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후 174년 에서 175년 가을 사이에 발행된 1 데나리우스 은화>
서기 180년, 로마 황제의 총애를 받던 막시무스 장군의 지휘하에 12년에 걸친 게르마니아(Germania) 정벌이 거의 마무리되던 무렵에 벌어진 다뉴브 강가 전투에서 로마측 군대는 대승하게 됩니다. 마치 친아들처럼 막시무스 장군을 친애하던 황제는 왕위를 친아들 코모두스가 아닌, 막시무스에게 계승 하기로 합니다. 황제의 결정에 질투와 분노를 느낀 코모두스는 급기야 황제를 살해하고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왕좌에 오른 코모두스는 막시무스와 그의 가족들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결국 그는 가족 모두를 잃고 홀로 간신히 살아남아 노예로 전락하면서 새로 즉위한 황제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갈며 투기장의 검투사로 훈련을 받게 됩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 에서 코모두스와 그의 아버지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어디서 굉장히 많이 본 느낌이 들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바로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줄거리 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써, 2000년대 초반 헐리우드에 역사 드라마극의 전성기를 시발점을 알리기도 했던 작품이죠. 사실 오늘 제가 써 내려가려고 하는 글의 주인공은 리들리 스콧도 아닌, 러셀 크로우도 아닌 바로 아들 코모두스에게 살해된 로마의 16대 황제, 철인황제 라고도 불리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입니다.
<카피톨리니 박물관에 전시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로 정치 /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고대 로마 시대의 정치를 이끌었던 로마 5현제의 마지막 황제 였습니다. 또한 그는 그의 스승이었던 에픽테토스, 세네카와 함께 '인간은 이성적 존재로서, 이성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이성은 신, 운명 또는 섭리와 같으며, 이성은 인간이 따라야 할 모범적 가치' 라고 주장하는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이기도 하였습니다.
그가 남긴 대표적인 고전 철학의 바이블 중 하나인 [명상록]은 그가 재위기간 동안 전쟁터에서 수많은 나날들을 보내며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세상속에서 스스로를 다잡고 성찰을 하기위해 글로 기록해 놓은 책입니다. 전쟁터에서 수없이 경각에 달하는 순간에 직면했을 그는 누구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클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는 이성으로 그러한 두려움을 완전히 짓눌러 버립니다.
명상록은 인간들에게 고뇌와 번민,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깨달음을 일깨워 줍니다. 사춘기 시절 방황하던 저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주기도 했던 책이 바로 명상록 입니다. 죽음을 두려워 해야할 필요가 없는 이유와 선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내가 겪는 모든 절망과 고통, 시련들은 사실 우주의 질서원리에 충실히 부합하고 있고, 그러한 모든것들은 당연한 결과라 여기는 순간 마음이 너무나도 평온해 졌던 경험이 있었는데, 지금도 저는 힘든 순간들이 있을때마다 명상록에서 읽었던 내용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으로 유명한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유언' (1844)>
'모든 것이 얼마나 빨리 잊히는지를 생각하라. 어떠한 것도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박수갈채를 받을지라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망설이는 존재이며 항상 선택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라.'
'너는 바로 이 순간에도 이승을 떠날 수 있을 것처럼 그렇게 항상 너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