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프롤로그
이번 고독한 단벌 신사 촬영을 다녀온 곳은 대나무숲의 맑은 바람을 만들기 위해 전라남도 담양의 민합죽선 접선 장 김대석 장인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달에 처음 뵙고 두 번째 가는 것이라 그런지 좀 더 친숙하고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무언가 한 가지를 꾸준하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연세가 있으시지만 그 누구보다 순수해 보였다는 것이 가장 이번 만남에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대석 선생님께서는 젊은 세대와도 소통을 하기 위한 열린 마음과 무엇이든 배우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존경스러웠습니다. 저에게는 이 여행은 단순히 일이 아닌 오로지 배움이었습니다.
고단신 : 부채 제작에 필요한 자재들의 선별 기준이 궁금합니다.
접선장 김대석 : 대나무는 직경 8-10cm 정도의 마디와 마디 사이가 긴 3년생 왕대를 가을에서 이른 봄 사이에 채취하여 사용합니다. 한지는 2합 순지를 사용합니다. 수요가 줄어들며 담양 한지 공장이 없어진 뒤로는 전주 한지 공장에서 주문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접선장 김대석 : 부채를 제작하는 순서에 의해 오방으로 나뉩니다. (오방 - 초지방, 정년방, 사복방, 환방, 되배방)
1. 초지방 - 대나무를 절단해서 쪼개고, 물에 삶고, 줄에 걸어 건조해 초지(初枝:부챗살의 시초)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2. 정년방 - 부챗살을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 과정입니다. 부채의 손잡이 부분에 사복을 박기 위해 비비(부챗살에 구멍을 뚫기 위한 도구)로 구멍을 뚫고, 손잡이 모서리 부분을 모나지 않게 둥글게 깎아 모양을 다듬고, 종이를 바르는 부챗살을 몸통보다 가늘게 다듬은 뒤 부채 맨 상단의 끝부분을 일정한 길이와 높이로 자르는 등의 작업을 일컫습니다.
3. 사복방 - 사복을 만들어 박는 작업으로, 부채의 손잡이 부분에 천공하여 못으로 고정시키는 과정입니다. 사복은 보통 철, 양철 소재로 제작됩니다.
4. 환방 - 종이를 부채꼴 모양으로 재단하고 그림 등을 그려 부챗살 수에 맞춰 접는 작업입니다.
5. 되배방 - 부챗살에 풀칠하여 종이를 붙이는 작업입니다.
접선장 김대석 : 보통 무형문화재는 대를 이어가지만, 저의 경우 전승자를 따로 양성하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를 알려주고, 옛 것과 새것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주로 20대를 양성하고 있는데, 손재주는 물론, 다방면으로의 지식이 필요하기에 그들에게 최소한 사회생활을 5년 이상은 해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일을 배우기 전에 사람이 되어야 하고, 사회생활도 해보며 사회의 맛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양성하고 있는 학생이 이번 달로 5년간의 전수 기간이 지나 이수증을 받게 되는데, 문화재 관련 위원들의 엄격한 감독 아래 시험을 보고 난 뒤 합격을 해야 조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로도 전승자 양성은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고단신 : 사실상 명맥을 이어가지 못하는 위기에 처해있는 전통문화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그 명맥을 이어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접선장 김대석 : 우선, 시도 지정 문화재의 경우 예산 등의 문제로 관리 및 지원의 범위가 국가 지정 문화재와 차이가 발생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가업을 이어가는 경우 일궈온 터가 있기에 이어갈 수는 있겠지만, 따로 기능을 전수받으려고 하는 경우 생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생업을 이어갈 수 있을 정도의 관리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도 문화재의 경우 생업을 이어갈 수 없다는 이유로 종목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고단신 : 전통문화를 계승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계실 것 같아요. 사실 이러한 부분에서 어려운 점에 대해 지금까지 잘 설명해 주셨는데, 슬로우스테디클럽과의 협업처럼 전통 부채의 새로운 접근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접선장 김대석 : 전통 분야와 젊은 세대와의 협업이 성행한다면 전통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기에 이러한 협업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 역시 장인으로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현 세대 젊은이들에게 심어주고 나아가 세계화하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입니다.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슬로우스테디클럽에 상당히 고맙게 생각하고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겠습니다.
접선장 김대석 : 현대의 감각으로 만들어진 전통 부채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첫 번째, 더 나아가 그저 사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두 번째 바람입니다. 국가적으로도 전통문화 관련 학과를 만들어 장학생을 선발하여 장인을 양성해내는 시스템까지 구성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고단신 : 현대 기술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전통문화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보는데, (선조들의 지혜나 얼 등) 에어컨과 선풍기는 해줄 수 없는 부채만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접선장 김대석 :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부채 가루를 맡으며 살아온 저에게 있어 부채는 한마디로 '동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문을 갈고닦는 사람은 손에서 책이 떠나지 않아야 하듯, 부채 장인은 손에서 칼이 떠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채는 저와 일생을 함께했고 남은 생까지 함께 할 것이기 때문에 날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부채를 만들고 있습니다.
EPILOGUE 에필로그
무언가 한 가지를 우직하게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닮은 구석이 보입니다. 그들에게 일은 삶이고 삶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에 충실하면 그것은 바로 자신의 업에 충실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런 삶을 원하고 실제로 그것을 하나씩 실행해 가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어 가끔은 다수에게 이해받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고독한 길이기도 하고 어쩌면 자신이 모든 것을 강한 의지로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에 계속 앞으로 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20~30년 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 다른 일을 하고 있을까?
*고독한 단벌신사는 콘텐츠 촬영을 빌미로 음식 혹은 제품의 무료 제공을 원하거나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느낀 점을 좀 더 자유롭게 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저희는 홍보 파급력이 기대 이하이거나 없습니다. 귀찮게 찾아가서 요청하였으나 좋게 생각해주시고 승낙해주신 모든 업체분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OBJECT : #SLOWSTEADYCLUB T3 IPHONE CASE XS/X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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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ES : #NEWBALANCE M992 (GREY)
(170cm/67kg)
DETAILED INFORMATION
연재물 : 고독한 단벌신사 (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
주제 : 담양 민합죽선 (紙竹相合 生氣凊風)
주소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완동길 33-7
문의 : 061-382-8933
무형문화재 제48호 扇子匠(선자장)
제 48-1호 摺扇匠(접선장)
김대석
주요경력 :
2012년 담양군 군민의 상 본상 수상
2014년 전라남도 자랑스러운 전남인상 수상
2016년 문화재청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대통령 표창
2016년 제46회 대한민국 공예품대전 본선 심사위원
2017년 전라남도 문화상 수상
출연 : 원덕현
촬영 : 이종삼
작가 : 정혜원
판매처 : 슬로우스테디클럽 (SLOW STEADY CLUB)
삼청점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5길 17
서울숲점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길 44
운영시간 : 오후 1시 ~ 오후 8시
온라인스토어 : WWW.SLOWSTEADYCLUB.COM
인스타그램 : @SLOWSTEADY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