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단벌신사(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소개하는 SSC 연재물로써, 원덕현 디렉터가 직접 단벌 착장을 입고 평상시에 좋아하는 공간 혹은 가고 싶었던 공간을 직접 방문하여 그의 일상을 소소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카테고리와 지역, 인물 등 상관없이 골고루 소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열세 번째 고독한 단벌신사를 시작하겠습니다.
PROLOGUE
맛이 '있다' 와 '없다'는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스스로의 입맛을 찾아 어디론가 향한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 중에 하나입니다. 특별하게 맛이 있고, 없고 가 가격의 차이라기보다는 애써 찾아가는 노력, 때로는 이미 예약하는 조금의 부지런함이 있다면 충분히 우리의 삶의 만족도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오늘 제가 소개 드리고자 하는 곳은 오랜 시간 동안 단골로 자주 가는 작은 이자카야입니다. 한번 가면 또 가게 되는 이곳만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배준호 대표 : 이자카야를 처음 시작할 때 상호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했습니다. 제가 이자카야를 준비하던 시기에 이자카야 붐이 일기 시작했는데 당시 일본어로 된 상호가 대부분이었거든요. 메뉴가 일식 베이스이긴 하지만 일식에만 국한하고 싶지 않아서 일본어 상호를 쓰기는 싫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교통 표지판 STOP을 보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당시 준비하던 메뉴가 9가지 정도여서 STOP의 P를 9로 바꿔 스토구(STO9)라는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고단신 : 언제 오픈하셨나요?
고단신 : 스토구(STO9) 를 오픈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배준호 대표 : 예전부터 먹는 것도 좋아하고 워낙 요식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언젠가는 해봐야지 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는데 수산물 유통업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외 수많은 물품들을 검수하는 과정에 이런저런 요리를 많이 접하게 되고 그 사이 여러 전문가님들께 하나하나 배우고 노하우를 전수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스토구는 이자카야라기보다는 이것저것 조합된 짬뽕 같은 느낌이에요. 대표님 자주 와보셔서 아시겠지만 메뉴도 그렇고 음악도 일관적이지 않거든요.
고단신 : ‘Special Taste Of 9’이라는 가게 이름처럼 9가지의 특별한 메뉴가 따로 있을까요? 혹은 대표님께서 추천하는 스토구의 9가지 메뉴는 무엇인가요?
고단신 : 9번 방문해서 방문할 때마다 하나씩 먹는다는 가정을 한다면? (웃음)
배준호 대표 : 사실 제가 규정하는 걸 워낙 안 좋아해요. 사실 메뉴라고 적혀있긴 하지만 손님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조리해드리고 있거든요. 삼겹살 구워 드시고 2차로 오신 손님에게 탕수육을 추천해드릴 순 없잖아요. 저는 손님이 오셨을 때 그분의 취향이나 2차로 오셨다면 뭘 드시고 오셨는지 항상 물어봐요. 고객만족이 제겐 최우선이거든요.
처음 이곳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회나 꼬치 등 일반적인 이자카야에서 만날 수 있는 메뉴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 이자카야를 가든 저 이자카야를 가든 틀에 박힌 메뉴가 싫더라고요. 특별한 메뉴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단품 메뉴 위주로 진행했고요. 현재까지도 메뉴는 보완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술이 메인이다 보니 오히려 역으로 술에 맞춘 메뉴를 구성하는 것 같습니다.
! TMI !
참고로 저는 이 메뉴들을 좋아합니다...!
고단신 : 그럼 오늘 같은 날씨에 추천해 주실만한 메뉴가 있을까요?
배준호 대표 : 한 가지 추천해드리자면 저희 스토구(STO9)의 스테디 메뉴인 돼지고기 숙주 볶음을 추천해드립니다. 저희 메뉴가 10년 동안 이것저것 많이 바뀌어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 과정 중에서도 이 돼지고기 숙주 볶음은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간단하게 금방 익는 냉동된 차돌 부위로 차돌 숙주 볶음을 하는 게 편하지만, 냉장 돼지고기를 재우고 숙성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념 숙성된 돈육은 2~3일 안에 소진되지 않으면 폐기해야 하는 단점도 있지만, 손님들께 강조하지 않아도 드셔보시면 알게 되거든요. 신선한 식재료 본연의 식감이 살아있는 메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고단신 : 새우깡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배준호 대표 : 새우깡은 처음부터 시작했던 메뉴이긴 한데 스타일이 그동안 많이 바뀌었어요.
고단신 : 새우깡을 만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배준호 대표 : 제가 수산물 유통업에 종사를 했었다 보니 특히나 갑각류는 보기만 해도 맛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되더라고요. 맛있어 보이는 새우를 튀겨도 보고 볶아도 보고 하다가 지금의 메뉴가 탄생하게 되었고요. 사실 1970-80년대 고급 일식집 가면 서브 메뉴로 내어주던 메뉴에요. 그 부분에서도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희 새우깡엔 튀김옷을 많이 입히지 않아요. 튀김옷이 거의 없다시피해야 새우 살도 씹히고 고소한 맛도 살거든요.
배준호 대표 : 이 세상에 맛없는 맥주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생맥주는요. 생맥주 맛의 차이는 세척, 위생 관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세척 과정을 거치면 보통 3-4잔은 버리게 되거든요. 이 3-4잔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장사를 못해요. 저는 이런 로스에는 전혀 신경 안 쓰고 오로지 맛에만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더 프레시 하게 느끼시는 게 아닐까요.
고단신 : ‘나뭇잎 마을의 작지만 정겨운 이자카야’라는 업체 정보가 눈에 띄더라고요. ‘나뭇잎 마을’에 대한 설명을 해주신다면?
고단신 : 나루토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나루토의 매력 포인트라든지..
배준호 대표 : 굳이 한 인물을 뽑자면 나루토의 스승 ‘지라이야’라는 캐릭터입니다. 지라이야가 나왔던 시즌을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요. 사스케는 탈주하고, 여자 친구는 사귀고 싶은데 못 사귀고, 스승한테 맞고 다니고 하는 점이 마치 제 상황과 비슷하게 느껴졌달까요. (웃음)
배준호 대표 : 일단 메뉴를 빨리빨리 못 드리는 게 죄송하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죄송하죠.
배준호 대표 : 손님 한 분 한 분과 함께 대화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제 진심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요리하고 서빙하고 스토구(STO9)에서 제가 하는 모든 과정들이 마치 공연을 하는 느낌이거든요. 모든 서비스를 제가 제공을 해야 저도 만족스럽고요. 사실 큰 업장도 아니다 보니 1:1로 하는 게 저는 편하더라고요. 아마 스토구(STO9)를 운영하는 동안은 계속 1인 시스템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업장이 커지면 그땐 다시 생각해봐야겠죠? (웃음)
고단신 : 방문하게 되는 고객들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 가게 만의 특징이나 양해 사항이 있을까요?
배준호 대표 : 혼자 하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는 부분은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고단신 : 그렇다면 한가한 요일이나 시간대에 대한 간략한 팁이나 정보를 주신다면?
배준호 대표 : 글쎄요.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어떤 날은 불금이라 손님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없는 날도 있고요. 월요일부터 술 마시는 사람 있겠어? 생각했는데도 미친 듯이 몰리는 날도 있고요. 근처에 회사가 많아서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언제 오시라고 말씀을 딱히 드리기가 애매하네요. 이 날 오라고 했는데 왜 북적북적하냐 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웃음)
배준호 대표 : 저도 술을 먹다 보면 가끔 서비스로 내어드리는 것들이 당길 때가 있거든요. 손님들이 당기실 것 같을 즈음에 내어드리고 있습니다. (웃음)
배준호 대표 : 연습이라기보다는 그냥 제 경험 상 이런 메뉴를 먹고 나면 이런 게 당긴다,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싶은 걸 항상 내어드리는 것 같습니다.
배준호 대표 :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장사하려고 여러 장소를 많이 돌아다녀 봤습니다. 모던하고 세련된 강남도 생각했고, 서촌이나 익선동 근처도 생각해봤어요. 지금 스토구(STO9)가 위치한 인사동은 서울 한가운데에 있는데 서울 같지 않더라고요. 여러 군데 돌아다니다가 지금 대표님 앉아있는 자리에 딱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데 공간 자체가 너무 맘에 들었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게 됐죠. 당시 좀 많이 돌아다녀서 지치기도 했었던 탓도 있던 것 같고요. (웃음)
고단신 : 안국역 뒷골목 오래된 고택에 10년 동안 있으시니 어때요?
배준호 대표 : 직장이라고 표현하기는 애매한 것 같고요. 아까 잠깐 말씀드렸지만 저는 스토구(STO9)가 무대 같은 느낌이에요.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나면 휑하거든요. 비워진 자리를 치울 때 공허한 마음도 들고요.
배준호 대표 : 언젠가는 술이 아닌 식사를 할 수 있는 밥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자카야를 하면서 메뉴가 계속 변경되다 보니 하나 제대로 된 걸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나를 제대로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서 식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단신 : 대표님은 밥도 잘하실 것 같아요
배준호 대표 : 네. 그렇게도 많이들 드세요 공깃밥 하나 시키셔서 숙주 덮밥으로. 반찬으로.
고단신 : 대표님만의 꿈이 있다면?
고단신 : 메뉴판이 그림으로 되어있잖아요. 직접 그리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림에 대한 꿈은 없으신가요?
배준호 대표 : 메뉴판은 제가 붓 펜으로 직접 그려요. 메뉴판이 글이나 사진으로 설명되어 있는 것보다는 그림으로 그리면 ‘이게 뭘까?’, ‘무슨 맛일까?’ 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는 것 같거든요. 워낙 만화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어릴 적엔 만화를 전공하려고도 했었고요. 한때 취미로 만화를 그리기도 했는데 그저 꿈, 이상에 그친 것 같아요.
이전에 수산물 유통업을 하다가 잠시 영화사에 들어가려고 했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만 해도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만화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연상호 감독처럼요. 언젠가는 해봐야지 늘 간직하고 있는 꿈입니다.
EPILOGUE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의식적으로 연구하고 스스로 배운 것과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그냥 무의식으로 하는 것과는 생각보다 꽤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말이죠. 그 두가지 중 무엇이 더욱 가치높다고 판단하거나 결과를 평가할 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스스로 끈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 속에서 자신만의 유니크함이 발휘되고 그것이 어떻게 보면 유일무이(唯一無二)를 향한 자신만의 방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을 하든지 스스로의 방향을 찾아가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다음 회에도 좋은 인터뷰를 통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JERSEY : #DOCUMENT CHRISTMAS SWEAT JERSEY (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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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채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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