패를 딛고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한번의 실패로 좌절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죠. 이 모든걸 이기고 성장해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메달을 걸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의 삶의 태도 자체가 올림픽이 되어야만 합니다. 서로의 승리와 패배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도 조금씩 본받아야겠다고 느꼈으면 좋겠지만 제 욕심이 너무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느낄수는 없겠죠. 그러나 어린 아이들이 부모들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듯이, 삶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말과 행동이 타자의 자아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진정한 교육은 스스로가 먼저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 보았을때 전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이 그래도 점점 고취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미래에 우리나라에서 다시 한번 올림픽이 열리게 되었을땐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올림픽 정신을 흡수하고 실천하게 된다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