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짧은 봄이 거의 끝나가고 금방이라도 무더위가 시작될 것 같은 2016년 5월의 첫째 주 어린이날입니다. 저번주 내내 저희 매장 앞에서는 철거 공사가 한창이었는데요, 무너져 내린 벽의 벽돌들을 '미화' 라고 적힌 수레에 실어 나르는 과정을 잠시 지켜 보았습니다. 미화는 명사로 '아름답게 꾸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하여 파괴를 하는것이 저는 매우 역설적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수단과 목적의 경계가 무의미해진 시대의 방향성과 견고함, 질서 정연함, 부동(浮動)의 특징을 지닌 벽돌의 본성은 어쩌면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허술함, 무질서, 부동(不動)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앨범이 떠오르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수 있는 PINK FLOYD의 THE WALL (1979)입니다. THE DARK SIDE OF THE MOON (1973), WISH YOU WERE HERE (1975), ANIMALS (1977)에 이은 콘셉트 앨범이자 록 오페라 형식이며, '소통과 단절'이라는 주제로 전개됩니다. 이 앨범에 등장하는 가상인물인 'PINK'는 PINK FLOYYD의 베이시스트인 로저 워터스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그는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고, 선생님에게 잘못된 교육을 받고 과잉보호를 하는 어머니에게 자라 자립심을 잃었으며 나중에는 아내에게 버림받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됩니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PINK'는 세상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단절되는 내면의 벽을 만들게 되고 이는 비유적으로 'THE WALL'로 칭하게 됩니다.
이 앨범에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트랙으로는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 , 'COMFORTABLY NUMB' , 'YOUNG LUST' 'HEY YOU' 등이 있습니다. 이후, 1982년에는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하였습니다. 앨범과 같은 흐름으로 전개되며 모든 사운드 트랙들도 앨범과 일치합니다. 처음엔 애니메이션과 라이브 공연을 합치는 것에 불과했으나, 감독 엘렌 파커의 제안으로 하나의 독립된 영화의 제작 방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인공 'PINK'를 로저 워터스가 맡을 예정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밥 겔도프가 맡게 되었고 처음에 그는 'THE WALL'의 스토리가 'XX 같다'라며 거절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영화 'THE WALL'에서 록 스타가 된 'PINK'가 고통으로 얼룩진 삶의 끝에 위기가 고조되며 결국엔 공연 도중 환각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내 의사가 와서 각성제를 주입한 뒤 다시 공연장에 데려가지만 그는 더 이상 예전에 그가 아닙니다. 마지막 2분간에 장엄하게 휘몰아치는 데이비드 길모어의 기타 솔로와 괴물처럼 변해가는 'PINK'의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이루는 괴랄한 분위기는 사춘기의 저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날처럼 희망차고 아름다운 날에 암울하고 어두운 내용을 주제로 한 포스팅한다는 게 아이러니컬 하지만, 2016년 5월 5일에 업로드된 저희 인스타그램의 SSC DOCU에 보시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좋은 어른이 먼저 되어야 어린이들이 좋은 모습으로 잘 자라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어린이날이지만, 더 멋진 어른이 되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사회의 여러 어두운 면을 외면하거나, 또는 단순히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것들이 진정 우리가 더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부터라도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이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모범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ETAILED INFORMATION
제목 : 더 월 (THE WALL)
국가 : 영국 (ENGLAND)
감독 : 앨런 파커 (ALAN PARKER)
개봉일 : 1982년 7월 14일
원작 :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로저 워터스 (ROGER WATERS)
원작 음반 발매일 : 1979년 1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