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7월 한달간은 정말 매서울 정도의 엄청난 무더위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날일수록 체력관리나 컨디션 조절은 정말 필수라고 생각하는데요, 저같은 경우는 여름철에 체력이 굉장히 저하되는 편이라 최대한 깊은 숙면을 취해서 피로를 없애려고 꽤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잠을 잘때 더군다나 꽤나 예민한 편이라 얇은 빛이나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도 바로 깨는 편인데, 얼마전 귀마개를 구입해서 잘때마다 끼고 있는데 효과가 좋은 것 같네요. 아무튼간,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더위를 이겨나가면서 동시에 즐기기도 하셨으면 좋겠네요. 무더운 날씨를 시원하게 이겨내실수 있게 좀 더 다채로운 음악으로 돌아온 SSC MUSIC 입니다.
이번 트랙리스트 에서는 7월 한달간 대구와 서울에 위치한 여러 레코드샵에서 제가 찾은 하우스 트랙들과 거기에 다운템포, 재즈, 힙합, 얼터너티브 록, 앰비언트 등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로 제가 생각하는 여름의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집중해보았습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트랙리스트에서는 주로 전개상의 기승전결의 형태가 꽤나 단조로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트랙리스트에서는 느린 템포의 음악으로 시작하여 점점 빨라지다가, 마지막에 또다시 느리게 마무리 되는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번 트랙리스트에서는 하우스로 시작하여 재즈 힙합과 재즈로 이어집니다. 그 다음 다시 하우스로 시작하여 마지막엔 얼터너티브 록으로 마무리 됩니다. 기존에 제가 해보았던 트랙들의 전개방식을 깨고도 다른 장르들이 서로간에 자연스럽게 어울려지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열대야가 계속 되면서 새벽까지도 잠을 못이루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밤에 맥주 한잔 드시면서 듣기 좋을것 같네요.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 John Scofiled >
현대 재즈 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타리스트 두명이 있습니다. 바로 펫 메스니와 존 스코필드 인데요, 펫 메스니는 국내에서도 꽤 많은 층의 팬을 보유한데에 비해서, 존 스코필드는 안타깝게도 두터운 팬층이 없습니다. 펫 메스니의 유려한 멜로디컬한 연주에 비해 그는 좀더 리드미컬하며 블루지한 연주를 선보이기 때문에 조금은 덜 대중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전 이부분이 맘에 들었던 이유가 그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재즈인지 블루스 록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블루지하면서 흡사 키보드를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톤과 재즈의 즉흥성의 조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께 빨리 그의 음악을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 [East Meets West], 1987 >
1978년 릴리즈 된 그의 첫 정규앨범 [John Scofield], 그러나 1987년에 [East Meets West] 라는 타이틀로 다시 릴리즈 되었습니다. 우선 이렇게 변경된 앨범 타이틀을 가지게 된 이유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 앨범에 참여한 드러머인 Hino Motohiko (히노 모토히코), 베이시스트인 Clint Houston (클린트 휴스턴), 트럼펫터인 Terumasa Hino (테루마사 히노) 모두 일본인이거나, 일본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멤버 구성과는 상관없이 제가 들었을땐 동양적인 분위기가 난다기보다 록과 정통재즈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사운드가 좀 더 돋보이는 듯 합니다. 잠시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960년대까지 재즈씬을 리드하는 악기들은 주로 피아노나 트럼펫 등의 악기 였습니다. 이때 당시 웨스 몽고메리가 등장하여 재즈에서 기타가 가지는 위계를 좀 더 높은 위치로 끌어올리는가 싶었지만, 당시에도 이미 엄청난 경지에 오른 마일스 데이비스와 오넷 콜먼이 또 다른 프리스타일 재즈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안타깝게도 웨스 몽고메리의 기가 막힌 연주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되었죠.
그리고 나서 전후세대인 1970년대를 기준으로 하여 많은 것이 변하게 됩니다. 이때 당시는 기타가 중심이 되는 록, 블루스, 리듬앤블루스 등이 장르들이 번성할 때였는데, 이 세가지 장르 모두 굉장히 자유분방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이러한 음악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음악에서 기타가 가지게 되는 가능성은 점차 더욱 크게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재즈 뮤지션들도 이러한 흐름에 합세하여 다른 장르와 혼합하는 크로스오버의 길을 모색하게 되고 많은 뮤지션들이 피아노나 트럼펫 대신 기타를 선택하게 됩니다. 거기에 록 음악의 무시무시한 발전은 기타 이펙터의 발전에도 기폭제 역할이 되며 이는 자연스레 재즈씬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때 등장한 기타리스트들이 존 스코필드를 포함한 팻 메스니, 존 맥러플린, 빌 프리셀 등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 있어서 존 스코필드의 데뷔 앨범 역시 실험적이지 않을수가 없었겠죠? 그는 데뷔앨범 뿐만이 아니라 이후에 발자취에서도 실험적인 면모를 마음껏 보여주게 됩니다.
< Miles Davis [Star People], 1983 >
< Miles Davis [Decoy], 1984 >
< Miles Davis [You're Under Arrest], 1984 >
존 스코필드의 발자취에서 빼놓을수 없는 시기가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밴드에서의 시절이라고 전 말하고 싶습니다. 데뷔 이후로 베이시스트 찰스 밍거스와의 협업, 비브라폰에 게리 버튼 퀸텟, 색소폰에 데이브 리브만 퀸텟 활동을 병행하며 선배 정통 재즈 플레이어들과의 교류도 활발히 했던 그의 연주를 듣고 마일스 데이비스가 부름을 요청합니다.
< Miles Davis와 John Scofiled >
< Miles Davis - Code M.D. >
전 SSC MUSIC 이라는 컨텐츠를 진행하는 것이 좋은 이유가 음악을 좋아해서가 아닌 다른 것이 있는데요. 바로 제가 알고있었던 또는 몰랐던 음악을 스스로 공부해 나가면서 한단계 더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져서 인데요. 음악을 많이 듣다보면 시대와 장르 상관없이 모든것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는 현상이죠. 이런것들을 통해 음악이 아닌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이번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사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이렇게나 진보적인 아티스트 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존 스코필드가 세션으로 참여했던 앨범 [Decoy] 에서 마일스 데이비스는 재즈와 일렉트로니카의 조화를 현실로 구현해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채 앨범을 들었던 저는, 이 앨범의 처음 세트랙이 연달아 플레잉 될때 드럼머신을 이용해 비트를 찍은듯한 드럼 사운드에 함께 들려오는 신디사이저 멜로디를들으며 '내가 잘못 재생시킨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이 앨범에는 Robert Irving III (로버트 어빙 3 세) 라는 아티스트가 신디사이저와 드럼 프로그래밍으로 참여 했는데요, 트랙들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전혀 어색하지도 않고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이 앨범은 꼭 전부 들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 John Scofield - High And Mighty, 1985 >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러한 성향의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존 스코필드는 좀 더 강렬하게 자신의 음악적 이고를 내뿜게 됩니다.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에서 나온 후에 1985년부터 캐나다의 그라마비전(Gramavision) 레이블을 통해 역동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퓨전 재즈 앨범들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시절부터의 그의 연주는 블루지함보다는 조금 더 도시적인 느낌이 더욱 가미되어 날카로운 톤에 유려하면서 부드러움이 더해져 조금 더 원숙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이 시기 이전에 존은 블루스에 기반을 두어 재즈의 영역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다면, 이 시기엔 펑크와 소울의 좀 더 중점을 두고 퓨전 재즈의 울타리 안에서 화려한 연주 대신 좀 더 절제된 사운드가 돋보이는 듯 합니다. 사운드는 절제 되어있지만 더욱 감수성이 짙게 묻어난다고 해야할까요? 전달 하고자 하는것의 최소한만 표현하면서 최대의 감동을 선사하는것. 이런 감동이 저에겐 늘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 John Scofield - Since You Asked, 1990 >
1990년대로 넘어오기 전 존 스코필드는 ENJA (엔야)와 GRAMAVISION (그라마비젼) 레이블을 통해 그의 색채를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1990년에 드디어 BLUE NOTE (블루 노트) 레이블에서도 정규 앨범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때 작품들은 대게 정통 재즈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그가 레이블을 옮기게 되면서 나름대로의 과거의 부흥을 다시 일으켜 그 안에서 자신의 실력을 표현해내고 싶은 르네상스적 욕망이 솟구쳤는지 몰라도 블루 노트 레이블에서 낸 앨범들은 대게 굉장히 클래시컬한 재즈 분위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블루 노트 레이블에서의 데뷔작 [Time On My Hands]를 필두로 큰 호평을 얻으며 이어지는 [Meant To Be], [What We Do] 등 모두 정통적인 재즈 작법과 더불어 더욱 미니멀해진 연주가 잘 어우러진다는 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줍니다. 이후에도 그는 정통과 현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그만의 재즈 세계를 구축해 나갔는데, 2000년대 초반에 많은 사람들이 그가 다시 정통 재즈로 우회할 것이다 라는 예측을 했지만, 이를 뒤엎고 그는 [Up All Night] 이라는 앨범으로 소울과 펑크로 회귀한 모습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 John Scofield - Philiopiety, 2003 >
전 집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자주 보는 편입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동생이 있어서도 그렇지만 저도 보는걸 꽤 즐기는 편이어서죠.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쿵푸팬더 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누구도주인공 팬더인 포를 인정해주기는 커녕 무시하고, 깎아내리고 따돌림 당하기 일쑤였는데, 잘하는 것이라곤 그저 먹는것 뿐이었던 이 팬더가 어떻게 세계 최강의 쿵푸 고수인 타이렁을 무찌를 수 있게 되었을까요? 그 비법은 바로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포를 위해 음식으로 유혹하는 방법으로 쿵푸를 가르쳐 고수의 길로 들여놓게 한 시푸 스승님의 지혜로운 태도도 감동적이었지만, 국수집을 운영하시는 아버지가 '비밀 소스는 사실 없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면서 만들면 정말 특별한 맛이 난다' 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 포는 각성을 하게 되죠.
이렇듯 현재 자기 자신의 모습이 어떻든간에, 100퍼센트 완벽하게 자기 자신을 찾으려 하는 노력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노력을 결과로써 성공적으로 완성 시키려면 부지런함과 성실함, 꾸준함 등의 태도가 뒤따라야만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생각했을때 제일 중요한 건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 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믿음으로써 운명을 실현 시킨다는 점에서 전 쿵푸팬더의 포를 보고 매트릭스의 네오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을 이렇게 잘 믿으려면,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도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정 자기 자신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죠. 2018년도 어느새 상반기가 끝나고 하반기로 접어들었는데, 남은 한해도 여러분 모두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될수 있는 좋은 기회로 가득 찼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8월도 모두 힘내시길 바라며,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