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C MUSIC : 30TH TRACKLIST

SECTION : MUSIC   2018.04.02 02:55





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최근에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가 있는데요, 바로 폴 토마스 앤더슨, PTA 라고도 불리우는 미국 감독의 '데어 윌비 블러드' 라는 작품입니다. 1927년 발간된 소설 <석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뷰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돈을 벌어들이는 석유업자로 등장하는데, 작품 속에서 그와 끊임없이 갈등의 양상을 보여주는 대립적인 인물은 성실한 기독교 신자인 일라이 선데이 입니다. 이 둘의 팽팽한 신경전과 물리적 출동은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건들을 관통하며 이루어집니다. 보통 인물간의 대립은 주로 반대되는 성향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 둘은 캐릭터만 다를 뿐이지, 동일한 물질적 욕망을 소유하고 있고 그로 인해 충돌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대립과는 사뭇 다릅니다.





 


극중에서 다니엘은 괴팍한 성격과 벌어들이는 만큼의 물질적 욕망을 소유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에 반해 일라이는 마을에서 신임을 얻고 있는 교회의 신실한 전도사이자 신을 자신의 영혼으로 불러들여 사탄을 쫓아 내기도 하는 다소 사이비스러운 양상을 보여주는 종교인 제3계시교의 열렬한 신자입니다. 그는 겉으로는 종교의 우아함과 품위와 지성미를 갖춘 사내이지만 그것을 이용하여 물질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고군분투 합니다. 한마디로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일라이에 비해 다니엘은 상대적으로 몰지각하지만 솔직한 인물, 비사회적이지만 인간적인 인물로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니엘과 일라이의 욕망은 감정의 표출을 넘어서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고, 서로 헐뜯는 것을 넘어서 분노 표출이 자신의 핏줄인 가족에게로까지 고스란히 전달 됩니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의 양상을 보여주는 두 인물에 대해 주변 인물들은 전혀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이 부분 역시 철저히 관객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놓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것으로 예상 되네요. 영화에서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가 표출되는 부분은 오직 석유의 생산에 관하여 금전적 이득을 취할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있는 자리에서 뿐만이죠. 이렇듯 각자의 방식으로 두 인물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하기도 하고 선동하기도 합니다.

 



<영화 데어 윌비 블러드의 한장면>



제목 '데어 윌 비 블러드' 직역하면 '그곳에 피가 있을 것이다.' 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석유처럼 분출된 인간의 욕망을 함유한 뜻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극중에서 잠시 다니엘의 잃어버린 친동생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다니엘은 온화하기도 하며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혈육에 관한 집착도 보여주며 욕망을 솔직하게 노골적으로 분출시키는 것과는 다르게 사랑을 갈구한다는 점에서 진정 인간적이라 말할 수 있는 성향도 나타납니다. 다니엘과 일라이의 점점 치닫는 갈등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 짓게 될까요? 다른듯 하지만 결국은 같은 인간의 욕망. 그러한 욕망의 충돌. 이렇게 욕망은 결국 피를 부르게 된다는 메세지를 던져줍니다. 저는 이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집중할 수 있었던 요소로 음악을 꼽고 싶은데요. 이 음악을 누가 디렉팅 하였는가에 대해 살펴 보던 중 바로 라디오 헤드의 기타리스트인 조니 그린우드 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Paul Thomas Anderson And Jonny Greenwood>




<Jonny Greenwood & London Contemporary Orchestra Boiler Room Live>



폴 토마스 앤더슨과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는 데어 윌비 블러드를 통하여 영화와 음악의 앙상블이 관객에게 깊은 몰입도와 뇌리를 스치는 것이 아닌,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극장안 또는 관객이 앉아 있는 의자 주변을 계속해서 멤돌게 하는 은은한 여운을 그들의 의도에 맞게 잘 구현해낸 훌륭한 작품임이 틀림 없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영화가 끝난후에 영화 속 특정 음악을 통해 그 영화를 떠올려내곤 하는데요, 아마 여러분들 중 대다수가 이러한 경험이 있으셨을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들은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불규칙적인 음렬과 우연 맥락 안에서 겉도는듯한 멜로디와 화성들은 음악이라기보다 오히려 소음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조니 그린우드는 이러한 소음들과 클래식을 뻔뻔하게 병렬 배치 함으로써 관객의 집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내고자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집중을 이끌어 낼까요? 우선 데어 윌비 블러드의 첫 장면에선 광산을 한번 비춰주며 오싹한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서부 개척시대에 처음엔 광부로 일하던 다니엘의 모습을 대사없이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관객을 관찰자의 입장으로 만들어놓은 후에 오싹한 음악으로 그의 삶 자체가 어떠할지 힌트를 처음부터 던져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비슷한 예시로 1980년 개봉한 공포 스릴러 작품 중 최고의 클래식으로 손꼽히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의 오프닝 씬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호텔을 향해가는 잭 토렌스의 가족이 탑승한 차를 카메라가 저 멀리서 비추고 음산한 음악이 계속해서 흘러나옵니다. 알수 없는 기괴한 공포에 홀리는 듯한 분위기와 동시에 어디까지 깊숙히 들어가는지 알수 없는 불안감, 넓은 대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차량(인간)의 모습은 초라하고 나약해보이기까지 합니다.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오프닝 시퀀스 역시 음악과 함께 세기말의 우울하면서도 신비로운 지구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리들리 스콧의 연출력 역시 지금까지도 공상과학 영화의 최고로 손꼽히게 된 역할을 톡톡히 해낸것으로 유명하죠. 여기서 제가 열거한 세가지 작품 모두 오프닝 씬에서 음악과 함께 영화 전체의 분위기나 맥락을 예상해볼 수 있는 힌트를 던져 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 오프닝 시퀀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오프닝 시퀀스>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오프닝 시퀀스>




앞서 말씀드렸던 영화들의 오프닝은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영화 전체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아울러 인물의 깊은 감정의 심연에까지도 힌트를 준다는 점인데요. 다시 말해서 음악을 통해 그것을 말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음악도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면 어떤 것이든 언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춤이나 그림, 사진, 건축 모든것들이 말입니다. 서론이 너무나 길었던 것 같네요. 오늘은 영화안에서 언어의 관점으로 음악을 바라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데어 윌비 블러드를 보며 단순한 서사가 아닌, 인물의 심층적 내면과 스토리 내의 역사적 배경의 은유적 표현, 관객의 집중을 유도하는 장치로써의 역할 등을 하게 됨으로써 다양한 방법으로 음악이 영화에서 지니는 의미와 이를 통하여 영화를 어떻게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았고 언어적 기능을 위해 불규칙적이고 불협화음적인 음악들 사이에 뻔뻔하게 브람스의 클래식을 삽입하는 등의 모습을 보고 가장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번 트랙리스트에서는 좀 뻔뻔해져보고 싶었습니다. 트랙리스트 전체를 아우르는 구성에서 리듬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직 조용하고 잔잔한 네오 클래식과 앰비언트 트랙들로만 구성을 해보았습니다. 특히나 서울숲 매장의 차가운 분위기에서 이런 음악들로 어떤 분위기가 연출될지도 궁금하였고, 어중간한 것 보다 차라리 음악 마저도 완전 미니멀하게 한번 가보자 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어 차갑고 잔잔하게 가보는것도 좋은 시도인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정해진 리듬이 없는것은 곧 청자들의 감정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엔 가장 좋은 아웃라인이며, 마치 영화의 열린결말과도 같다고 느껴졌고, 그러한 열린 결말처럼 정해진 길이 아닌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로 가득 차 있지만 꿋꿋히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하는 저희의 모습과도 비슷하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현대 음악가인 Jóhann Jóhannsson (요한 요한슨), Ludovico Einaudi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Ólafur Arnalds (올라퍼 아르날즈), John Cage (존 케이지), Arvo Pärt (아르보 패르트) 등의 아티스트들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번 트랙리스트는 샤워 하실때나 잠들기 전 또는 명상의 시간을 가지실때도 듣기 좋은 편안한 셋입니다. 재미있게 잘 들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Max Richter>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클래식 작곡가 중 한 명인 막스 리히터(Max Richter)는 1966년 독일의 하멜린에서 태어났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의 베드포드로 넘어와 그곳에서 유년기와 성장기를 보내게 됩니다. 영국 왕립음악원(Royal Academy of Music)을 졸업하고, 이후 이탈리아 피렌체로 건너가 유명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Luciano Berio)의 제자로서 클래식과 전자음악을 익혔고, 졸업 후엔 컨템포러리 클래식 앙상블인 <피아노 서커스>를 조직하여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10년간 피아노 서커스 팀원들과 일하면서 Arvo Pärt, Brian Eno, Philip Glass, Julia Wolfe, Steve Reich 등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작품 다수를 연주하였습니다. 또한 Decca/Argo 레이블에서 5종의 음반도 발표했다. 그는 2000년 초반부터 기존 클래식에 일렉트로닉을 가미한 앨범 <Memoryhouse>(2002),<The Blue Notebooks>(2004), <Songs from Before>(2006) 등을 꾸준히 발표하며 미니멀리즘 사운드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우뚝 서게 되며 현재까지도 많은 매니아층과 팬층을 보여한 명실상부한 작곡가로 그 명성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Max Richter [Memoryhouse], 2002>




컨템포러리 클래식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막스 리히터의 데뷔 앨범 [Memoryhouse] 는 2002년에 릴리즈 되었습니다. 잔잔한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어딘가에선 나레이션이 등장하여 마치 영화속의 한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며, 또 어딘가에선 전자음이 섞인 실내악이 등장하여 일렉트로니카인지 네오 클래식인지 구분이 안되게끔 혼란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게 진짜 크로스오버의 매력이 아닐까요? 어딘가 모르게 애매모호하면서도 일관성이 있는 그런 분위기 말입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트랙들 중 'Sarajevo', 'November', 'Arbenita', 'Last Days' 는 유고슬라비아의 코소보 분쟁을 다루고 있으며, 'Laika 's Journey' 와 같은 트랙은 그의 어린시절을 다루고 있다고 하네요. 이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점은, 그의 음악 세계에선 개인과 사회, 국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역사적 비극을 개인의 비극으로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영국에서 보낸 어린시절의 이야기와 유럽 동남부에 위치한 먼 국가의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과연 그가 어떠한 사유의 변증법적 논리를 통해 이러한 음악적 언어를 이 앨범에서 구축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궁금해지네요. 




<Max Richter [The Blue Notebooks], 2004>



2년 뒤 새로운 앨범으로 돌아온 막스 리히터는 어떤 언어를 가지고 등장하였을까요? 이 앨범에서 그는 프란츠 카프카와 폴란드의 시인 체스와프 미워시에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불멸한 불안과 절망, 그로 말미암아 귀결되는 니힐리즘의 영향을 받고 체스와프 미워시가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 정권하에 유대인 말살에 동조를 〈불쌍한 기독교인들 게토를 바라보네(Biedny chrześcijanin patrzy na getto)〉라는 시와 〈피오리 광장(Campo dei Fiori)〉이라는 두편의 시를 통해 고발한 점과 당시 나치에 동조할 수 밖에 없었던 폴란드의 시대적 상황, 인간의 존엄성을 갈기갈기 짓밟아 놓은 당시의 시대상을 통해 아마 여러 방면으로 깊은 고뇌의 시간을 가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앨범은 그리하여 이라크 전쟁에 대한 그의 항변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앨범이며, 그가 영향을 받은 문학가와 문학가가 처한 시대적 상황 등이 중첩적으로 맞물려 더욱 깊은 심연속에서의 고뇌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전작보다 더 무게감 있고 깊이가 있어진 점을 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저는 역사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도 배울수 있지만, 나치 정권하에 있었던 모든 국가에서는 아마 정상적인 인간 행위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유대인을 숨겨줬다는 것이 들통나면 그 일가족들이 몰살 당하기도 하였으니 이런 반인륜적 행위를 일삼은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지 않을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인간의 극단전인 몰락을 통해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비극적인 역사들을 숨기고 더이상 피할것이 아니라, 스스로 되뇌이고 기억하며 눈앞에 마주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막스 리히터도 자신의 고뇌를 음악적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요? 물론 이러한 장치가 없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자세가 더 중요하겠지만 말입니다.




<Max Richter [Songs From Before], 2006> 




<Max Richter [Vivaldi - The Four Seasons Recomposed By Max Richter], 2012>




<Max Richter [Sleep] - Dream 3, 2015>



직역하자면, '그 이전으로부터의 음악' 이라는 타이틀로 돌아온 막스 리히터. 이번엔 그는 영국의 소프트 머신의 멤버 존 와이어트가 낭송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보고 영감을 받아 과거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아 음악으로 표현해냈네요. 막스 리히터의 음악 세계를 우선 접한 후에 음악을 들으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바라보게 할 것 인가에 대한 고민이 잘 느껴질 정도의 소울이 늘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살펴봐온 결과 그는 대게 역사나 인문학을 통하여 영감을 주로 받는 듯 하네요. 어떤 행보를 밟아 왔기에 이러한 음악적 언어를 구축하게 되었는지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막스 리히터의 개인적인 노력도 있었겠지만, 그가 받았던 교육이나 가정 환경에도 분명 영향이 있었을 것 이라고 생각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음악 교육에 있어서 좀 더 이상적이고 다른 예술 작품들 속에서 더욱 깊이감 있는 음악의 역할로 자리잡기 위해 막스 리히터의 음악과, 그와 같은 현대 음악가들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에 대해 연구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막스 리히터의 최고의 걸작을 2012년과 2015년에 각각 발표한 [Vivaldi - The Four Seasons Recomposed By Max Richter] 과 [Sleep]을 꼽고 싶습니다. 이 앨범들의 타이틀에 아주 간략하게 모든것이 함축되어 있죠. 전자는 말그대로 비발디의 사계를 전부 해체한 후에 그의 스타일로 재작곡한 앨범이고, 후자는 잠을 위해 만든 앨범으로, 수면 기간동안 계속 들을수 있도록 총 8시간의 러닝 타임을 가진 앨범 입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사실 누구나 알법한 클래식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곡이지만, 막스 리히터의 재해석된 사계를 들으시면 비슷한것 같지만 현대적인 무드가 더욱 짙게 느껴집니다. 기존의 구성 방식은 온데간데 없는채,  화성과 멜로디, 전개 등 모든 부분을 기존의 요소들로 완전히 재조립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도 전 음악이 가진 언어의 능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데요, 어떤 뜻을 이루는 말이나 글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에 의해서 다르게 표현 됩니다.  즉 다시 말해, 어떻게 표현 되었던 상관없이 그것이 지닌 본질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한 본질, 정신이 먼저 갖추어 졌을때야말로 우리가 무엇을 표현하던 간에 중요하지 않게 되고, 또 진정한 문화 국가가 되기 위해선 작은 일이라도 정신을 담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Max Richter - On The Nature Of Daylight>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셔터 아일랜드' 에도 삽입 되었던 그의 트랙 <On The Nature Of Daylight> 그의 곡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한데요, 사실 전 셔터 아일랜드 보다는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에 삽입되었을 때가 더 좋은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영화 역시 언어에 관련된 영화인데요, 극중에서 지구에 착륙한 외계인의 언어에 대해 연구하는 여성 언어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외계인의 언어가 음성이 아닌 이미지로 표현되는, 선험적인 형태를 지녔기 때문에 그것을 해독하고 외계인과 소통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 이영화는 단순히 외계인이 아닌 더욱 깊은 철학적 메세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와서, 막스 리히터를 포함한 현대 음악 작곡가들은 이렇게 영화 감독들과의 협업을 통하여 다방면으로 영화의 이해와 몰입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음악을 우리는 BGM, 다시 말해 백 그라운드 뮤직 이라고 부르는데, 전 이 어감이 조금은 불만족 스럽습니다. 영화와 음악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것인데, 왜 영화 뒤에 깔려 있다는 것을 전제하로 하는지 말입니다. 


전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음악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음악인것은 무엇이며, 음악이 아닌것은 무엇일까요? 전 이세상 모든 소리와, 언어와 시지각적 감각들 전체가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의 형태가 어떤것이 되었든, 우리는 그것을 이루고 있는 단순한 표면을 넘어 그안에 내재된 실체를 볼 줄 알아야만 합니다. 오늘은 영화를 통해 음악이 가질 수 있는 단순한 청각적 요소로서의 역할이 파괴됨과 동시에 감각의 위계에 대한 저항, 그리고 영화와 분리된 요소가 아닌 하나로 융합된 필수적 예술요소로써 자리매김 해야하며 권위있는 음악 아카데미들의 교육과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음악적 언어를 구축할 수 있게 된 배경 등을 철저히 연구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음악의 가능성을 더욱 넓고 깊게 펼쳐 나가야만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 그런데 저의 이런 바램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과연 어떤 음악이 나올까요? 열린 결말이니 상상은 여러분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 PAGE TOP
WRITTEN BY 김세영

SSC MUSIC : 29TH TRACKLIST

SECTION : MUSIC   2018.03.02 18:44


 


 


 

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길었던 설 연휴를 뒤로한 채 3월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3월은 여러모로 시작의 의미가 큰 달로 느껴지는데요, 모든 학생들은 새학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또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기 때문에 활기참이 느껴져서 그런지 전 매우 좋아하는 달인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날씨가 많이 풀렸고 옷차림도 많이 가벼워졌기에 좀 더 가벼운 느낌으로 가야하나 싶었지만 아직은 조금 이른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이번 트랙리스트 에서는 뉴에이지와 테크노, 딥하우스와 하우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더불어 삼청점에 비해 서울숲점의 분위기가 조금 더 차갑기 때문에 하나의 트랙리스트로 두 매장의 분위기의 밸런스를 맞춰야 해서 트랙리스트를 짜기 전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고민 끝에 이전 트랙리스트에서 선보여 드렸던 느낌과 비슷하게 가되 처음과 끝 두 구간에 많은 하우스 트랙들을 삽입하여 지루하지 않게 분위기를 끌어나가보려고 시도하였으며, 또한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맨첫과 맨끝 트랙은 비교적 웅장하면서 잔잔한 분위기의 트랙으로 삽입하고, 중간 구간에선 미니멀한 테크노 트랙들을 삽입하여 템포를 조절하였습니다.


첫번째 트랙으로 블레이드러너 2049의 감독이자 차세대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화 감독 드니 빌뇌브의 시카리오, 컨택트, 프리즈너스 등의 음악 감독을 맡은 작곡가 요한 요한슨의 뉴에이지 트랙으로 시작한 후, 이 트랙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Bwi-Bwi와 미국의 Josh Mace가 함께 프로듀싱한 1분 이상의 덥 구간으로 구성된 오프닝을 가진 딥 하우스 트랙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립니다. 이후에 독일의 딥 하우스 프로듀서 Midas 104 (마이다스 104)  Christian Löffler (크리스챤 뢰플러)가 들려주는 딥 하우스를 거쳐 미국 켄터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하우스 프로듀서 Amtrac (암트랙)이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슈게이징 밴드 Sigur Ros의 곡을 멋지게 하우스로 리믹스한 트랙으로 빠른 리듬을 유지한 채 조금 더 밝은 분위기로 전환시켜 줍니다. 이후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의 하우스 프로듀서 Delano Smith (델라노 스미스)가 들려주는 하우스 트랙은 이전의 딥하우스 트랙들이 들려준 테크노와 같은 리듬의 노선을 살짝 틀어 더욱 경쾌한 리듬으로 여러분의 귀를 열어드립니다. 이후 점점 더 고조될것만 같았던 신나는 리듬을 아이슬란드의 Olafur Arnalds (올라퍼 아르날즈)와 Janus Rasmussen (야누스 라스무센)이 결성한 미니멀 테크노 듀오 Kiasmos (키아스모스)의 테크노로 다시 한번 템포를 살짝 낮춥니다. 이어지는 영국 런던의 Max Cooper (맥스 쿠퍼)와 Nils Frahm(닐스 프람)의 트랙들을 거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하우스 트리오 Fresh & Low (프레쉬 앤 로우)가 1997년에 릴리즈한 하우스 명곡 <New Life>로 템포를 한층 더 높입니다. 이후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실험적인 하우스 듀오 Session Victim (세션 빅팀)과 헝가리의 프로듀서 Viktor Udvari (빅토르 우드바리), 디트로이트의 하우스/ 테크노 프로듀서 Omar-S (오마르 에스)의 하우스 트랙으로 쉴틈없이 포-투더 플로어의 리듬을 이어나갑니다.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트랙으로는 1990년대 맨체스터를 매드체스터로 만들었던, 테크노와 하우스 문화의 기폭제 역할이 되어준 클럽들 중 하나인 하시엔다에서 오랜 기간동안 활동하였고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초의 슈퍼스타 디제이 Sasha (사샤)의 라이브 공연 Re:Fracted 에서 오케스트라 세션들과 함께 공연한 1999년 릴리즈 된 그의 손꼽히는 명곡 <Xpander>의 라이브 공연 실황곡으로 웅장하게 마무리 지어집니다.  


수많은 음악들을 들어오며 살고 있지만, 클럽, 댄스 문화와 뗄레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일렉트로니카, 그중에서도 댄스뮤직은 저에게 유독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몇년간 이 음악을 들어오며 과연 댄스뮤직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았는데요.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춤추는 것을 좋아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순간이 있기도 하고 무아지경에도 이르게 하는 이 음악의 개념을 단순히 춤을 추기 위한 목적으로만 남겨두는 것, 이것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두는것은 더 깊은 음악 애호가가 되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걸 넘어서 이 나라의 문화 전체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느꼈습니다. 진정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왜 좋아하는지 분명히 말로써 또는 글로써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까지의 음악은 '소리'의 개념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오로지 청각만으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었지만 1950년대 당시 독일의 유학생이었던 한 아시아인 청년에 의해 음악의 개념은 행위로써 표현이 되고 음악은 비로소 청각을 넘어서 시각적, 촉각적으로도 느낄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태를 '감각이 전복 되었다.' 라고 종종 표현하는데, 그 유학생은 행위를 통하여 음악을 전시하고 온 몸과 일상속의 도구들, 일상의 소리들로 이루어진 각종 소음들을 이용하여 예술과 일상의 경계 역시 전복 시키고자 하였으며 이는 음악을 넘어 우리의 정신을 옥죄여 온 전통과 질서에 반기를 드는 혁명적 운동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곧 독일의 요셉 보이스와 오노 요코 등과 함께 이런 전위적 예술 운동을 그 이름도 유명한 플럭서스를 통해 펼쳐나가는데, 그 유학생은 바로 고 백남준 선생님 입니다.


같이 근무하는 멤버의 선물을 통해 고 백남준 선생님과 아방가르드가 예술사에서 가지는 의의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곧 저만의 댄스뮤직에 대한 구체적인 논리적 구축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음악을 청각 이라는 감각을 이용해서 접하게 되지만, 춤을 춤으로써 이 청각이라는 감각은 온몸으로 전이 됩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러한 감각의 전이는 사실 상호 의존하고 있으며, 앞서 말했던 현상인 감각의 전복이 춤을 추는 동안 쉴틈 없이 이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저에게 있어 댄스 뮤직은 아방가르드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 백남준 선생님에 이어 우리는 얼마전 또 다른 아방가르드 뮤지션인 황병기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고 황병기 선생님을 그저 가야금 명인으로만 기억하는 것과 고 백남준 선생님 역시 그저 행위예술가로만 기억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과거에 묶어놓고 동족의식으로 치장된 허세와 자아도취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몇번을 언급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 역사속에 큰 지표를 제시했던 그분들의 흔적을 추적하고 그들의 사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러한 사유들이 어떠한 지도를 그렸는지에 대해 더욱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오늘은 고 황병기 선생님의 대표곡인 미궁에 대한 소개를 간단하게 해드리며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황병기 - 미궁>





학창시절 누구나 접했을법한 전설의 게임이 있죠. 화이트데이 라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공포게임인데요, 이 게임의 명성만큼 유명해진 곡이 있습니다. 바로 그 이름도 오싹한, 황병기 선생님의 <미궁> 입니다. 사실 이곡은 모르고 들으면 오컬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서운 곡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곡의 첫 공연 당시 충격을 먹은 여성 관객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 나가는 등의 소동이 있었고, 70년대에 발표된 후에 너무 쇼킹하여 연주 금지를 받게된 곡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알고 들으면 이곡이 이렇게나 깊은 의미를 가졌다는 사실에 대부분 놀라게 되실겁니다. 지금부터 이 곡이 구성된 네가지 부분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음하는 목소리로 시작하는 부분 :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무언가를 읊조리는 듯하기도 하고 앓는 듯한 목소리는 공포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히 차갑습니다. 마치 얼음같은 동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면서 날카로운 가야금 소리가 귀를 긁기 시작합니다.  이 부분은 인간의 탄생을 뜻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탄생은 우주를 떠돌아 다니는 인간의 영혼을 불러오는 과정인 '초혼'을 뜻하는데, 즉 산사람이 아닌 죽은 사람을 다시 부른다는 의미에서 저는 불교적 메타포 역시 함의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불교적 메타포는 이어지는 부분에서도 나타납니다.




<고 황병기 선생님>




웃음소리, 울음소리, 신음소리가 이어지는 부분 :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소리가 도대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미묘한 감정적 충돌이 연속되는 부분인데요, 모든 인간이 문화나 언어와는 상관 없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소리를 담은 것이라고 하네요. 제가 생각했을 땐 인종이나, 시대 역시도 거스를 수 있는 언어가 바로 이런 소리들인것 같습니다.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고유의 소리가 있듯이, 모든 물질이나 물체에도 소리가 있지 않을까요? 언어가 의사 소통이 아닌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보게 된다면 언어가 사실은 인간이 있기 전부터 태초에 이미 존재 했던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문 읽는 소리를 내는 부분 : 대개 연주 당일 발간된 신문에 수록된 기사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읽는 듯하며, 처음에는 천천히 또박또박 읽지만, 가면 갈수록 목소리의 음역대가 높아지고 빨라져서 나중엔 마치 빨리 감기를 한듯 알아 들을수 없는 말로 굉장히 빨리 말을 합니다. 이 부분은 문화와 문명을 이루고 있는 인간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문명의 발달은 인간에게 풍요롭고 지혜로운 삶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잔혹함과 이기적임, 폭력성도 안겨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진정 편리한 시대인지, 더욱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때때로 우리는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부분들에 대해 스스로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반야심경의 마지막 부분을 외우는 부분 : 반야심경의 마지막 부분을 천천히 길게 늘어뜨려 읊조리는 부분 입니다. 짧은 멜로디를 툭툭 던지듯이 연주하는 황병기 선생님의 가야금 선율 위에서 어우러지는 반야심경은 저절로 명상의 시간에 잠기게끔 유도합니다. 이 곡의 주제가 인간의 희노애락과 더불어 인생 한 주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깨달음을 얻고 피안(불교에서 해탈에 이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으로 넘어가자'는 뜻을 가진 이 부분은 죽음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황병기 - 춘설>




<황병기 - 비단길>


<황병기 - 침향무>




지금까지 총 네 구간으로 나누어 황병기 선생님의 미궁에 관해 소개해드려 보았습니다. 이 설명들을 보고 다시 들어보시면 아주 많이 다르게 음악이 들린다는 걸 분명 느끼실 것 같습니다. 인간의 희노애락, 탄생과 죽음, 언어 이전의 언어 라고 표현될 수 있는 원초적 언어들. 다소 원초적이면서 인간의 세계를 초월한듯한 내용의 이 곡을 국악이라는 장르로 작곡했다는 것을 진정 아방가르드가 아닌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미궁을 포함하여 황병기 선생님은 생애 동안 총 다섯개의 정규 음반을 내셨고,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도 활동 하며 국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으셨던 분이었습니다. 유투브로도 황병기 선생님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지만, 저는 다음 휴무엔 세운상가 옆에 위치한 서울레코드에 방문하여 그의 앨범을 몇가지 구입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제 자식들에게 씨디를 보여주면서 우리나라에도 아방가르드적 음악 세계를 국악으로 구축하셨던 선구자가 있었음을 자랑스럽게 말해줄 것입니다. 




<Sasha - Xpander (Re-Fracted : Live At The Barbican)>




본명 알렉산더 코(Alexander Coe)라는 이름을 가진 디제이 사샤(Sasha)는 1969년 영국의 웨일즈 지방에서 태어났습니다. 유년기 시절 스팅의 폴리스(The Police)나 뉴웨이브 밴드인 더더(The The) 같은 유명 밴드들의 음악을 즐겨 들으며 음악적 감성을 키워나갔고, 영국의 아이들이 한창 축구에 미쳐있을 법한 열일곱살 이라는 나이에 그는 대학교 입학 자격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총명했습니다. 그 당시 아버지와 재혼한 계모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고, 머지 않은 미래에 맨체스터에서 최초의 슈퍼스타 디제이/프로듀서로 발돋움 하게 도와줄 본격적 음악 활동이 그렇게 시작하게 됩니다.




<Alexander Paul Coe, Aka Sasha>



<Sasha & John Digweed Live at Ultra Music Festival 2017>



1988년 부터 영국 맨체스터(Manchester)에 위치한 한 펍에서 30개의 바이닐로 디제잉을 하며 데뷔 무대를 치르게 되고, 이후 클럽 하시엔다(The Hacienda)에서 본격적인 레지던트 활동하기 시작한 사샤는 자신이 직접 리믹스한 애시드 하우스(Acid House) 음악을 플레잉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명성을 높이기 시작합니다. 하우스의 본고장은 사실 미국의 시카고 이지만,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며 인기가 급부상 하기 시작하게 된 국가는 바로 영국입니다. 그중에서도 런던보다 북부에 위치한 맨체스터에 하시엔다는 하우스 무브먼트의 중심지였습니다. 하시엔다는 영국을 대표하는 뉴웨이브 그룹 뉴오더를 배출한 전설적인 레이블 팩토리 레코즈에서 만든 클럽이었습니다. 오픈후 처음 몇년간은 적자였으나, 1985년 누드 (Nude) 라는 이름의 하우스 음악 파티로 본격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맨체스터에서의 활동 이후 사샤는 90년대 초반엔 유명 클럽 겸 레이블인 르네상스 (Renaissance) 레지던트 디제이로 진출하게 되면서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함께 펼쳐가고 있는 그의 파트너 존 딕위드 (John Digweed)를 만나게 됩니다. 




<Sasha & Digweed Northern Exposure Expeditions CD1>




서로 비슷한 이상향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1997년부터 매년 각자의 음악적 성향을 적절히 융합하여 르네상스 레이블을 통해 이들은 Leftfield , Fluke , 2 Bad Mice 와 같은 아티스트들의 트랙을 자신들의 오리지날 트랙과 함께 믹스하여 3장의 [Nothern Exposure] 시리즈 앨범을 발표해 백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게 됩니다. 바야흐로 디제이 전성시대. 이때 당시엔 오리지날 트랙이 수록된 정규 앨범이 아닌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곡을 믹스해 만든 이런 믹스테잎도 정말 잘 팔렸다고 하네요. 이 두명의 슈퍼스타 디제이의 인기 고공행진을 멈출줄을 몰랐습니다. 거대 레이블 울트라 레코드(Ultra Records)의 제의를 받아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미국 투어는 물론이며 뉴욕 최고의 클럽 트와일로(Twilo)에서 레지던트 디제이로도 활동하며 그 위상을 나날히 높혀가게 됩니다.


초기 사샤의 작업물들은 영국의 레이브 컬쳐에서 영향을 받아 거친 스타일을 보여주었으나 1990년대 초반에는 좀 더 어두운 스타일의 하우스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였고 르네상스 시절엔 Moby, Spooky, Leftfield 등의 영향을 받아 팝 기반의 사운드 역시 흡수하게 됩니다. 이후 [Xpander] 발표를 하기까지엔 Armin Van Buuren, Sven Vath 등의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트랜스에서도 영향을 받게 되며 점진적으로 더욱 굳건한 정체성을 굳혀나가게 됩니다.




<BT - Remember (Sasha's Remix)>




<Bedrock Feat. KYO - For What You Dream Of>




사샤의 레지던트 디제이로서의 활동은 영국 런던의 패브릭(Fabric), 스페인 이비자의 스페이스(Space)에서도 이어졌으며 그는 미국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BT, Seal등의 아티스트들의 트랙들 프로듀싱에 참여한 이후 Orbital의 리믹스를 맡아 96년 ‘올해의 리믹스’ 상을 수상하였으며, Madonna 의 <Ray of Light>와 GusGus 의 <Purple>을 리믹스 하여 더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닌 아티스트로 확립하게 됩니다. 1997년엔 존 딕위드와 사샤는 각자 [Bedrock Records]와 [Excession Records]라는 이름으로 레이블을 설립하게 됩니다. 사실 Bedrock은 존 딕위드의 데뷔시절부터 사용해오던 가명이었는데, 1993년에 프로듀싱 파트너 닉 뭐(Nick Muir)와 함께 Bedrock 이라는 이름하에 <[For What You’re Dreamed Of] 라는 타이틀의 싱글 앨범을 발매하게 되고, 이 곡은 영국 클럽씬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1995년엔 영화 트레인스포팅에 삽입되며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됩니다.




<Sasha & John Digweed Presents [Delta Heavy] Live At Detroit>




또 이후 이들이 레지던트 디제이 활동을 해오던 클럽 트와일로가 폐업하게 되고, 이들은 'Delta Heavy' 라는 디제잉과 레이저 쇼와 비디오 프로덕션을 결합한 투어를 기획하였고  이 투어로 디제이와 클럽 문화가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델타 헤비 투어 이후에 이들은 각자의 활동으로 인하여 공동 작업을 하기에 무리가 갈 정도의 스케줄을 소화해야만 했고, 이 듀오의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게 됩니다.




<Sasha ‎– Global Underground 009: San Francisco (CD 1)>




<Sasha ‎– Global Underground 009: San Francisco (CD 2)>




<Sasha - Xpander>




1999년 사샤는 마리아 네일러(Maria Maylor)를 피쳐링한 싱글 <Be As One>을 발표해 싱글 차트 20위 안에 드는 쾌거를 거두었고 2000년 여름 진정한 아티스트로서 그의 잠재력이 완전히 발현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는 최고의 명곡 <Xpander>가 수록된 [Xpander Ep]를 발매하여 앨범 차트 18위를 기록하였습니다. 1999년과 2000년 영국의 [Global Underground] 레이블에서 발매한 [GU #009 San Francisco]와 [GU #013 Ibiza] 라이브 믹스 앨범은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샌프란시스코 라이브 믹스 앨범은 그의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Xpander> 트랙 같은 경우, 오리지날 트랙과 저희의 트랙리스트에 삽입되어 있는 2017년 오케스트라 라이브 버젼과 비교하여 감상해보시면 좀 더 재미있게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리지날 트랙 같은 경우, 빠른 BPM의 트랜스와 같은 분위기의 트랙인데 라이브 버젼에서는 곡의 전개는 물론 BPM도 길게 늘어뜨려 좀 더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네요. 





<Sasha -‎ [Airdrawndagger], 2002>




<Hot Chip - Flutes (Sasha remix), 2012>




2002년 최초의 정규 아티스트 앨범 [Airdrawndagger]를 발표한 사샤는 에이블톤 라이브(Ableton Live)와 턴테이블을 함께 사용하여 라이브 공연을 펼치며 기술적으로도 진보된 아티스트임을 스스로 증명해냈습니다. 그는 2004년 에이블톤을 이용한 [Involver] 앨범을 발표한 후 [Fundacion]이라는 이름으로 뉴욕의 Crobar, LA의 Avalon, 이비자의 Space와 같은 클럽에서 정기적으로 파티를 열기도 하였고, 이어 2005년 여름 뉴욕에서 열린 [Fundacion] 의 라이브 실황을 담은 동명의 앨범이 글로벌 언더그라운드를 통해 발표 되었고 사샤는 기술적으로도 진보된 아티스트로써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샤의 소개와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트랙은 바로 2012년 발표된 Hot Chip의 곡을 매력적인 테크하우스로 리믹스한 곡 입니다. 이때 당시가 전 너무나도 생생히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전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의 학생이었고, 일렉트로니카를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 이곡을 밤에 혼자 들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뭐랄까요. 마치 기쁘거나 슬플때, 외롭거나 심심할때 등 언제 들어도 저를 위로해주는 느낌을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받고 있습니다. 아, 특히 이곡은 당시 꽝꽝 울려대는 일렉트로 하우스 같은 장르들이 비트포트의 차트를 장악할 당시, 그런 곡들 사이에서 테크하우스 라는 장르의 곡으로 1위를 한 위엄을 보여주며 일렉트로 하우스를 비롯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등의 메이저 씬의 헤게모니를 잠시동안 섭렵하여 1세대의 클래시컬함을 증명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때 당시의 기분을 전해드리고 있으니 클래식은 영원하다 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 나네요. 오늘 퇴근길에 이곡을 들을 생각을 하니 창문 너머 노랗게 변해가는 노을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없네요. 마지막으로 Sasha의 Xpander를 연주한 Sasha의 Re:Fracted 라이브의 다른 곡들과 함께 사샤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무드있게 주말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께 적극적으로 추천해드립니다.




<Sasha - Battleships (Re:Fracted : Live At The Barbican))>




<Sasha - Wavy Gravy (Re:Fracted : Live At The Barbican)>




평창에서 개최된 동계 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사실 전 텔레비전을 아예 시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올림픽 경기를 관람한 적은 행사 기간동안 한번도 없었네요. 이번 동계 올림픽이 그래도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는 소식을 뉴스 기사로 접했는데요, 사실 전 올림픽을 통해 얼마나 많은 수익이 창출되었냐가 성공의 판단 기준이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얼마나 흡수하려고 했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운동을 통해 선수들은 승리와 패배, 서로간의 화합을 통해 전세계인들이 진정한 평화를 실현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에만 이루어지는 평화가 진짜 평화인가 과연 의문이 듭니다. 


실은 우리 인생도 올림픽도 다름 없습니다. 누군가는 노력하고, 누군가는 안주하고, 누군가는 정치를 통해 승리를 취하려 하고, 실패를 딛고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한번의 실패로 좌절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죠. 이 모든걸 이기고 성장해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메달을 걸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의 삶의 태도 자체가 올림픽이 되어야만 합니다. 서로의 승리와 패배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도 조금씩 본받아야겠다고 느꼈으면 좋겠지만 제 욕심이 너무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느낄수는 없겠죠. 그러나 어린 아이들이 부모들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듯이, 삶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말과 행동이 타자의 자아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진정한 교육은 스스로가 먼저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 보았을때 전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이 그래도 점점 고취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미래에 우리나라에서 다시 한번 올림픽이 열리게 되었을땐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올림픽 정신을 흡수하고 실천하게 된다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 PAGE TOP
WRITTEN BY 김세영

SSC MUSIC : 28TH TRACKLIST

SECTION : MUSIC   2018.02.04 15:34




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어느새 2018년의 1월도 지나가버리고 2월이 찾아왔네요. 1월의 마지막 날인 1월 31일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희 슬로우스테디클럽의 두번째 공간 Slow Steady Club Discovery가 서울숲에서 여러분께 처음으로 소개해드린 날입니다. 원덕현 실장님께서 처음 이 공간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을때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인 2001 :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언급 하셨는데, 전 우주의 텅 빈 공간과 진공의 상태, 그리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었고 그 분위기를 이 트랙리스트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트랙리스트 에서는 앰비언트와 덥 테크노, 딥하우스와 하우스의 장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처음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조금씩 빨라지는 템포에 따라 장르를 변환하는 방식으로 구성해보았습니다. 우선 차이코프스키의 마지막 제자에게 클래식 피아노 교육을 받은 독일의 프로듀서 닐스 프람과 아이슬란드의 프로듀서 올라프 아르날즈의 잔잔한 네오 클래식 트랙으로 시작을 알립니다. 이후에 그리스의 프로듀서 멜로르만의 다운템포와 앰비언트 트랙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금 고조시킨 후에 러시아의 테크노 프로듀서 Deni Diezer의 덥 테크노 트랙들과 세르비아의 <Tehnofonika Records>, 이탈리아의의 <Biorecordings>, 헝가리의 <Moira Audio> 레이블에서 찾은 덥 테크노 트랙들로 몽환적인 분위기에 리듬을 가미하여 집중을 유도해보았습니다. 


덥 테크노에서 딥 하우스로 전환되는 시점에는 런던의 <Rhythm Section Intl> 소속 아티스트들이 들려주는 딥 하우스 트랙들은 조금 더 빨라진 템포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켜줍니다. 이후 캐나다 몬트리올을 기반으로 한 매거진 <Bolting Bits>에서 소개하는 딥 하우스 트랙과 영국 런던의 레이블 <Just Music Label>에서 소개하는 앰비언트 하우스의 트랙을 거쳐 노르웨이의 피아니스트이자 프로듀서로 활동중이며 재즈 레이블 <Jazzland>의 수장으로 활동중인 Bugge Wesseltoft(부게 베셀토프트) 와 독일의 테크노, 하우스, 누재즈 등을 기반으로 하여 디제이와 프로듀서로 활동중인 Henrik Schwarz(헨릭 슈바르츠) 로 결성된 듀오 Bugge Wesseltoft & Henrik Schwarz의 재즈 앰비언트 트랙을 각각 독일 베를린의 Yves & Malik (이브스 앤 말릭) 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Daniel Zuur (다니엘 주르)가 아주 멋지게 하우스로 리믹스한 트랙을 소개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 활동중인 현대 음악의 거장 Ludovico Einaudi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뉴에이지 트랙을 호주 시드니의 하우스 프로듀서 Alex Daniell가 리믹스한 트랙으로 마무리 됩니다. 즐겁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Ludovico Einaudi>




이 사진은 합성 사진이 아닙니다. 피아니스트의 발 아래에 있는 것은 북극 바다위에서 떠도는 빙하 조각이 아닌, 인공적으로 설치된 빙하 모양의 무대입니다. 이것은 이탈리아의 현대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인 Ludovico Einaudi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와 그린피스가 협업하여 진행한 지구 환경 보존 캠페인의 일환으로 펼쳐진 퍼포먼스 입니다. 이 퍼포먼스에서 그는 'Elegy For The Arctic' 이라는 곡을 연주하는데, 연주 중간에 실제로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드라마틱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며 인간들로 인하여 파괴된 자연의 고통을 극대화시켜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실 이 아티스트를 소개하면서 제일 첫번째 사진으로 무엇을 올릴지 꽤나 고민되었습니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일렉트로니카적인 요소를 결합해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음악과 뉴에이지 등의 여러 장르를 섭렵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가진 음악적 다양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라이브 공연 중 여러 세션맨들과 찍힌 사진을 처음에 골랐었지만, 그런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인간의 삶에서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제일 아름답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잠시 생각해보고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시게 되면 이 남자가 어떤 음악가인지 궁금하지 않을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에 관하여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Ludwig van Beethoven>




<Franz Joseph Haydn>




<Wolfgang Amadeus Mozart>




우선 이 아티스트의 관해 설명을 드리기 전에 '클래식' 이라는 단어에 기원을 추적하여 역사에 따른 개념의 변화를 알아봄으로써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Classic (클래식) 이라 하면 보통 우아하고, 고상하며 어렵고, 지루한 이미지를 가지는 단어 입니다. 클래식은 넓은 의미로는 전통적인 서양 음악을 표현하며, 특정 연대에 있어서는 하이든, 모짜르트, 베토벤 등이 활동했던 유럽의 고전시대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음악뿐만 아니라 예술에서 장르를 불문하고 특정의 다수 작품을 가리켜 클래식 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말 그대로 '고전' 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어가 중세시대 유럽에서 어떻게 다시 표현되기까지 이르렀을까요?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클래식의 어원은 라틴어 '클라시쿠스(Classicus)'로, 기원전 6세기 경 고대 로마 시민의 6계급 중 최상위의 계급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고로, 그당시의 클래식 음악은 최상급 계급, 즉, 부자들이 우아하고 고상하게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의미로 군인의 최고 지위를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중세시대 말을 지나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 들면서 클래식 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조금 달라지게 되는데요, 그때 당시 유럽인들에게 고대 로마인들의 예술성은 본받아야 할 정신의 모범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고대 로마 시대의 예술을 통틀어 클래식이라고 총칭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클래식 음악의 목적은 단순한 오락 보다는 삶과 정신적 풍요로움을 위한 교양 목적의 음악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우리의 삶과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는 음악.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 하는것이 인간에게 있어서 의무는 아니지만, 이 음악이 기저에 놓여져 있는 고대 로마 시대의 정신,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선조들의 켜켜히 쌓여온 사유의 흔적들을 탐구하며 아름다운 삶과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고 하는 자세는 저에게 있어서 의무를 넘어 삶의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클래식 음악의 정신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는 어떤 방식으로 계승해나가고 있을까요? 앞에서 보았던 그린피스와의 프로젝트를 통해 펼쳐진 퍼포먼스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유년기 시절부터의 행보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Ludovico Einaudi>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는 이탈리아의 북부 피에몬테주의 토리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할아버지인 루이지 에이나우디는 이탈리아의 2대 대통령이었으며, 아버지인 줄리오 에이나우디는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출판업자 였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의 집안은 꽤나 풍요로웠을 것으로 예상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풍요로웠던 가정 환경보다 그의 유년기에 직접적으로 영향 끼쳤던 것은 어머니였습니다. 그의 어머니인 레나타 알드로반디는 어린 아이인 루도비코에게 자주 피아노를 연주해 들려주었는데, 그녀의 아버지 (즉 루도비코의 외할아버지)인 왈도 알드로반디는 제 2차 세계 대전 후에 호주로 이주한 피아니스트, 오페라 지휘자 및 작곡가였습니다.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고 외할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탓일까요? 그는 10대라는 이른 나이부터 본격적으로 민속 기타를 이용하여 작곡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에 들어가 음악 공부를 하기 시작하는데, 1982년에 학위를 수여한 기록이 있는것으로 보아 1970년대 중후반에 공부를 시작하였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그는 루치아노 베리오에게 오케스트라 수업을 받았고 탱글우드 음악제에서 장학금을 수여하기도 합니다. 그에 따르면, 루치아노 베리오는 아프리카 음악과,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음악에 매우 관심이 많았었다고 하네요. 이런 음악에 대한 열린 사고 방식을 가진 스승의 가르침은 미래에 그가 클래식에 일렉트로니카와 재즈 팝 민속 음악 등을 크로스오버하여 작업물들을 선보이는 그의 음악 형태에도 꽤나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 됩니다. 


밀라노에서 음악 공부를 마친후에 그는 몇년간을 전통 음악을 작곡하는데에 시간을 보냅니다.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색다른 결과물을 선보이기로 하는데, 다름 아닌 발레와 무대극이었습니다. 1984년 극작가인 안드레아 드 카를로와 함께 발레 연극 'Sul filo d'Orfeo'의 작곡 작업을 함께 하여 주목을 받았으며 1988년에 같은 팀들로 구성된 발레 연극 'Time Out'을, 1991년엔 'The Emporer'를 작곡하여 이탈리아 최고의 고전무대인 베로나 오페라 축제에서 오페라 발레극을 발표합니다. 1997년에는 'E.A Poe' 라는 무성 영화에 자신이 작곡한 사운드 트랙을 얹는 등의 작업물도 발표하여 그의 작업물들은 이때 당시 대체로 연극과 영화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는 자신을 평가하는 수식어로 자주 따라붙는 '미니멀리스트' 라는 단어에 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정의하는것을 싫어하지만, '미니멀리즘'이 우아하고(Elegance), 개방적인(Openness) 음악을 지칭하는 단어라면, 나는 다른 어떤것들보다 미니멀리스트로 불리고 싶다.'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렸던 류이치 사카모토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자신 또는 자신의 음악이 특정 장르로 구분되는 행위에 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들은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가지고 있는 독창성과 여러 요소들은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색해질 정도의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혼자 명상하거나 독서를 할때 자주 듣고는 합니다. 그의 라이브 공연 영상과 함께 여러분도 깊은 생각에 잠기시거나 집중하실때 들어보시면 더욱 아름답게 들려올 것 같습니다.




<Ludovico Einaudi Elements Live, 2015>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이 개최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역대 올림픽 주제곡들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부터, 2016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로 올림픽까지 정리해보았습니다. 정보가 많이 없는 곡들은 꽤 부족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지만, 제가 소개해 드리고 싶은 곡이나 아티스트 위주로 최대한 알차게 구성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Rene Simard - Bienvenue a Montreal>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올림픽 역사상 첫 테마곡이 탄생하게 됩니다. 청중들 앞에서 흥겹게 노래하고 있는 바가지 머리의 소년을 한번 보세요. 짧은 자켓과 통큰 나팔바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 였었나 봅니다. 이 최초의 올림픽 테마곡을 부르게 된 영광을 안게된 소년은 퀘백 출신의 15살의 르네 시마르 입니다. 현재까지도 가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곡 및 프로듀싱은 샹송으로 유명한 프로듀서 르네 안젤릴으로 대표곡으로는 'Non pleure pas', 'L'oiseau'이 있습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Tõnis Mägi - Olympiad>


러시아의 서쪽에 위치하여 발트해에 맞 닿아 있는 작은 국가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에스토니아 인데요, 이름만으로도 생소한 이 에스토니아에서 두번째 올림픽 주제곡을 부르게 된 영광을 누린 가수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토나스 마기 인데요, 그는 에스토니아의 록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음악가 중 한명으로  가수이자 기타리스트, 배우로도 활동중인 아티스트 입니다. 특히 1970 - 1980년대엔 에스토니아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했었습니다. 아, 그 당시라면 러시아가 아니라 소비에트 연방국 (소련) 이었겠네요. 1987년 반소비에트 혁명인 '노래하는 혁명'을 통해 그는 'Koit'이라는 곡을 발표하였는데 이 곡을 에스토니아에서 자유의 상징으로 불리는 송가로 불러지게 되며 그의 노래와 함께 그 역시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John Williams - Bugler's Dream Olympic Fanfare And Theme>


우리가 통상적으로 TV에서 방영해주는 올림픽 방송들을 볼때, 중간중간에 흘러 나오는 음악들은 대부분 음악감독인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곡들입니다.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의 테마곡으로 사용된 이곡은, 리용과 파리 음악원에서 라벨, 당디 등의 음악가와 작곡을 공부했고, 미국으로 이민가서는 헐리우드에서 영화음악등의 작곡가, 기획가등으로 활동한 Leo Arnaud의 'Bugler's Dream' 이라는 곡을 편곡하여 제작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노래의 제목은 두개의 제목이 합쳐진 타이틀로 불리우곤 하는데, 이곡은 미국에서 ㅎ학교 졸업식에 재생되는 음악으로 자주 쓰인다네요. 사실 저는 잘 모르겠으나 미국인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음악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존 윌리엄스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절친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음악감독 입니다. 그는 엔니오 모리코네, 한스 짐머와 더불어 생존하고 있는 영화음악계의 거장 중 하나로 <죠스> 와 <스타워즈>시리즈의 장엄한 배경 음악들을 작곡하며 스타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해드렸던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테마 주제곡을 맡은 이후부터는 미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영화음악 작곡가가 되었다고 하네요. 그는 특히 리하르트 바그너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죠스>, <스타워즈>, <슈퍼맨>, <E.T.>, <인디아나 존스>, <JFK>, <라이언 일병 구하기>, <쥬라기공원>, <해리포터> 에서 웅장하고 장엄한 스케일의 음악을 들려주고, <쉰들러 리스트>, <뮌헨> 등에선 우울하고 잔잔한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쥬라기공원의 테마곡을 참 좋아합니다.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공룡 이라는 생물은 아직까지 저에게 가장 멋진 판타지로도 남아있기 때문인데요. 퇴근길에 오랜만에 쥬라기 공원 테마곡을 들어야겠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추억으로 남아있는 영화 음악을 오늘 한번 들어보는게 어떠신가요? 그 곡 역시 아마 존 윌리엄스의 곡일지도 모릅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Giorgio Moroder - Reach Out>


2014년에 발표되어 큰 이슈가 되었던 전설적인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듀오 Daft Punk의 정규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의 3번 트랙 'Giorgio By Moroder' 라는 곡을 들어보셨나요?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남성의 내레이션이 계속 되는데, 이 내레이션의 주인공이 바로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릭핌 테마곡의 작곡가이자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프로듀서 조르지오 모로더 입니다. 




<젊은 시절의 조르지오 모로더>




<Giorgio Moroder Live At 'I Feel Love' 40 Years Celebration Brooklyn>




조르지오 모로더는 1970~80년대에 신시사이저를 통한 혁신적인 연주를 통하여 일렉트로니카, 뉴 웨이브, 하우스, 테크노 음악 등에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 입니다. 특히 디스코의 시대에 도나 서머와의 작품으로 알려 졌는데, 그가 만든 트랙이 바로 'I Feel Love' 인데, 이곡은 댄스 뮤직의 혁명이라는 호평을 받은 곡으로도 유명하죠. 모로더는 또한 뮌헨의 뮤직랜드 스튜디오(Musicland Studios)의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 레드 제플린, 퀸 그리고 엘튼 존 등 1980~90년대의 많은 가수들이 거쳐 녹음하였던 음악계의 성지 중 하나로 불리웁니다. 그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영화 음악 작곡으로 1978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고, 이후에도 1984년 영화 《플래시댄스》의 삽입곡 'Flashdance...What a Feeling' 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1987년 영화 <탑 건> 의 삽입곡 'Take My Breath Away' 로도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모로더는 총 3번의 오스카 트로피를 안는 영광을 누린 영화 음악과 일렉트로니카를 아우르는 엄청난 뮤지션 입니다. 


백발의 노인이 되었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디제이로도 무대에도 오르곤 합니다. 믹스맥 매거진, 카사블랑카 레코즈 그리고 스미노프가 합작하여 주최한 도나 서머의 'I Fell Love'의 40주년 파티에서 그는 아주 멋지게 디제잉을 하며 청중을 압도합니다. 청춘은 정말 외모가 아닌 마음의 상태라는 것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영상이기에 여러분께 꼭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이 말이 떠오릅니다. 청바지! (청춘은 바로 지금) 




<1988년 서울 올림픽 코리아나 - 손에 손잡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 곡을 모를수가 없죠. 코리아나의 전설적인 올림픽 테마곡인 '손에 손잡고' 입니다. 이곡은 전세계에 1,700만 장의 싱글 판매액을 올렸다고 추정되고 있으며 독일, 일본, 홍콩, 스위스, 스페인을 비롯한 17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올림픽 기간 중 라디오 방송 리퀘스트 1위를 달리는 등 대단한 기록록을 남깁니다. 


제가 한국인이어서도 있지만, 노래의 가사나 무대의 연출 등 모든것이 저에겐 사실 이 곡을 따라올 올림픽 주제곡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곡이 나올 당시 제가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노래 입니다. 저는 이 공연의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을 많이 받았고 저에게 큰 영향을 준 곡 입니다. 가사와 무대 연출은 전세계 사람들 모두가 공감하고 염원하고 있는 전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였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곡 역시 앞서 소개해드렸던 작고가 조르지오 모로더에 의해 탄생한 곡입니다. 당시 조르지오 모로더의 능력은 이미 앞서 작곡을 맡았던 영화 음악이나 수상 경력에 의해 충분히 검증되었기에 그는 역사적인 올림픽 테마곡의 작곡가로 의뢰 받기에 충분한 자격을 지닌 뮤지션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전세계에 최초로 알려지는 기회인데, 해외의 작곡가에게 주제곡을 맡기는 것이 타당하냐는 반발이 빗발쳤으나 이 곡에 대한 믿음이 컸는지 서울 올림픽 조직 위원회에서는 국내의 음악 관계자들을 초청하여 국내에서 만들어진 올림픽 관련 곡들과 '손에 손잡고'를 직접 비교하며 들어보는 품평회를 실시하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열게 됩니다. 이 이벤트에는 조르지오 모로더도 직접 참가할 정도로 그는 엄청난 열정을 보여줬는데, 그의 열정은 이게 끝이 아니라 이미 이 곡을 작곡하기 전에 한국에 대해 잘 알기 위하여 한국의 곡을 3000개 넘게 들어보았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이후 품평회에서 그의 곡을 월등히 뛰어난 퀄리티로 국내 음악 관계자들도 이를 인정하고 결국 마침내 최종적으로 1988년 올림픽 테마곡으로 선정 되었다고 하네요.


이미 최고의 자리에 위치한 조르지오 모로더 였으나, 한국의 노래를 3000곡을 들어보는 태도는 정말 의욕이 넘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가 왜 성공한 작곡가가 되었는지 이 단편적인 이야기만 봐도 잘 알수 있는것 같네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Sarah Brightman & José Carreras - Amigos Para Siempre>


우리나라 말로 영원한 친구들 이라는 뜻을 가진 'Amigos Para Siempre' 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주제곡 입니다. 전설적인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과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추앙받고 있는 호세 까레라스가 함께 불렀습니다. 노래의 가사는 지구촌 사람들 모두 친구가 되자는 뜻을 담고 있는데, 올림픽 정신에 걸맞게 평화와 사랑을 염원하고 있는 아름다운 노래 입니다. 


이 노래를 작곡한 작곡가는 영국의 앤드류 로이드 웨버 라는 뮤지컬 작곡가 인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오페라의 유령, 캣츠, 에비타를 작곡한 슈퍼스타 작곡가 이기도 합니다. 그의 음악이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눈에 띄는 점이 있는데, 그 이전의 작곡가들이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였지만 ,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클래시컬한 음악을 들려주었다면 그는 팝, 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에 클래식을 곁들이는 음악적 절충주의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그의 대표작인 오페라의 유령은 전체적으로 보았을땐 오페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같은 제목의 주제곡은 굉장히 거친 하드록에 가까운 음악으로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에비타는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탱고, 룸바등의 다양한 라틴계 음악들이 록, 팝, 클래식 등과 함께 섞여 있습니다. 


전 어렸을 적 저희 집에서 제일 자주 흘러 나오던 음악이 바로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 이렇게 두가지 였었는데요, 그당시에는 이해가 안되는 음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니 제가 주의를 기울여 집중하며 듣지도 않았어도 저의 귀를 열어주게 한 큰 영향 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Gloria Estefan - Reach>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테마곡에서는 쿠바 출신의 미국 가수 글로리아 에스테판을 기용한 것은, 다문화/ 다민족 국가를 표방하는 미국을 표현하기 위해서 라네요. 


라틴 팝의 대모로 불리는 글로리아 에스테판은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나 피델 카스트로의 통치를 피하기 위해 3세 때 온 가족이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로 이주하게 됩니다. 난민의 처지로 미국에 정착하게된 그녀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습니다. 일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며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했고 때문에 야간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힘든 상황에서 글로리아를 지탱해 줬던 것은 기타와 음악이었습니다. 1975년 마이애미 대학에 진학한 글로리아는 밴드 ‘마이애미 라틴 보이스’를 이끌던 에밀리오 에스테판을 만나 함께 새로운 밴드를 결성하였고 꿈꾸던 음악적 욕구를 실현할 토대를 마련하게 됩니다. 그 그룹이 유명한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이었습니다.


1977년에 <Audiofon Records>에서 첫 음반 'Live Again'과 'Renacer' 발매를 시작으로 밴드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글로리아 에스테판의 첫 디스코그라피가 됩니다. 1978년에 밴드와 동명의 앨범 [Miami Sound Machine]을 발매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1984년의 [Eyes of Innocence], 1985년 [Primitive Love] 앨범을 발매, 4곡을 빌보드 상위권에 올리는 기염을 토한다. 같은 해에 영화 <Top Gun>에 싱글 'Hot Summer Nights'를 실으며 이들의 인기는 정점을 찍게 됩니다. 87년의 <Let It Loose>는 미국 본토에서만 3백만장이 팔리며 멀티 플래티넘을 기록하고 6곡이 빌보드 상위권에 올라가며 밴드명을 'Gloria Estefan and Miami Sound Machine' 으로 바꾸지만 1989년에 밴드명에서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을 빼버리게 되고,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글로리아 에스테판이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글로리아 에스테판의 업적은 바로 라틴 팝의 시장을 미국에 개척하여 큰 성공을 거둔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로리아 에스테반의 기운을 이어 받아 그녀 이후 샤키라, 라 오레하 데 반 고흐등 기라성같은 라틴 팝 가수들이 미국 시장을 공략해서 성공적으로 빌보드 차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1990년 눈보라에서 일어난 버스 사고로 척추가 파열되는 큰 사고를 겪기도 하는데,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척추에 티타늄 보형을 이식하고 1년간의 긴 재활 끝에 활동에 시동을 걸었는데, 그때 발표한 곡 'Coming Out Of Dark'는 그녀 커리어 사상 최초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달성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그녀에게 안겨줍니다. 현재까지도 라틴팝의 대모로 추앙받고 있으며, 그녀의 딸 역시 에밀리 역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중인데 무려 퀸시 존스의 대녀로, 어머니와 함께 종종 무대에 오른다고 합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Tina Arena - The Flame>


호주의 팝 가수 티나 아레나가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노래하는 모습으로 연출된 이 곡은 호주의 대표적인 팝송 작곡가이며 ‘호주의 우상(Australian Idol)’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한 존 푸어맨이 작곡한 'The Flame' 입니다. 새천년에 접어들어 처음 열리게 된 올림픽인만큼 당시 호주 국민들은 굉장히 새로운 감회였을 것 같습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Bjork - Oceania>


아이슬란드 출신의 가수 비요크가 부른 오세아니아는, 역대 올림픽 주제곡 중 가장 아방가르드한 곡으로 평가받는 노래 입니다. 이 노래는 올림픽 주제곡 모두를 모아서 보아도 비요크 아니면 부를만한 가수가 없는 것이라고 느껴지네요. 그만큼 그녀의 전위성이 무척 짙게 느껴지며 그리스를 둘러싸고 있는 지중해와 신비로운 역사의 아우라까지 느껴지는 곡 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Sun Nan and Coco Lee - Forever Friends>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주제곡, 영원한 친구들 이라는 제목의 노래 입니다. 이 곡의 작곡에도 역시 조르지오 모로더가 참여 했습니다. 중국의 남성 가수 ‘쑨난’과 홍콩 여가수 ‘코코리’가 함께 불렀습니다. 




<2012 런던 올림픽 Muse - Survivor>


말할 것도 없는 영국 최고의 밴드 중 하나인 뮤즈가 부른 Survivor은 2012년 런던 올림픽 테마곡으로 지정 되었는데,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록 이라는 장르로 만들어진 곡 입니다. 피아노 연주 뒤에 이어지는 매튜의 비장한 느낌의 보컬과 코러스의 조화, 매튜 벨라미의 보컬 위에 얹혀지는 묵직한 기타소리 등 전투를 준비하는 군인의 날카로운 총칼에 올림픽 성화의 불빛이 반사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요새 말로 빠이팅 넘친다고 해야할까요. 기존의 테마곡들의 평화로운 느낌에 비해 좀 더 투지가 불타오르는 느낌이 굉장히 색다릅니다.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로 올림픽 Alma e Coração - Olympic Games>


2016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로에서 열린 올림픽의 테마곡 입니다. 경쾌한 리듬 위에 브라질의 래퍼들이 랩을 하는 형식의 힙합 곡입니다. 남미의 열정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라틴의 분위기까지 잘 느껴지는 곡이네요.




<Frankie Knuckles - Your Love, 1987>




얼마 전 음악 평론가이자 [BACK TO THE HOUSE : 테크노와 하우스가 주류를 뒤흔들기까지]의 저자인 이대화 씨가 SNS에 남긴 글을 하나 보았습니다. 어떤 튜토리얼 영상에서 올드스쿨 하우스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는데, 오픈 하이햇의 샘플의 피치를 고의적으로 낮추고, 최종 믹스 단계에서 고음역 전체를 조금 깎아내버리고 미세한 디스토션을 삽입하여 일부러 노이즈를 만드는 등의 행위를 보고는 한가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 튜토리얼 영상에서 일부러 퀄리티를 조금 낮춰서 트랙을 만든 이유는 바로 올드스쿨 하우스의 로우한 특성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 인데요, 퀄리티를 낮추어서 더 나은 퀄리티를 만든다. 조금 아이러니컬 하지 않나요? 아니, 아이러니컬 하기 보다는 로우 파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이러한 행위가 사실은 너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는 걸까요?


이대화 씨의 경험이 담긴 짧은 글을 통해 그가 느꼈던 것처럼 저도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겼습니다. 그건 바로 완벽에 다다르는 것만이 꼭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점인데요, 음악가를 포함한 아티스트들에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결과물을 접할때 거기서 풍기는 분위기가 특별하거나 튀거나 인상적인 무언가가 있었다면, 그것은 꼭 '완벽'하지는 않은 결과물일 것입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이상하거나 기괴해보일수도 있겠죠. 이러한 특정 결과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이러한 태도에 대입시켜 본다면 더욱 넓어진 시야에서 모든 현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저 역시도 완벽한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저는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면도 많고, 보편적인 잣대에서 평가받는다면 전 그저 하나의 돌연변이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돌연변이의 모습을 가진 제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환경이 갇혀있던, 어떤 상황에 부딫히던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가 느끼진 못하지만 매일 매일 주어지고 있다는 것을 지각하게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 PAGE TOP
WRITTEN BY 김세영

SSC MUSIC : 27TH TRACKLIST

SECTION : MUSIC   2018.01.03 01:28





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이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문득 궁금해져서 제가 2017년의 1월에 작성한 트랙리스트 포스팅부터 지난 한해 작성해 온 음악 소개 글들을 쭉 살펴 보았는데요, 하반기 포스팅들을 기점으로 하여 컨텐츠들이 대체적으로 더 깊이감이 있어진 것 같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이전에 소개했던 아티스트나 레이블 또는 음악 매거진에 대해 소개를 해드리는 경우에도 더 깊이 있게 소개를 할 수도 있었다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하나 앞으로 더욱 개선해 나가며 발전된 포스팅으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트랙리스트에서는 클래식부터 다운템포와 딥하우스, 리퀴드 드럼앤 베이스, 시티팝 등 다양한 장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드뷔시와 류이치 사카모토의 트랙으로 시작하여 벨기에의 레이블인 <Apollo Records> 에서 소개하는 앰비언트와 딥하우스가 혼재된 트랙들로 이어집니다. 그 이후에 계속되는 딥하우스 트랙들 이후에 로버트 글래스퍼의 트랙을 힙합 리듬을 뺀 체로 재지하고 블루스하게 리믹스한 남아프리카의 M Keys 라는 프로듀서의 트랙이 이어지고 톰 미쉬의 인스트루멘탈 힙합을 거쳐 노리요 이케다가 들려주는 시티팝 이후에 리퀴드 드럼앤베이스와 이안 브라운의 <F.E.A.R>를 U.N.K.L.E이 리믹스한 트랙으로 마무리 됩니다. 재미있게 들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Ryuichi Sakamoto>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경력자이자, 골든글로브상과 그래미 어워드 역시 수상한 음악가가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도 익숙한 이름인 류이치 사카모토 입니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민속 음악이나 현대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여러가지 스타일의 작품들을 발표 하였습니다. 영화 음악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가장 최근 개봉한 국내작 남한산성의 음악감독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독일의 미디어 아티스트 겸 테크노 디제이 프로듀서인 알바 노토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 류이치 사카모토 & 알바 노토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몇번의 고배 끝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손에 쥐게 해준 작품인 레버넌트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하였죠.


류이치 사카모토는 1952년 도쿄의 나카노 구 출생으로, 유치원을 다닐 적 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었던 아버지는 늘 장서와 클래식 LP들을 곁에 두셨다고 하네요. 열살이 된 무렵에는 도쿄 예술대학의 마츠모토 다미노스케에게 작곡을 배우기 시작하였으며, 중학교 무렵에 우연히 포스트모던 연주회에 참가하여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당시엔 당시 일본의 사회주의 운동과 백남준의 작품 등 다양한 포스트 모더니즘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네요. 대학교 재학 당시에 그는 전자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이때 여러 음악가들과 어울리게 되는데 이때 알게된 호소노 하루오미, 다카하시 유키히로와 함께 1978년 일렉트로니카 팝 밴드 YMO (Yellow Magic Orchestra)를 결성합니다. 오늘은 피아니스트인 류이치 사카모토가 아닌, 류이치 사카모토가 있었던 YMO에 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Yellow Magic Orchestra [Yellow Magic Orchestra], 1978>




<Yellow Magic Orchestra - Computer Games, 1978>




당시 이미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호소노 하루오미, 타카하시 유키히로를 알게 되었을 때, 사카모토 자신은 팝에 문외한이라 그들과 어울리면서도 정작 왜 그들이 유명한지 전혀 몰랐었다고 합니다. 원래 친했던 둘의 앨범에 단순히 참여를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오가다 우연히 함께 앨범을 만들자고 이야기가 나와 함께 음악을 만들게 되니 그게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 였다고 하네요. 


이들의 1집 앨범인 [YELLOW MAGIC ORCHESTRA]는 게임에서 주로 사용하는 신디사이저 소리를 이용하여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듯한 기분을 내게 하는 음악과 일본 민속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를 가진 트랙 등 굉장히 이색적이면서 실험적 성향이 매우 돋보이는 앨범 입니다. 이 1집을 포함하여 이들의 음악들은 전반적으로 크라프트베르크의 영향이 짙게 느껴집니다. 특히, 제가 1집에서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트랙은 <Computer Games> 라는 트랙인데, 컴퓨터 효과음들에 이어지는 일본 민속 음악에 나올법한 멜로디의 전개와 백남준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으로 매우 전위적인 스타일의 뮤직비디오의 조화가 정말 놀라웠습니다. 사실 이들이 데뷔했던 당시 일본 내에선 큰 반향은 없었지만, 영미권 국가에선 이러한 동양풍의 신스팝이 매우 새롭게 다가왔다고 하네요.  




<Yellow Magic Orchestra - [Solid State Survivor], 1979>




이들은 2집 앨범으로 로클롤과 팝적인 성향이 좀더 짙어져서 돌아오게 되었는데, 1집의 실험적 성향은 배제 된체 더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음악들을 들려줍니다. 앨범 커버에서 다들 새빨간색의 수트를 입고 있네요. 역시나 크라프트베르크를 연상시킵니다. 이들은 라이브 공연에서도 빨간색 수트를 입고 공연하기로 유명하죠. 2집 앨범에서 이들의 대표곡이 탄생하게 되는데, 바로 5번 트랙인 <Behind The Mask> 입니다. 이 곡은 특히 에릭 클랩튼과 마이클 잭슨이 리메이크 한 곡으로도 유명합니다. 마이클 잭슨의 리메이크에 관해 흥미로운 일화로, 원래 댄스버젼의 리메이크 버젼으로 가사를 덧붙여 마이클 잭슨의 [THRILER] 앨범에 실릴 계획이었으나, 어떤 이유로 안타깝게 빠지게 되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뒤에 출시된 앨범 [MICHAEL]에 실려 출시 됩니다. 





<Yellow Magic Orchestra - Behind The Mask, 1979>




<조용필 - 단발머리, 1980>




<나미 - 빙글빙글, 1984>





이 곡은 다소 신나는 느낌의 신스팝 트랙이기는 하나, 다소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진 가사 길이와 우리의 얼굴 뒤에 숨겨진 표정들이 과연 나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질문을 던지는 듯한 가사들이 마치 로보트가 우리에게 대화를 건네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런 점들로 보아 단순히 형식적 전위적 뿐만 아니라 가사가 가진 철학적 면모 역시 이들이 왜 일렉트로니카 팝의 선두주자로 존경 받는지 이해가 갑니다. 이 트랙을 연주하는 라이브 공연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멤버들이 일렬로 세워진 무대 연출에서도 크라프트베르크를 연상시킵니다. 이쯤 되면 거의 크라프트베르크를 오마주 했다고도 느껴지네요. 이들은 일본 최전성기였던 버블 경제 시대의 최초의 일본 월드스타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일본이 지금처럼 전자 음악 강국에 오르게 된 것도 이들의 공이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이때 당시 왜 이런 아티스트가 탄생할 수 없었을까요? 당시 우리나라에선 조용필이나 나미가 이러한 시도를 했었으나 세계적인 흐름엔 따라가지 못했으며, 당시 한국에서 창작 활동은 엄혹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매우 위축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어떤 작업물을 내더라도 심각한 검열 수준 때문에 그 벽을 넘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그런 환경에서도 아티스트들은 포기를 하지 않고 창작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어떠한 환경이 되었든 포기하지 않고 그 환경을 인정하고 이겨내려 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도 익숙하지만 당시 한국의 신스팝인 조용필의 단발머리와 나미의 빙글빙글 한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Yellow Magic Orchestra - [X∞MULTIPLIES], 1980>





3집으로 돌아온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의 앨범에선 일렉트로니카의 질감은 더욱 섬세해지고, 팝적인 요소가 더 가미가 되어 좀 더 키치하면서 펑키한 신나는 음악으로 돌아옵니다. 특히나 눈여겨 볼 점은 곡 중간 중간에 <Snakeman Show> 라는 특이한 제목으로 된 트랙이 껴있는데, 이것은 남성 두명이 영어로 코메디한 대화를 주고받는 내용 입니다. 조금은 유치하게 다가올 수 있는 꽁트 형식의 대화이지만 너무 생각도 못했던 전개라 들으면서 저도 웃음이 터져 나왔네요. 일본의 경제 호황과 맞물려 이런 긍정적인 무드가 나온다는 분석도 많은 편입니다. 





<Yellow Magic Orchestra - [BGM], 1981>



<Yellow Magic Orchestra - [Naughty Boys], 1983>


<Yellow Magic Orchestra - Kimi Ni Mune Kyun, 1983>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는 정규 4집 앨범인 [BGM] 에서는 인스트루멘탈의 트랙들과 냉소적인 느낌의 보컬로 이루어진 트랙과 앰비언트 트랙으로 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전반적으로 테크노의 세기말적 분위기가 어느정도 느껴집니다. 정규 5집 앨범인 [NAUGHTY BOYS]는 전작과 상반되게 거의 모든 트랙들이 빠른 템포의 보컬이 가미된 신스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Kimi Ni Mune Kyun> 라는 트랙은 당시 오리콘 차트 2위 곡이자 YMO 싱글 최다 판매 곡으로, 당시 가네보 화장품 광고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고 지금도 일본 내에서는 자주 리메이크되는 유명한 곡이고 월드뮤직을 하던 중후한 이미지의 뮤지션 아저씨들이 갑자기 이러한 깨는 모습으로 나왔다는 것과, 뮤직 비디오의 중간엔 호소노 하루오미, 타카하시 유키히로가 키스를 하는 퍼포먼스가 나오는 등 당시 일본에도 상당히 큰 충격을 줬다고 합니다. 그래도 상당히 로맨틱한 분위기의 곡이니 한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Yellow Magic Orchestra - [Service], 1983>





5집과 6집 앨범인 [Service] 에서는 주로 가볍고 통통 튀는 느낌의 J-POP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은 5년 남짓 활동을 하고 [Service]를 마지막으로 돌연 해체를 합니다. 정확한 해체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류이치 사카모토는 '지나친 인기가 너무 두려워서' 라고도 하였다네요. 실제로 그는 엄청난 인기 때문에 대인기피증까지 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해체후 1993년 깜짝 복귀를 한후에 이후 2007년 재결성 하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YMO 활동 당시 류이치 사카모토의 눈에 띄는 이력으로는, 1981년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에서 주연과 OST를 맡았습니다. 영국의 뮤지션 데이빗 보위와 공동으로 주연한 이영화의 OST는 바로 <Merry Christmas Mr. Lawrence> 라는 곡으로, 류이치 사카모토나 이 영화에 대해선 몰라도 이 노래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하죠. YMO 해체 이후, 영화 <마지막 황제>의 OST를 통해 오스카 상을 수상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일본은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 하게 되며, 1992년엔 바르셀로나 올림픽 테마곡 까지 맡게 됩니다.


이후 2014년에는 인두암 판정을 받아 요양을 위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한 후에 2015년 복귀작으로 야마다 요지 감독의 영화 <어머니와 살면>의 OST를 발표합니다. 이후에도 재즈, 탱고, 보사노바, 영화음악을 비롯해 일렉트로니카와 월드뮤직[11] , 뉴에이지, 힙합까지 아우르는 음악적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가 인터뷰에서 말했듯 그는 자신이 뉴에이지 뮤지션으로만 국한되지 않았으면 한다라는 바램을 직접 표출 한 바가 있는데, 오늘 제가 소개해드린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로 인해 그러한 편견이 조금이나마 없어지셨을지 모르겠습니다. 





<Ryuichi Sakamoto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지난 한해동안 참 많은일이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제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안타까운 소식들이 특히 많아서 기억에 남는 한해였네요. 저는 늘 제가 겪은 모든 경험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는 편인데, 늘 흥미로운 것은 어떠한 현상, 특히나 인간관계에 있어 친구 사이에서 발생한 다툼이나 논쟁이라던지 그 사건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특히 어떤 사건으로 인해 누군가가 잘못을 한 가해자의 입장이 되었을때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장은 모두 그를 비난하거나 매도하는 등의 행위로 이어집니다. 물론 가해자가 잘못을 한 입장은 맞습니다. 여기서 진정 우리가 인간으로써 존엄한 삶을 살려면, 무조건적인 비난을 하기보다 좀더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하는 행위를 먼저 실천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남에게 먼저 엄격한 잣대를 내세우기 전에 자신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하는것이 맞는 것 같네요. 2018년의 시작과 함께 여러분도 모두 올 한해의 목표를 위해 달려나가고 계시겠네요. 목표를 이루는것도 곧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져야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자신에게 더욱 엄격한 한해가 되도록 다짐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 PAGE TOP
WRITTEN BY 김세영

SSC MUSIC : 26TH TRACKLIST

SECTION : MUSIC   2017.12.07 11:37






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저는 글을 쓰기에 앞서 먼저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고 싶네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DJ란 무엇이신가요? 우선 통상적 의미에서 DJ는 Disc Jockey의 준말로 레코드를 틀어주는 사람 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음악이 담겨있는 레코드를 틀어주는 사람이라는 건 바로 음악을 소개한다는것과 같은 뜻이기도 합니다. DJ가 존재하는 클럽이나 라디오는 우리가 특정 목적을 가지고 그 장소를 향하거나, 특정 시간에 채널을 돌려야 하는데 사실 우리는 어떤 음악을 소개받고자 하는 목적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일상생활 속에서도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음악을 소개받고는 합니다. 음악을 몇시간동안이나 소개를 하려면 소개 하고자 하는 사람의 테이스트를 정확히 파악을 해야 합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의 성향을 충족 시키려면 많은 음악을 알고 있어야 하는건 당연한 것이겠죠.


이것이 바로 DJ 입니다. 단순히 음악을 플레잉하고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것이 아닌, 음악을 정말 잘 소개하는 사람인 것 입니다. 클럽 안에서 사람들을 춤을 추게 하는것은 DJ의 목적이 아니라, 단지 음악을 그들의 테이스트에 맞게 잘 소개함으로써 나타나는 하나의 효과일 뿐인거죠. 저는 이렇게 생각 합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음악을 틀어도 사람들이 춤을 추면서 DJ가 다음에 어떤 트랙을 플레잉 할지 궁금해하고, 심지어 그 흐름에 이미 혼을 빼앗겨 버려 평범한 트랙도 좋게 들리게 만들수 있는 DJ가 진짜 DJ 아닐까요? 그런 측면에서 전 1시간이나 1시간 30분 동안의 셋은 그 DJ의 진정한 역량을 보여주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플레잉 해도 플로어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DJ, 더 나아가 플로어를 더 뜨겁게 만들수 있는 DJ가 진짜 DJ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트랙리스트에서는 슬로우스테디클럽의 영업시간인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7시간 동안 재생되는 79개의 다른 트랙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첫 롱 셋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장르는 클래식, 재즈, 록,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의 모든 장르를 아우릅니다. 2017년동안 제가 셀렉한 트랙들 중 저희 직원들과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던 트랙들과 그 외에 제가 소개하고 싶은 다른 트랙들을 믹스하여 구성해보았습니다. 구성은 계절과 시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초반 한시간 반 정도 가량은 클래식과 재즈, 앰비언트 등으로 구성하여 여유로운 오전시간의 분위기를 즐기시기에 알맞으며, 그 이후엔 밝은 분위기의 인스트루멘탈 힙합과 다운템포 트랙들을 거쳐 차분한 느낌의 딥하우스로 분위기를 그루비하게 전환 시킵니다. 저녁에는 트립합과 다운템포, 싸이키델릭 록 으로 마무리됩니다.


예전 포스팅에서 한번 말씀드렸던 저의 생각이 있습니다. 바로 DJ가 음악을 소개하는 것과 저희가 옷이나 커피를 소개하는 것도 결국 무언가를 소개하고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측면에서는 결국 똑같은 일 이라는 것이죠. 음악에 있어서 DJ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드리면서 동시에 모든 일은 결국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어떤일을 해도 정성과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메세지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잘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ink Floyd : Roger Waters, Nick Mason, David Gilmour, Rick Wright>




1963년,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던 로저 워터스, 닉 메이슨에 의해 결성되었습니다. 후에 건축학과 동기였던 릭 라이트가 영입되고 클라이브 멧카프, 줄리엣 게일, 키스 노블이후 1964년엔 밥 클로스와 시드배릿이 밴드에 들어왔고, 이후 'Meggadeath', 'The Abdabs', 'The Screaming Abdabs', 'Leonard's Lodgers', 'The Spectrum Five' 등의 많은 이름들을 거쳐 당시 유명했던 블루스 연주자 핑크 앤더슨과 플로이드 카운슬의 이름을 각각 따와 그룹 이름을 The Pink Floyd Sound라고 짓게 됩니다. 이때 당시엔 클라이브 멧카프와 키스 노벨은 각자의 활동을 위해 밴드를 탈퇴한 상태였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밥 클로스 마저 부모의 압박에 의해 밴드를 탈퇴하게 됩니다. 이렇게 핑크 플로이드는 4인조 밴드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Pink Floyd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 - Astronomy Domine, 1967>




핑크 플로이드는 활동 초기에 주로 공연했던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클럽 UFO Club, Marquee Club, the Roundhouse 에서 인기를 얻었고, 1966년 밴드는 피터 화이트헤드 감독의 영화 <Tonite Let's All Make Love in London>에 <Interstellar Overdrive>와 <Nick's Boogie>의 라이브 버젼 두 곡을 삽입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후에 이 두곡만이 담긴 EP인 [LONDON 66-67]이 발매가 되고, 핑크 플로이드는 점점 더 대중들에게도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대중적 인기를 얻게된 이들은 1966년 EMI 음반사와 계약을 맺고 1967년 8월 5일 핑크 플로이드는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노먼 스미스가 프로듀싱을 맡은 첫 앨범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 을 발표합니다.


이 앨범이 출시된 1967은 록을 좋아하시는 팬분들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년도이기도 합니다. 바로 

THE BEATLES 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가 출시된 년도이기 때문이죠. 이 앨범이 지닌 싸이키델릭한 성향들은 1967년도에 출시된 여러 밴드들의 음악에서 굉장히 두드러지게 표출되는 부분 입니다. 1967년은 싸이키델릭 록의 전성기라고도 말할 수 있으며, 당시 핑크 플로이드의 리더였던 시드 배릿이 주도한 앨범으로 싸이키델릭 록의 명반으로 손꼽히는 앨범입니다. 시드배릿에 의해 단순한 블루스 밴드에서 싸이키델릭 록 밴드가 된 핑크 플로이드는 점점 더 큰 인기를 얻게 되고 이에 압박감을 느끼던 시드는 점점 약물 복용에 의존하게 되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Pink Floyd [A SAUCERFUL OF SECRETS] - A Saucerful Of Secrets, 1968>




시드 배릿의 정신 상태가 점점 악화됨에 따라 다른 멤버들의 걱정도 점점 깊어져 갔습니다. 결국 멤버들은 시드 배릿을 대신할 기타리스트를 찾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영입을 고려했던 기타리스트로 제프 벡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프 벡은 그 제안을 거절했고, 당시 Jokers Wild라는 블루스 록 밴드에서 연주를 맡고 있던 데이빗 길모어를 영입합니다. 사실 처음에 데이빗 길모어를 영입했을 당시엔 단지 시드 배릿의 연주를 대체할 세션맨이었으나, 1968년 2집 정규 앨범인 [A SAUCERFUL OF SECRETS]가 발매되기 직전 시드 배릿은 밴드를 탈퇴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앨범에서는 시드 배릿과 데이빗 길모어의 곡들이 섞여 있습니다. 전작에 비해 소리의 왜곡과 다중의 노이즈와 각종 이펙터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 하였으며 이 앨범 까지도 여전히 싸이키델릭 록의 짙은 성향이 가미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69년 초에는 히피를 주제로 한 영화 <More> 사운드 트랙에 제작에 참여했고, 비공식 사운드 트랙겸 3번째 정규음반이 [MUSIC FROM THE FILM MORE] 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였다. 1969년 말에는 [UMMAGUMMA] 라는 음반을 출시하는데, 밴드 역대 음반중 가장 실험적인 음반이기도 합니다. 당시 유행하던 Live / Studio형식으로 출시 되였고, A,B면(Live)는 무관중 라이브로 녹음된 라이브를 들려주는 반면 C,D면(Studio)에서는 멤버들이 각자 작곡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자신들의 실험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습니다. 발표 당시 평론가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후에 이들의 방향성을 모색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앨범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Syd Barrett>




시드 배릿이 탈퇴한 후 그의 절대적이었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멤버들은 각자의 장점들을 가지고 고군분투 하며 밴드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로저 워터스가 복잡하고 상징적인 가사, 전체적인 곡의 구조를 결정했다면 데이빗 길모어는 블루스적인 멜로디, 릭 라이트는 사이키델릭한 화음을 구축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때가 바로 이들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게 되는 실험 시기인데, 후에 발표되는 앨범들에선 싸이키델릭이 아닌 프로그레시브적 성향이 깊게 가미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 입니다.




<Pink Floyd [Atom Heart Mother] - Atom Heart Mother Suite, 1970>




1970년엔 [ATOM HEART MOTHER] 라는 타이틀의 앨범을 발표하는데 여기에선 본격적으로 싸이키델릭 록을 탈피하려는 시도가 눈에 띕니다. 오케스트라와 무의미한 가사의 조합, 앨범의 제목은 신문기사에서 따오오기도 하며 앨범과 전혀 상관없는 커버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다방면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싸이키델릭으로 규정지어지는것에 대한 반발심리를 표출합니다. <Alan's Psychedelic Breakfast>라는 곡에서는 밴드의 공연 매니저인 앨런 스타일스 의 목소리가 녹음되었으며, 이음반의 엔지니어인 알란 파슨스와 함께 작업하며 계란 굽는소리, 오줌 소리 등 각종 효과음을 사용하며 음악을 만들었고, 이는 그들과 알란 파슨스가 작업한 두번째 앨범인 《The Dark Side of the Moon》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Pink Floyd [Meddle], 1971>




<Pink Floyd : Live At Pompeii - Echoes Part 1, 1972>




1971년 Pink Floyd는 [MEDDLE] 이라는 앨범을 발표합니다. 여기에서부터는 시드 배릿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훨씬 원숙함이 넘치는 사운드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곡으로는 <Echoes>를 꼽을 수 있는데, 장장 23분에 다다르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손꼽히는 명곡 중 하나 입니다. 이 트랙은 핑크 플로이드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음악성의 시작 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심오한 가사와 클래시컬하면서 아름다운 화음, 블루스하면서 멜로디컬한 기타 연주, 원초적인 드럼 사운드와 곡의 프로그레시브한 구성으로 우주로 가는듯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특히 이 앨범이 나온뒤에 이들은 사라진 고대시대의 도시인 폼페이에서 무관중으로 진행한 라이브 공연 실황 영상을 릴리즈 했는데, 이들의 라이브 공연 중 최고로 손꼽힐정도로 예술적이고 아름답습니다.


2000년전 사라진 도시 폼페이. 그토록 오래된 도시이지만 이미 모든 가정집에 수도시설이 구축 되어 있을 정도로 앞서간 문명을 자랑하던 도시에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Pink Floyd의 음악들에서 느껴지는 이러한 심오함들은 늘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주기에 정말 매력적인것 같습니다. Pink Floyd의 베이시스트인 로저 워터스는 <Echoes>를 가르켜 '사람들이 개개인의 인간성을 인정하고 반감이 아닌 공감으로 이를 대하는 가능성' 이라고 표현 했습니다. 우리가 소리친 메아리는 결국 다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옵니다. 로저 워터스의 말처럼 개개인의 인간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이유가 결국 그들도 모두 같은 인간이기에 나 자신의 메아리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Pink Floyd [The Dark Side Of The Moon] - The Great Gig In The Sky, 1973>




1973년에 핑크 플로이드는 이들의 가장 위대한 걸작인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발표합니다. 이 시기부터는 이들은 싸이키델릭이나 프로그레시브 등 어떤 장르로 규정짓기 어려울 정도로 록 음악계에선 독창적인 위치를 점하게 됩니다. 이 시기는 또한 서로의 음악적 견해가 달랐던 멤버들 간에 음악적 협력관계가 제일 균형있게 잘 이루어졌던 때였습니다. 이 앨범은핑크 플로이드의 모든 앨범들 중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게 해준 앨범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4000만장 이상 판매되었고, 빌보드 앨범 차트에 741주 이상, 영국 앨범 차트에 301주 이상 등재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앨범의 곡들은 <Money>, <Brain Damage>, <Us And Them>, <Time> 등의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달의 어두운 면이라는 이 앨범의 타이틀은 '광기'를 나타낸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광기'라는 주제를 다루는 만큼 노래의 제목들로 많은 작은 주제들 역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드배릿의 영향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로저 워터스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컨셉 앨범인데요, <Time>에선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말하고 있고, <Money>나 <Us And Them> 같은 곡에서는 자본주의와 반전주의 등의 사회적인 주제, <Brain Damage>에선 극단적인 허무주의를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로저 워터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이 폭력을 행사했을때 정당하다고 생각했나?', '죽음이 두려운가?', 다양한 질문을 던졌는데, 이 질문들 역시 앨범 곳곳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습니다. 반사된 태양빛이 달을 비추고, 우리가 보는 달은 달이라는 매개체에 반사된 태양빛이죠. 다시 말해서 달의 어두운 면은 없습니다. 사실 달은 원래 어둡기 때문이죠. 그러나 달은 주로 '광기'에 많이 비유되고는 합니다. 태양과 달, 빛과 어둠. 그러나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 <Eclipse>에서 이야기 하듯이 태양 아래 모든 것은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 태양은 결국 달에 의해 가려집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무엇이 맞고 틀리고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태양 아래 모든것이 정렬이 되던, 그 태양이 달에 의해 가려지던 결국 자연의 이치인 것 같습니다. 


이 앨범에서는 다양한 작은 주제들 만큼이나 획기적인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싸이키델릭 적인 요소가 거의 배제되었고, 재즈와 블루스한 분위기를 많이 느끼실 수 있습니다. 당시 릭라이트가 재즈 화성학을 공부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트랙들 전체에서 재지한 화성들 역시 많이 들으실수가 있습니다. 후에 발표되는 컨셉앨범 [THE WALL] 역시도 로저 워터스의 주도하에 탄생하게 된 걸작이지만, 좀 더 그만의 냉소적인 광기가 느껴지는 데에는 [THE DARK SIDE OF THE MOON]에 비해 다른 멤버들의 피드백과 서로간에 음악적 조율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큰 이유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후에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Pink Floyd [Wish You Were Here] - Wish You Were Here, 1975>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발표로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은 쉴새없는 나날을 이어갑니다. 이 앨범의 엄청난 성공으로 인해 1974년까지 투어 일정을 소화해내고, 이들은 상업적 성공을 배제한체 초창기의 실험정신을 되살리기로 마음 먹고 다시 한번 의기투합 합니다. 이의 일환으로 내세운 프로젝트가 <Household Object> 인데, 말 그대로 집안에 있는 물건들만을 이용해서 녹음을 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녹음의 난이도와 공연시 연주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프로젝트는 무산되고 이 앨범은 1973년부터 1974년까지 멤버들이 투어를 소화해내면서 느꼈던 스트레스로 방향을 바꾸어 소외와 상실에 관한 스토리를 써내려가기로 합니다.


이 앨범의 주제는 Abssence, 바로 '부재' 입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이 느꼈던 음악 산업 속 인간성의 부재도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더욱 큰 주제는 바로 탈퇴한 멤버, 이들의 영원한 정신적 지주였던 시드 배릿의 부재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전작 [THE DARK SIDE OF THE MOON] 에서도 은유적으로 시드 배릿의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 앨범에서는 <Shine On Your Crazy Diamond> 라는 트랙의 제목으로 직유적으로 표현 됩니다. 맨 앞글자만 조합해보면 'SYD' 가 완성이 되죠. 이 트랙은 그에대한 그리움 만큼이나 광활하게 9개의 파트인데, 총 합하면 대략 24분 30초라는 러닝 타임이 됩니다. 멤버들이 그를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알 수 있겠죠? 이 앨범에 대한 유명한 일화로 녹음 도중 시드 배릿이 방문하였는데 그가 너무나 달라진 모습으로 찾아온 나머지 처음엔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핑크 플로이드 탈퇴 후 호리호리한체격에서 뚱뚱한 대머리로 변하게 됩니다.)




<Pink Floyd [Animals], 1977>




밴드의 경력이 순조롭게 이어지는 듯 싶었지만 로저 워터스의 독주 체재로 인해 밴드의 분열의 조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WISH YOU WERE HERE] 이후로 밴드내 로저 워터스의 영향력은 굉장히 막강해졌습니다. 이때부턴 음악과 가사 전체에 그의 사상이 반영되기 시작하는데요, 그러한 경향이 처음으로 발현되기 시작하는 앨범이 바로 1977년에 발표된 [ANIMALS] 입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영감을 받아 트랙들은 <Pigs>, <Dogs>, <Sheep>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시 영국엔 펑크 록이 등장하고 음악적 조류가 그러한 펑크의 기류로 흘러가는 추세였습니다. 섹스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인 시드 비셔스가 오디션에 'I HATE PINK FLOYD' 라고 프린트 된 티셔츠를 입고 나왔을 만큼 당시는 복잡함 보다는 초기 로큰롤의 단순함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기류가 무척 강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 당시에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은 너무나 복잡하다는 이유로 음악계에서 주된 비판의 대상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의 어려운 경제 상태 역시도 이러한 기류에 한 몫을 했는데, 대중들은 국가와 체제에 거세게 비난하는 펑크록에 굉장히 열광 했습니다. 이에 다른 프로그레시브 록을 지향하던 밴드들은 해체를 하거나 다른 장르로 변경하여 활동을 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나갔습니다. 


핑크 플로이드는 이러한 시류를 인식하고 [ANIMALS] 에서는 조금 더 강력한 기타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전작들에 비해 사운드는 단순하지만 가사의 내용을 통해 이들 음악의 깊이들은 그대로 표현 됩니다. <Pigs>, <Dogs>, <Sheep>은 여기서 자본주의 사회속의 3개의 계층에 관한 이야기를 동물로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맨 처음과 맨끝 트랙 <Pigs On The Wing>을 제외하곤 세 곡 모두 10분이 너머가는 대장정의 곡들 입니다. <Dogs> 에서는 경쟁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 피도 눈물도 없이 비열한 짓을 일삼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관료와 하수인들 이라고 표현하면 되겠네요. 가사의 내용을 보면 그러한 비열한 짓을 일삼다 권력을 쥐게 되지만 그 권력을 잃어버렸을때 비참한 최후를 맞게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어쩌면 권력의 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Pigs>는 권력을 쥐고 있는 정치인들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첫번째인물로 래너드 제임스 캘러헌, 두번째 인물은 마가렛 대처, 세번째 인물은 메리 화이트 하우스를 돼지로 비유하여 비난하는 내용의 가사들인데, 세 인물 모두 앨범이 발표되었을 당시 1977년에 영국 정치계에 있었던 인물들 입니다. 마지막으로 <Shepp> 은 양치기를 따라다니기만 하는 양, 즉 다시 말해 우매한 민중들을 뜻합니다. 당시 영국의 정치적 상황들이 반영된 내용이긴 하나,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대입해보아도 우리가 어떠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의 곡들 입니다.




<Pink Floyd [The Wall] - Another Brick In The Wall, 1979>




<Pink Floyd [The Wall], 1979>




[ANIMALS] 는 1977년 1월에 발표해 영국차트 2위, 미국 차트 3위에 오르고 투어는 표가 매진 되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멤버들의 불만과 피로도는 점점 증가해갔습니다. 이후 데이빗 길모어는 [DAVID GILMOUR] 를 릭 라이트는 [WET DREAM] 을 발표하는 등, 멤버들은 솔로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로저 워터스는 다음 음반의 컨셉에 대해 생각하는데, 하나는 [THE WALL] 의 컨셉이고 또 다른 한개는 나중에 워터스의 솔로앨범으로 출시되는 [THE PROS AND CONS OF HITCH HIKING] 의 컨셉이었습니다. 


1979년 발표된 [THE WALL] 역시 로저 워터스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그래서인지 로저 워터스의 광기와 냉소적인 태도가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들 중 그 어느것보다 잘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는 로저 워터스가 의도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러한 의도는 충분히 잘 느껴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비록 독주 체제하에 탄생하게 된 작품이긴 하나, 핑크 플로이드의 최고의 앨범이라 논할 수 있는 작품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앨범에서는 70-80년대를 살아오신 우리 부모님 세대라면 누구나 아실만한 곡으로 <Another Brick In The Wall>을 꼽을 수 있는데요, 주입적인 교육을 받음으로써 벽 안에 있는 똑같은 수많은 벽돌들 중 하나에 지나게 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We don't need no education. We don't need no thoughts control.' 이라는 직설적인 가사로 유명합니다. 그 외에 수많은 좋은 곡들이 있지만 데이빗 길모어 와의 합작으로 탄생한 <Comfortably Numb>는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 솔로 트랙 중 꼭 빠지지 않는 곡입니다. 암울하면서 몽환적인 느낌과 어두운 가사, 데이빗 길모어의 환상적인 연주 등을 등. 이 트랙을 들으신다면 제목처럼 정말로 편안하게 마비되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이 앨범은 록 오페라 형식으로 된 더블 앨범 입니다. 앨범 전체의 내용은 로저 워터스의 인생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는데, 이 앨범의 주인공 Pink는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고, 선생에게 잘못된 교육을 받고, 과잉 보호를 하는 어머니에게 길러져 자립심을 잃고, 나중에는 아내에게 버림 받는 등 고통받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로 인해 그의 내면엔 세상과 정신적으로 단절되는 벽을 쌓게 되고 이를 비유적으로 'The Wall' 이라 칭합니다. 이 앨범은 후에 1982년 개봉된 동명의 영화 [PINK FLOYD : THE WALL]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영화엔 일러스트레이터 제랄드 스카프의 애미메이션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데 특유의 혐오스러운 스타일 덕분에 현재까지도 락 오페라와 뮤지컬 장르에서 가장 그로테스크하고 초현실적인 영화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Pink Floyd [The Final Cut], 1980>




1979년 [THE WALL] 이 발표된 후 1982년에 이들은 영화 [PINK FLOYD : THE WALL] 의 사운드 트랙을 제작할 예정이었지만 당시 일어났던 포클랜드 전쟁과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로저의 아버지에 대한 컨셉으로 변경되였고, 로저 워터스의 아버지인 에릭 플레처 워터스에 대한 헌정 앨범인 컨셉음반 <THE FINAL CUT> 이 제작되었습니다. 전작 [THE WALL] 에 얽힌 한가지 일화가 있는데, [ANIMALS] 투어가 끝난뒤 잠시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가지고 있던 때에, 로저 워터스는 [THE WALL] 작업을 위해 멤버들에게 휴가를 끝내고 얼른 돌아오라는 부탁을 하였지만, 릭 라이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THE WALL] 앨범 녹음 도중 릭 라이트가 해고 당하는 사건까지 일어나게 됩니다. 그로 인해 릭 라이트는 밴드를 떠나게 되고, [THE FINAL CUT] 에선 그를 대신해 키보드 파트는 마이클 카멘과 앤디 바운에 의해 완성 됩니다. 


이 앨범은 전 곡 로저 워터스에 의해 작곡 / 작사 되었으며 사실상 로저 워터스의 솔로 앨범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로저 워터스는 인터뷰에서, 이 앨범을 솔로 앨범으로서 작업하려 했지만, 다른 멤버들이 반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닉 메이슨은 그의 책 <Inside Out> 에서 사실은 정반대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데이빗 길모어가 로저 워터스의 솔로 앨범으로 발표하라고 제안했지만, 로저 워터스는 핑크 플로이드의 이름을 붙여서 내자고 했다는 것입니다. [THE FINAL CUT] 은 영국 차트 1위, 미국 차트 6위를 기록했지만 평론가들의 반응은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이후엔 1984년에 워터스는 [THE PROS AND CONS OF HITCH HIKING], 길모어는 [ABOUT FACE], 닉 메이슨은 85년에 릭 펜과 함께한 [PROFILES] 라는 음반을 발표하는 등, 멤버들은 솔로로 활동하게 됩니다. 또한 탈퇴당한 릭 라이트는 1984년 뉴웨이브 그룹 '패션'출신의 데이브 해리스와 'Zee'라는 밴드를 결성해 [IDENTITY] 라는 음반을 발표하고, 잠시 음악 생활을 은퇴해 그리스에서 요트생활을 즐겼다고 하네요.




<Pink Floyd [The Division Bell] - High Hopes, 1994>




1985년 로저 워터스는 핑크 플로이드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제 남은 멤버는 닉 메이슨과 데이빗 길모어 두명. 사실상 해체 상태에 놓이기 되었던 그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핑크 플로이드의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자 하였습니다. 데이빗 길모어는 핑크 플로이드의 리더를 맡고 로저 워터스에 의해 탈퇴 당한 릭 라이트,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킹 크림슨에서 채프먼 스틱을 연주하는 토니 레빈, 재즈 록밴드 슬립해피의 안토니 무어등의 세션맨들을 불러들어서 제작해, 1987년 [A MOMENTARY LAPSE OF REASON] 을 발표하는데, 로저 워터스 특유의 냉소적이고 어두운 분위기가 사라지고 좀더 가볍고 경쾌한 음악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평론가들에게 제일 저평가 받는 음반이지만, 상업적으로는 영국과 미국차트 3위에 올라갈 정도로 성공하였습니다.


1993년에는 여러 문제 때문에 세션으로 머물렀던 릭 라이트를 다시 정규 멤버로 영입하고 여러 세션을 거처, 1994년 [THE DIVISION BELL]을 발표하는데, 전작보다는 좀 더 분위기 있고 무게감이 확실히 있습니다. 이 앨범은 당시 브릿팝과 얼터너티브 록 등이 점유하고 있는 로큰롤 씬과 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여러나라와 미국 차트에서 모두 1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되고, 이후 밴드 [THE DIVISION BELL] 투어를 여는데, 역대 핑크 플로이드의 투어중 가장 스케일이 큰 투어 였습니다. 큰 원형 스크린에다 레이져, 1977년 투어부터 있던 [ANIMALS]의 돼지 인형 등 다양한 소품들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당시 유럽과 북미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열었는데, 표가 거의 매진될 정도로 성공하였습니다. 당시 투어중 런던 얼스 코드 공연 실황은 <P.U.L.S.E> 라는 이름으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Pink Floyd : Live 8, 2005>




[THE DIVISION BELL] 활동 이후 핑크 플로이드는 [THE WALL] 투어 실황을 담은 [IS THERE ANYBODY OUT THERE? THE WALL LIVE 1980-81] 이 출시되고, 2001년엔 컴필레이션 앨범 [ECHOES : THE BEST OF PINK FLOYD] 를 발표 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 나갑니다. 또 2002년엔 로저 워터스가 [IN THE FLESH] 월드 투어로 서울을 방문하여 잠실 종합 운동장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하였습니다. 핑크 플로이드 시절의 히트곡들과 솔로 시절 곡들을 연주 하였다고 하네요. 




<Pink Floyd : David Gilmour, Roger Waters, Nick Mason, Rick Wright, 2005>




그리고 2005년 2월 7월 2일 전세계에서 동시에 열린 자선 콘서트인 LIVE 8 에서 핑크 플로이드는 24년만에 로저 워터스, 닉 메이슨, 릭 라이트, 데이빗 길모어 모든 멤버가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펼칩니다. 이들은 <Speak to Me / Breathe / Breathe (Reprise)>, <Money>, <Wish You Were Here>, <Comfortably Numb> 등의 히트곡들을 연주하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멤버들이 다같이 어깨 동무를 하며 포옹하는 장면은 말로 다 할수 없는 감동을 자아냅니다. 이 공연이 끝난 후 [ECHOES : THE BEST OF PINK FLOYD]의 앨범 판매량은 일주일만에 1343%가 증가 했으며, [THE WALL]의 판매량이 3600%, [WISH YOU WERE HERE]이 2000%, [THE DARKS SIDE OF THE MOON] 이 1400%, [ANIMALS] 가 1000% 증가했다고 합니다. 데이빗 길모어는 음반 판매의 수익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라이브 8에 참여한 다른 모든 아티스트도 이에 동참하였습니다.


1996년 핑크 플로이드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오를 당시 로저 워터스는 참석을 하지도 않았었고, 핑크 플로이드 탈퇴후에 남아있는 멤버들과 법정 공방을 벌이는 등 갈등이 많았지만 이 한 장면으로 인해 전세계에 있는 핑크 플로이드의 팬들은 잠시나마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함께 연주 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많은 팬들이 이들이 재결합하여 다시 활동을 하기를 원하고, 로저 워터스 역시 재결합에 늘 희망을 가지고 있는 마음을 인터뷰를 통해 전하지만, 아쉽게도 데이빗 길모어는 과거에 얽매이지 싫다고 하며 한결같이 재결합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6년 7월 7일엔 핑크 플로이드의 정신적 지주였던 시드 배릿이 당뇨로 사망 합니다. 2년이 지난 2008년 9월 15일엔 암으로 투병 중이었던 릭 라이트도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데이빗 길모어는 릭 라이트의 사망 소식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하며 이와 같은 추도문을 전하였습니다. 


'누구도 리처드 라이트를 대신할 순 없다. 그는 내 뮤지컬 파트너이자 친구였다. 온화하고 겸손했으며 남에게 나서기를 꺼려 했지만 그의 감동적인 목소리와 연주는 그룹의 사운드에 있어 마법 같은 존재였다.'


2011년 5월 12일 로저워터스의 <THE WALL LIVE> 투어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영국 O2 ARENA THE WALL TOUR 에서 <Comfortably Numb>를 데이빗 길모어와 함께 공연했고 마지막곡 <Outside The Wall> 에선 닉 메이슨을 포함한 3명의 멤버가 함께 공연했습니다. 2014년 7월엔 [THE DIVISION BELL] 앨범 녹음 당시 진행되었던 세션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들의 20년만의 신보인 [THE ENDLESS RIVER] 가 발매 됩니다. 이 앨범은 릭 라이트가 참여한 마지막 앨범 입니다. 데이빗 길모어는 이 앨범이 핑크 플로이드의 마지막 앨범이 될것이라고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릭 라이트를 위한 추도 분위기의 앨범인데 곡의 대부분이 인스트루멘탈(연주곡) 으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큰 굴곡이 없는 꽤나 잔잔한 분위기를 가진 앨범 입니다. 이 앨범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계적으로 우수한 판매실적을 거두게 됩니다.




<Interview : David Gilmour, Nick Mason>


지금까지 저의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던 핑크 플로이드의 행보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사실 이 자료들을 조사하며 저도 몰랐던 이야기들을 많이 알 수 있었고 들었던 앨범들을 다시 한번 또 들어보고, 가사들을 다시 한번 더 느끼며 들었는데 가사들의 철학적인 부분이나, 음악들의 기술적인 부분과 음악 전체를 아우르는 화성과 구성 등 지금의 어떤 음악가들의 음악과 견주어 봐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고 촌스럽지도 않습니다.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들은 곡 하나 하나를 들었을때보다 앨범 전체를 들었을 때에 곡들끼리 이어지는 유기성과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철학과 정신이 만들어내는 응집력이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좋은것 같습니다. 저는 음악도, 영화도 무엇이든지 질문을 던져주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음악이 끝났을때, 영화가 끝났을때부터 진짜로 시작되는 그런것들 말이죠. 학창 시절에 전 친구들에게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그때 당시엔 제가 잡념이 많은건가 하고 떨쳐내버리려고 했지만, 제 성격상 혼자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터라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또 지금 생각해보면 전 어렸을때부터 죽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사색하기를 즐겨해서 그런지 지금의 제가 핑크 플로이드를 좋아하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위에서 설명드렸던 핑크 플로이드의 폼페이 무관중 라이브 공연을 전 매우 좋아합니다. 공연에서 느껴지는 세기말 적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그들의 음악이 주는 감동은 쉽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 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왜 폼페이에서 공연을 했던것일까요? 폼페이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먼저 드리자면, 폼페이는 2000년전 최고의 문명 사회를 이룬 도시였습니다. 시민들의 위락을 위한 공연장, 경마장 공중목욕탕 등의 시설이 있었고 술집과 유흥가 또한 있었으며 부자의 바로 옆에는 빈자들이 살았으며 도시의 외곽에서는 풍부한 농산물들이 공급되었고, 2000년전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수도시설이 발달된 현대의 도시와 견주어 봐도 전혀 손색 없는 도시로서의 기능을 갖춘 곳이었습니다. 건축가 승효상은 이렇게 말합니다. 


'건축이란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을 완공함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살게 되는 거주자의 삶으로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나로서는, 도시 역시 태어날 뿐이어서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하는 생물적 존재라고 여긴다. 만약에 건축이나 도시가 완성되는 순간이 있다면, 어쩌면 그것은 붕괴나 몰락을 의미한다고도 했다. 극단적이지만 그 완성의 존재체가 폐허라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간에 결국 도시는 붕괴되고 인간 역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없습니다. 최고의 문명 사회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베수비오산의 화산 폭발로 인해 잿더미로 변해버린 도시 폼페이에서 우리는 도시인으로써, 인간으로써 삶이 중단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되물어볼수가 있습니다. 핑크 플로이드가 표현한 <Echoes> (메아리)는 결국 개인과 개인 사이를 비춰볼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하지만 폐허가 된 폼페이처럼 인간에게도 죽음이라는 것은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 있는데, 이는  곧 우리에게로 하여금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의 진리를 욕망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 저 먼곳 끝에서 이곳 앞으로 울려퍼지는 가장 큰 메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소개해드린 음악과 글 또한 여러분에게 메아리로 울려퍼져 전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 PAGE TOP
WRITTEN BY 김세영

SSC MUSIC : 25TH TRACKLIST

SECTION : MUSIC   2017.11.03 20:44






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이제 정말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듯 하네요. 날씨가 꽤나 추워졌습니다.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요새 국물있는 음식과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오뎅과 떡볶이 같은 분식들이 정말 많이 생각이 나네요. 퇴근후 집에 가다가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떡이나 닭꼬치 등을 보면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추게 됩니다. 그래서 요샌 항상 현금을 지갑속에 넣어 다니고 있네요. 계절이 바뀔때 자주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어떤 계절이던지 다 그 계절에만 즐길수 있는 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에는 이런 길거리 음식들을 즐기며 소소한 행복을 누릴수 있는것처럼 말입니다. 


최근에 정말 구하고 싶었던 CD를 찾아보러 홍대에 있는 한 레코드 샵을 방문 했었는데, 제가 찾는 아티스트의 CD는 없었지만 대신에 JON HOPKINS의 [IMMUNITY] 라는 앨범을 발견하여 집에서 틀어보았는데 너무나 좋았습니다. 아주 예전 트랙리스트 포스팅에서 한차례 소개해드렸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로 그의 음악을 오랜만에 들어봐서 그런지 감회가 굉장히 새로웠네요. 이번 트랙리스트 에서는 앰비언트의 JON HOPKINS를 비롯하여 JAMES BLAKE와 같은 포스트 덥스텝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듣고 영감을 받아 구성해보았습니다.  1990년대 전자음악의 흐름을 주도했던 APHEX TWIN의 앰비언트 테크노 트랙들과, FOUR TET, BOARDS OF CANADA 등의 아티스트들이 들려주는 트립합을 거쳐 JON HOPKINS의 앰비언트까지 준비해보았습니다. 앰비언트 계열의 트랙들이 많이 보이는데, 혼자 집에서 깊은 생각에 잠기시거나, 잠들기 전 하루를 마무리 할때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하게 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Aphex Twin [Selected Ambient Works Volume], 1992>




1992년 일렉트로니카 씬에 혜성처럼 등장한 아티스트인 APHEX TWIN(에이펙스 트윈) 은 [SELECTED AMBIENT WORKS 85-92] 라는 다소 몇년간의 결과물들을 총망라 해놓은 듯한 느낌을 풍기는 타이틀명으로 앨범을 발표합니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 이유인 즉슨 그가 정말 어렸을때부터 만들었던 음악들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1985년은 1971년인 에이펙스 트윈이 14살이었던 년도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댄스뮤직이라 하면, 댄스플로어에 모인 사람들의 심장을 쥐었다 폈다 하기도 하며 온 몸을 움직이다가도 멈추게 하는 음악입니다. 그러나 에이펙스 트윈의 이 데뷔 앨범은 소위 불리우는 IDM (INTELLIGENT DANCE MUSIC) 이라는 장르에서 뿐만 아니라 앰비언트, 테크노의 장르 안에서도 엄청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Aphex Twin [Selected Ambient Works Volume II], 1994>




IDM은 춤을 위한 음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곡의 첫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하는 비트도 속도(BPM)의 측면에서나 반복적인 규칙의 측면에서도  굉장히 불규칙적이며 중구난방의 멜로디와 여러가지 노이즈 역시 난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정 IDM을 완성 시켜주는 특성은 이러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뮤지션의 주관적 개성과 특성, 표현 방식, 그 사람의 인간적 경험과 감정을 토대로 완성 된다는 점에 매우 추상적이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경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Aphex Twin>




이 앨범이 발표 되었을 당시 에이펙스 트윈은 굉장히 어린 나이였고, 다른 앰비언트 계열 장르의 앨범들에 비해 그 퀄리티나 음악성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아웃스탠딩 하였기에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IDM의 추상성이 에이펙스 트윈의 천재성과 짝을 이루어 이후에 테크노, 드럼앤베이스, 트랜스 등 여러가지 장르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릴리즈 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이 앨범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들은 여전히 몽환적이고 아름답습니다. 트랙들은 대부분 단조로운 퍼커션과 멜로디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텔리전트 댄스 뮤직 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멜로디와 베이스라인의 조화, 그안에서 느껴지는 공간감 등 여러가지 요소에서 그의 정교함을 느낄 수 있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부분의 트랙은 꽤나 단조롭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것일수록 저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에 가장 근접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할수록 그것은 원초적이며 내재된 무엇이기도 하며 오랫동안 메아리 치기 때문이죠. 이 앨범을 끝까지 듣고나신 후에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진정한 감동이란 어디서 오는것인가? 하고 말이죠.




<Brian Eno [Ambient 1 : Music For Airports], 1978>




에이펙스 트윈 이전에 앰비언트의 선구자의 대표로 BRIAN ENO(브라이언 이노)를 꼽을 수 있겠네요. 음악 팬분들께선 브라이언 이노 라는 이름은 꽤나 익숙하실겁니다. 오랜기간동안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데이빗 보위, 킹 크림슨의 로버트 플립과도 수많은 작업을 하였고 폴 사이먼, 토킹헤즈, U2, 콜드플레이 등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밴드들의 프로듀서로 이미 오래전 장인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죠. 


브라이언 이노는 사실 처음부터 이러한 앰비언트 뮤직을 하던 아티스트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프로그레시브 / 글램 록 밴드 록시뮤직 에서 키보디스트로 데뷔하게 되었으며 이때 록시 뮤직의 리더인 브라이언 페리, 프랭크 자파, 데이빗 보위 등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특히 킹크림슨의 로버트 프립과 특히 많은 교류를 나눴다고 하네요. 후에 그는 브라이언 페리와 음악적 견해의 차이로 밴드를 탈퇴하게 되고, 1975년에 [AMBIENT 1 : MUSIC FOR AIRPORTS]를 발표하게 됩니다.




<Brian Eno & Harold Budd [Ambient 2 : The Plateaux Of Mirror], 1980>




그의 첫번째 솔로 앨범과 그 이후에 출시되는 앨범들은 글램록의 영향권 안에 머물러 있던 터라 일렉기타가 난무하는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보통 능력에서 비롯된 사운드가 아님을 들어보시면 여러분도 충분히 느끼실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가 록시뮤직에서 교류하였던 아티스트들에게 전위적 작풍의 영향을 많이 받은 점이 곧 앰비언트의 추상적 음악 세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던 것 으로 판단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1975년 발표된 이 앨범은 그의 글램록적 색채에서 변모된 음악세계의 구축이 완성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후에 뉴에이지, 칠아웃, 다운템포 등 여러가지 장르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브라이언 이노의 이 앨범에서 앰비언트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최초로 그 장르의 문을 열게 되었는데, 도대체 이렇게나 추상적이며 난해하기도한 앰비언트는 어디서 영향을 받았을까요? 그에 대한 해답은 중세기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의 로마 교구에서 거행하는 전례 양식에서 행하던 무반주의 종교 음악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그 기원이 있다고 합니다. 19세기에는 클로드 드비쉬와 에릭 사티의 아방가르드 클래식은 앰비언트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고, 브라이언 이노도 그 사실을 인정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활동하던 당시의 킹 크림슨과 핑크 플로이드의 프로그레시브락에서 받은 전위적 영향도 꽤 컸으리라 짐작 됩니다. 




<Robert Fripp, Brian Eno, David Bowie>




아방가르드에 의한 아방가르드. 멜로디와 비트의 선형적 진행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며 뒤틀리고 빠르기도 하며 느려지기도 하며 최대한 절제된 사운드와 겹겹이 얹혀지는 베이스 사운드들은 공간감을 부여하며 공간감이 부여된 사운드는 우리가 있는 공간 속으로 침투해 공기중에 부유합니다.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를 가진 음악이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한다면, 앰비언트는 인간의 깊디 깊은 심연속 내재되어 있는 원초적 감정들을 그대로 꺼내와 우리 눈앞에 마주하게 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Orbital>




<Orbital Live Show, 2012>




앰비언트와 테크노를 결합하여 예술적, 상업적 성공을 거둔 밴드로 ORBITAL을 대표적으로 꼽을수 있겠네요. 레이브 씬이 한창 성행하던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런던. 수많은 테크노의 추종자들은 경찰의 추적을 교묘히 빠져나가 도시의 외곽에서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환각파티를 열곤 하였습니다. 당시 런던 외곽으로 벗어나기 위해 테크노 추종자들이 질주하던 도시의 외곽 고속도로를 뜻하는 ORBITAL을 따와서 형제인 폴 하트놀과 필 하트놀에 의해 밴드가 결성되었습니다. 




<Orbital [Chime], 1990>




필과 폴은 영국의 켄트주 출생이며 두 멤버 모두 열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연주 했습니다. 필은 한때 미국으로 건너가 힙합을 배우려 했으며, 폴은 아트스쿨에 재학 하는 등 어릴적부터 예술에 대한 깊이가 남달랐습니다.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 나가며 이들은 벽돌공과 작은 밴드의 멤버로 활동을 끝낸후에 1989년 키보드와 드럼머신으로 데모버젼의 트랙을 프로듀싱 합니다. 총 4개의 트랙이 들어있는 데모를 당시 유명했던 일렉트로니카 프로듀서 JAZZY M에게 보냈고, 이들의 트랙을 좋게 평가했고, 오비탈은 데뷔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 데뷔 싱글이 바로 [CHIME] 입니다.



1990년에 발표된 [CHIME]은 과하지 않은 비트와 아날로그 느낌의 키보드 멜로디 등의 애시드한 느낌을 내는 테크노 트랙 입니다. 당시 레이브씬에 열광하던 젊은 영국 댄서들에게 송가로 찬양받기도 하였습니다. 이 후에 발표되는 싱금 [OMEN], [SATAN] 등도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며 오비탈은 레이브씬을 넘어 영국에서 추앙받는 아티스트로 거듭날 준비를 해가는 듯 했습니다. 




<Orbital [Orbital] (Aka Green Album), 1991>




그리고 1991년. 그들의 밴드명과 동명의 타이틀을 지닌 첫 정규앨범 [ORBITAL]을 발표합니다. KRFTWRK(크라프트베르크)의 영향을 깊게 받아 제작된 이 앨범은 전형적인 오비탈 사운드를 구축하며 UNDERWORLD(언더월드),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 등과 함께 영국의 일렉트로니카 거장으로써 자리매김하기 시작합니다. 이 앨범속 트랙들은 아주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지만, 이 후에 발표되는 2집 정규앨범에 비하면 원숙미가 아직 덜 익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것입니다.




<Orbital [Orbital] (Aka Brown Album), 1992>




1992년 발표된 또 다른 동명의 타이틀은 지닌 앨범 [ORBITAL 2]는 이미 1집 정규 앨범으로 일렉트로니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여기선 그 레벨을 넘어서는 다른 차원의 원숙함을 들려줍니다. 이전에 발표된 싱글들과 첫번째 정규앨범이 오비탈만의 무아지경으로 이끄는 테크노 사운드를 발전시켜 왔다면, 2집에서는 그 디밸롭된 테크노 사운드에 앰비언트를 적극적으로 반영시켜 한층더 인텔리전트한 그들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합니다. 테크노 씬의, 아니 일렉트로니카의 핑크 플로이드 라고나 할까요. 저는 오비탈을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앨범에서는 긴 전주, 브레이크다운 등의 요소들과 함께 거칠게 심장을 때려대는 테크노 비트를 아름다운 멜로디들과 극명히 대조시켜 감동을 극대화 시킵니다. 샘플링 사용에 있어서도 구간별로 빌드업 되는 스네어 드럼, 오픈 하이햇, 신스 멜로디 등으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이끌어 가고 전체적으로 1집과 비교하여 굉장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특히 <LUSH 3-1> , <LUSH 3-2> 트랙에서는 동명이지만 다른 트랙으로 나누어 총 합 1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 동안 쉴새없이 몰아칩니다. 2집 앨범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여성의 속삭이는 듯한 보컬들을 이용하여 테크노가 보여줄 수 있는 우아함 역시 표현해냈다는 점인데요, 이 특징이 앞서 말씀드렸던 <LUSH 3-1> 트랙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요동치는 날카로운 멜로디가 <LUSH 3-2> 에서는 여성의 보컬로 전환되어 신비로운 느낌마저 자아냅니다. 이 우아한 분위기가 끝나고 잠시의 브레이크다운이 흐른후, 이 신비로움과 대립되는 강력하고 육중한 베이스라인이 가미되며 트랙은 마무리 됩니다. 참으로 천재적이라고 느끼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1집과 비교했을때 2집은 전체적으로 테크노라는 장르적 특성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의 음악을 일관성있게 이끌어오고 있죠. 테크노의 전신인 일렉트로가 좀 더 과격해진 브레이크 비트를 수용한 점이 눈에 띄기는 하나 당시 테크노씬에선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기에 역시나 일관성은 유지 된다고 말씀드릴수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해드리자면 테크노의 폼에선 벗어나지 않았지만 더욱 강력한 사운드로 돌아왔다는 뜻인데, 이것은 3집에서 보여주는 강력한 드럼앤베이스, 브레이크 비트 사운드들에 대한 암시로도 느껴집니다. [CHIME]이 찬가로 추앙받은것에 이어 [ORBITAL 2]는 하나의 계시록으로 그당시 댄서들이 받아들이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Orbital [Snivilisation] (Aka Green Album), 1991>




이러한 계시록이 발표된 후 1994년 오비탈은 정규앨범 3집 [SNIVILISATION] 을 발표하게 됩니다. 사실 이 앨범에서는 드럼앤베이스 라는 새로운 장르의 트랙이 등장하지는 않으나, 드럼앤베이스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정글의 드럼 샘플링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음을 알수 있습니다. 테크노가 하나의 문화로써 젊은 댄서들을 열광하게 하고 밤새도록 취하게 만들었던 1980년대 후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유명한 말이 있죠. 사람들은 열광하기를 넘어서 미치기를 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더 빠르고 강력한 음악을 원하게 되었고 정박의 포 투더 플로어 형식의 테크노에 이어 디제이 / 프로듀서들은 자연스레 BPM을 높이고 비트를 쪼개가며 트랙에 강력함을 부여하곤 했습니다. 여기서 파생된 장르가 대표적으로 정글 / 드럼앤베이스 / 브레이크비트 / 빅비트 등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오비탈 역시 댄서들의 부름에 응답하듯 3집에선 브레이크비트를 베이스로한 트랙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장 눈에띄는 부분은 분위기가 더욱 리드미컬해졌다는 점입니다. 전작에 비하여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느낌을 그렇게 크게 받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이질적이고 건조한 느낌의 트랙들을 모아 조화롭게 이루었다는 점은 아주 좋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 앨범은 한가지 정치적 메세지를 담고있는데, 그것은 바로 당시 영국에서는 레이브 문화에 파묻혀 살던 댄서들의 마약 복용 사건들을 과도 포장하여 언론에 보도하는등 레이브 문화를 퇴출 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인 제재가 뒤따랐었는데, 국가의 개입이 더욱 직접적으로 시작되고, 곧이어 CRIMINAL JUSTICE BILL 이라는 조항을 법안으로 통과시켜, 영국에선 범국민적 레이브 문제아 소탕작전(?)이 시작됩니다. 




<Orbital Live Show, 1995>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각종 파티 기획자나 클럽의 관계자들은 경찰들과 매일같이 대립하게 되며 그 갈등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습니다. 이에 대항하여 오비탈은 3집 앨범에 <ARE WE HERE?> 라는 트랙을 삽입함으로써 자신의 음악을 비폭력젹 시위수단으로 삼아 많은 댄서들을 더 열심히 놀게 만들었습니다. 아, 이 레이브 문화를 즐겼던 인물 중에 하나가 바로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 라는 사실이 방금 막 떠올랐네요. 도시의 외곽에서 펼쳐지는 게릴라성 대형 파티에서 하루종일 테크노르 들으며 춤을 추면 어떤 기분일까요? 아마 우리 모두가 락앤롤 스타라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번 해봅니다.




<Zodiac, 2007>



최근에 데이빗핀처가 감독을 맡은 영화 조디악을 보았습니다. 조디악은 실제 미국에서 있었던 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한 범죄 스릴러 영화 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로버트는 신문사에서 삽화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지만, 보이지 않는 범인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을 하고, 집착은 곧 추적으로 이어집니다. 그러한 집착은 몇년 이상 지속되곤 하는데 이 주인공은 도통 지칠 기색을 보이지를 않습니다. 오히려 절망속에서도 또 다른 힌트를 찾아 수사를 진행하기도 하죠. 가정에는 안중에도 없이 로버트의 도를 넘는 집착에 지친 그의 아내는 자녀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피난을 가는 등 그의 가정마저 파탄나기 시작합니다. 아내와의 부부싸움 와중에도 그는 '아무도 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하는거다' 라는 말을 하고 또 다시 조디악 추적에 집중합니다.


'아무도 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한다' 라는 말이 제 머리속에 계속 남아있었습니다. 제가 사람들을 지켜 보았을때 사람들은 대게 어떤 장애물에 부딫히면 대게 사람들은 장애물 탓을 하곤 합니다. 우리가 가는 앞길을 막고 있다면 장애물을 탓할수는 있겠죠. 그러나 살아가면서 인생에 그러한 벽이 없을수가 있을까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 넘지 못할 장애물이 있다고 해서 누군가가 나서서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고, 기다린다면 과연 정말 편한 세상, 살기 좋은 세상이 다가올까요? 비록 내가 그 장애물을 넘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넘기위해 노력한다면, 그런 저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넘으려고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2017년도 이제 두달밖에 남지 않았네요. 남은 2017년동안 내년을 위한 준비 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 PAGE TOP
WRITTEN BY 김세영

SSC MUSIC : 24TH TRACKLIST

SECTION : MUSIC   2017.10.05 12:07





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이번달도 어김없이 트랙리스트 포스팅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불어오는 저녁바람에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게 되기도 하고 은행의 냄새가 길바닥에서 풍겨오는 것을 보면 정말 가을이 오긴 왔나봅니다. 제가 태어난 달이 5월이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겨울이나 여름보다는 봄과 가을을 더 좋아합니다. 이맘때가 되면 전 늘 마음속에서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울렁임을 느끼곤 합니다. 까까머리 학생시절때만 느낄수 있는 기분일 것이라고 아주 어렸던 그때 당시에 생각했던 기분인데 이 계절만 되면 늘상 느껴지니 뭔가 신기하네요. 시간이 흐를수록 가을은 짧아져가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즐겨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요즘은 단풍잎의 색깔, 공기의 냄새 등 모든것에서부터 가을의 청취를 느끼려고 하는 중입니다. 우리의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 하루를 더욱 열심히 살아가는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접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아주 오랜시간 전에 접했던 어떤것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에게 조금 다른 느낌으로 가끔 다가오고는 합니다. 저에게는 오늘 소개해드릴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이 그러한 밴드 입니다. 이미 몇년전 고등학생때 이들의 음악을 접한적은 있었지만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듣는 밴드 중 하나인데요, 이번 트랙리스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트랙 'Protection'은 매시브 어택의 2집인 동명의 앨범 [Protection]의 첫번째 트랙 입니다. 친한 지인이 선물해준 이 앨범을 듣고는 이 트랙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들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하여 일본의 재즈피아니스트 료 후쿠이의 트랙부터 다운템포의 보노보, 재즈힙합의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를 거쳐 트립합의 매시브어택과 디제이 셰도우까지 다양한 장르의 트랙들로 이번 트랙리스트를 구성해보았습니다. 제가 소개해드리는 트랙들과 함께 즐거운 가을을 만끽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MASSIVE ATTACK - PROTECTION, (1994)>




<MASSIVE ATTACK - [BLUE LINES], (1991)>




<MASSIVE ATTACK의 ROBERT DEL NAJA, DADDY G>




트립합은 마약에 의한 환각 상태(TRIP)와 힙합에서 파생된 단어(HOP)의 조합이 의미하는 것처럼, 그루브한 전개의 힙합 비트를 바탕으로 하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렉트로니카의 하위 장르로써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힙합과 비슷한 구성이지만 피아노, 색소폰, 바이올린 등과 같은 악기들이 자주 사용되고 주로 여성보컬이 들어간다는 점과 애시드 재즈, 소울, 얼터너티브 록 등 다양한 장르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점은 힙합과는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TRIP-HOP의 효시라 불리우는 앨범이 바로 매시브 어택의 1집 앨범인 [BLUE LINES] (1991) 입니다.




<MASSIVE ATTACK - ANGEL, (1998)>




<MASSIVE ATTACK - SAFE FROM HARM, (1991)>




매시브 어택을 알려면 트립합을 알아야하고, 트립합을 알려면 먼저 브리스톨이라는 도시에 관하여 알아야 합니다. 브리스톨은 런던에서 약 3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영국에서 유일하게 '유렵 친환경 수도'로 채택된 도시인 만큼 이 도시에 있는 건축물들 대부분이 자연을 최대한 해치지 않도록 설계되어 친환경 도시라고도 일컫습니다. 바다에 인접한 도시인 브리스톨은 과거 대영제국의 무역거점이었으며 현재는 항공우주 공업, IT 스타트 업 등 첨단 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1980 - 1990년대 영국의 힙합과 그래피티 문화의 발상지였으며, 자연스레 이 도시에서 트립합 이라는 장르가 태동하게 됩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트립합 3인방(매시브 어택, 포티쉐드, 트리키)가 모두 브리스톨 출신이니 트립합 = 브리스톨 이라는 등식 역시 성립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트립합을 브리스톨 사운드라고도 부른다고 하네요.




<DJ SHADOW - BUILDING STEAM WITH A GRAIN OF SALT, (1996)>




트립합은 또한 모웩스(Mo’Wax) 레이블을 핵심 키워드로 하여 장르의 기원을 추적해볼 수 있습니다. 트립합에 있어서 브리스톨 사운드와 모웩스 사운드라고 불리는 두가지 스타일 모두 트립합으로 분류되면서도 서로 큰 연관성이 없는 흐름을 보였기에 닮은 듯 다른 성향이 존재합니다. 브리스톨 사운드는 소울과 팝의 영향을 받은 보컬이 가미된 대중적인 방법을 활용했던 것에 반해, 모웩스 사운드는 테크노와 하우스, 애시드 재즈와 힙합을 아우르는 레이블의 성격이 혼합된 실험적인 연주 스타일을 지향한 차이점을 보입니다. 다시말해, 브리스톨 사운드는 “몽환”적인 분위기(TRIP)가 부각되고, 모웩스 사운드는 그루브한 “힙합” 비트(HOP)로 그들의 특성을 강조 합니다.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데뷔 앨범 [Blue Lines] (1991)가 트립합의 시초격인 작품으로 통한다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죠? 그런데 당시에는 트립합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993년에 싱글로 발매된 디제이 섀도우(DJ Shadow)의 ‘In/Flux’라는 트랙을 영국의 음악 매거진 믹스맥(Mixmag)에서 소개하면서 트립합 이라는 용어를 처음 탄생시켰으며 그 이후에 널리 통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DJ SHADOW - [THE MOUNTAIN WILL FALL], (2016)>




<DJ SHADOW - [ENTRODUCING] (1996)>




조슈아 폴 데이비스 라는 이름을 가진 DJ SHADOW는 캘리포니아의 중하층민으로 태어나 어릴때부터 백인으로서는 드물게 힙합만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리고는 일찌감치 학교를 자퇴하여 주위의 클럽을 떠돌며 DJ로서의 내공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기타, 베이스, 드럼 연주에도 소질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에릭B&라킴, 퍼블릭 에너미와 같은 거물들과 교류하며 힙합의 기본 리듬을 익혔다고 전해지며 이후에 KDVS 데이비스 캠퍼스의 라디오 스테이션 DJ로 활동하게 되는데 힙합을 베이스로 음악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 장르를 섞어놓은데다가 MC나 보컬을 전혀 기용하지 않고 좀 더 진보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이어오던 그는 4장의 싱글을 발매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웩스를 알게 되어 계약 마친후에 전무후무의 힙합명반인 [ENDTRODUCING]을 1996년에 완성하게 됩니다. 이는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LP에서 추출한 샘플링만으로 앨범을 만들게 되어 2001년에 기네스 북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샘플링만으로 만든 앨범'으로 기록되었습니다.




<JAMES BLAKE - LIMIT TO YOUR LOVE, (2011)>




<SBTKRT - HIGHER, (2014)>




각자 상반된 흐름을 보였던 브리스톨 사운드와 모웩스 사운드는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장르가 번성하는 과정에서 더욱 밀접한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경계를 허물만큼의 교집합을 더더욱 넓혀가게 됩니다. 아울러, 트립합 특유의 몽환적인 감성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대두된 덥스텝(Dubstep) 장르의 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덥스텝은 덥(DUB)과 투스텝(TWO-STEP)이 결합된 형태의 댄스뮤직 입니다. 초기엔 실험적 성향이 매우 강한 일렉트로니카였으나, 2011년과 2012년 워블베이스와 각종 글리치, 디스토션이 난무된 형태의 강력한 쾌감을 자아내는 덥스텝이 스크릴렉스(SKRILLEX)에 의해 한때 일렉트로니카 씬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매김 하는듯 하였으나, 그 인기는 불과 1-2년 사이에 사그라들어 현재는 예전만큼의 인기를 느낄순 없지만, 스크릴렉스의 등장으로 덥스텝을 포함한 하위 베이스뮤직 장르들에 끼친 영향력의 여파는 아직까지도 남아있을 정도로 막강했습니다. 


트립합의 감성이 가미된 덥스텝의 하위장르는 대표적으로 포스트 덥스텝을 꼽을수가 있겠네요. 포스트 덥스텝은 현재 국내에서 큰 인기나 관심을 끌고 있지는 않지만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로 마니아층을 보유한 장르이기도 합니다. 덥스텝 리듬에 소울풀한 멜로디를 얹는 제임스 블레이크와, 덥스텝에 R&B를 결합시키며 투 스텝, 훵크, 하우스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영국의 굴지의 레이블 YOUNG TURKS RECORDS 소속의 SBTRKT(서브트랙트) 역시 포스트 덥스텝의 대표 아티스트로 꼽을수 있겠습니다.   




<FACT MAGAZINE - 21 YEARS OF MO WAX - PART 1, (2013)>




지난 2013년, 모웩스 레이블은 지난 21년간의 발자취를 Urban Archaeology 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 책 등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 하였는데요, 프로젝트의 진행자인 제임스 라벨은 DJ SHADOW를 발굴하였으며 모웩스 레이블의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힙합과 턴테이블리즘 등에 큰 영향을 끼친 모웩스 레이블은 단돈 1000파운드로 시작하여 현재는 DJ SHADOW, DJ KRUSH 등의 거물 아티스트를 거느린 대형 레이블이 되었습니다.


모웩스 레이블의 수장 제임스 라벨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춤을 못춘다는 이유로 디제잉을 시작하게된 것은 유명한 일화죠. 제임스 라벨은 DJ SHADOW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밴드 U.N.K.L.E로 1998년[PSYENCE FICTION] 이라는 앨범을 발표합니다. 게스트로 참여한 아티스트로는 무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 스톤 로지스의 이언 브라운 등이 참여 했습니다. 항간엔 유명 아티스트만 대거 섭외하고 정작 본인은 돈만 만지는 사업자 라는 소리를 듣기는 하였으나 그 소문들은 뒤이어 발표되는 앨범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완성도와 치밀하고 섬세한 제임스 라벨의 증명된 작곡능력에 의해 철저히 불식됩니다.




<U.N.K.L.E - [NEVER, NEVER, LAND], (2003)>




<U.N.K.L.E - [PSYENCE FICTION], (1998)>




뜨거웠던 여름이 불과 얼마전 같은데 어느새 더욱 완연한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늘 느끼지만 시간은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한해의 마지막 분기에 제가 목표로 잡은 것은 아침을 정복하는 것입니다. 저는 잠을 깊게 못자는 편이어서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10시간을 자나 4시간을 자나 어차피 피곤한 것은 똑같기 때문에 새벽에 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다가 잠을 청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저는 나름대로의 특훈에 돌입하기 시작 했습니다. 제 자신을 위하여 평소의 기상시간보다 10분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알람도 평소보다 많이 맞춰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약 일주일째 지속되어 온 결과, 지금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도 눈이 떠져서 좀 더 주도적인 자세로 아침을 맞이하곤 합니다. 물론 앞으로는 20분, 30분 더 일찍 일어나는 연습도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행복한 가정을 먼저 만들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큰일을 하기 위해선 작은일 역시 정성과 진심을 다해 할 줄 알아야 하죠.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매우 일상적이고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되는 변화에서도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아닌것 같아도 조금 더 주도적인 삶을 위하여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가 너무나 힘드셨나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고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셨을때 아침에 부지런히 개었던 이불과 베개를 보게 된다면, 아주 작은것이라도 성취감을 느낄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입니다. 10월의 시작을 알리며 다시 한번 가을비가 내렸네요. 환절기 건강유의 하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 PAGE TOP
WRITTEN BY 김세영

SSC MUSIC : 23RD TRACKLIST FOR HOTEL 990

SECTION : MUSIC   2017.09.01 14:32





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한달만에 또 다시 돌아온 SSC MUSIC 으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무더위는 조금 누그러지고 가을이 한발자국 성큼 다가온 듯한 계절감이 피부로 느껴지는 2017년의 9월 첫째주 입니다. 이번 트랙리스트는 7월말에 공개해드렸던 HUGE BOOTH의 6번째 챕터의 주인공인 HOTEL 990을 위하여 짜보았습니다. 호텔 이라는 공간 보다는 뉴발란스의 신발이 가진 역동성과 이번 전시의 메인컬러인 오렌지색이 주는 경쾌함의 조화를 상상하며 밝은 분위기의 누디스코와 프렌치하우스 트랙들과 함께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딥하우스 트랙들로 채워보았습니다. 


HOTEL 990은 저희 슬로우스테디클럽에서 지금까지 HUGE BOOTH 에서 선보였던 전시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선보이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라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바라보게 할 것인가' 라는 자세는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저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할 수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늘 최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기대하지 않은 채 그저 꾸준히 할 뿐입니다. 이런 작은 결과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과정이 되었을 때, 그때는 지금보다 저희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분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 보여드릴것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 저희를 항상 설레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저희를 지켜봐 주시는 분들 덕분에 오랜기간의 여정을 외롭지 않게 해나갈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트랙리스트의 마지막 트랙에서는 Daft Punk(다프트펑크)의 Voyager(여행자)로 대미를 장식했습니다.이 트랙리스트 또한 여러분만의 시간을 빛내드릴 하나의 여정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재밌게 들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MIXMAG : FRENCH EXPRESS IN THE LAB>



FRENCH EXPRESS 는 JONAS RATHSMAN, MOON BOOTS, ISAAC TICHAUER의 세명의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구축된 하우스와 디스코 레이블 입니다. 2008년에 설립되어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었는데, 현재는 돌연 활동이 중단되고 사운드 클라우드에는 2년전 업로드된 게시물을 마지막으로 더이상의 믹스셋이나 트랙이 업로드 되지 않은 상태 입니다.




<MOON BOOTS - C.Y.S>


<THE CHVRCHES - THE MOTHER WE SHARE (MOON BOOTS REMIX)>


<BONDAX - GOLD (MOON BOOTS REMIX)>





앞서 언급한 아티스트 세명 중 MOON BOOTS는 2015년에 홍대에 위치한 롤링홀에서 단독 내한공연을 가지기도 했을만큼 국내에도 많은 팬층을 보유한 아티스트 이기도 합니다. 본닥스와 신스팝 밴드 처치스의 리믹스한 트랙들은 그를 슈퍼스타의 반열로 오르게끔 하였고, 그는 지금까지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MOON BOOTS는 최근 [FIRST LANDING] 이라는 타이틀 명으로 앨범을 발표 하였는데요, 트랜스의 선구주자인 영국의 ABOVE & BEYOND 가 이끄는 ANJUNABEATS의 세컨 레이블인 ANJUNADEEP에서 발표 되었네요.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는 FIRST LANDING, RED SKY 이 두가지 트랙이 가장 좋네요.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트랙인 FIRST LANDING 에서는 베이스 라인의 빌드업을 이용하여 흐름과 긴장감을 이끌어가고 있는 점이 테크노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 점으로 보아, MOON BOOTS는 그동안 테크노에서도 영향을 어느정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RED SKY 에서는 신비로운 느낌의 여성 보컬이 추가되고, 신스 멜로디도 조금 더 경쾌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MOON BOOTS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느껴지는 앨범이네요.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LIMONADIER는 2010년에 설립된 온라인 매거진 입니다. '장르에 상관없이 음악과 춤에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소개한다.' 라는 소개 구문이 인상적이었던 매거진인데요, 그저 재미로 시작 했다는 점에서 설립자들이 얼마나 음악을 즐기기 좋아하는 분들인지 짐작이 가네요. 특히 이들은 HIGHLY-CURATED-SELECTION 이라는 단어로 자신들의 컨텐츠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 이들이 매 시즌 내놓는 하우스 컴필레이션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기서도 SSC MUSIC의 트랙들을 종종 디깅하고 있습니다. 대략 한달전 업로드 된 컴필레이션에는 하우스, 디스코, 누디스코 등의 장르를 총망라 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여름에 작별을 고하는 마음으로 시원하게 듣기에 딱 좋은 것 같네요. 



<FOLAMOUR - MIXSHAKE FOR LIMONADIER>





지식인은 경계 밖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추방해야 하는 자이다. 그는 애국적 민족주의와 집단적 사고, 그리고 계급, 인종, 성적인 특권 의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며 관습적인 논리에 반응하지 않고, 모험적 용기의 대담성에, 변화를 재현하는 것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에 반응하는 자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권력과 지성인』 중에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인 '오리엔탈리즘'의 저자이기도 한 문학평론가 에드워드 사이드는 위에 인용문에서처럼 지식인을 '스스로 추방된 자' 라고 표현 했습니다. 지식인들은 스스로를 늘 제도와 관습 밖으로 내쫓고 그 바깥 경계에서 바뀐 시선과 관점에서 자신이 갇혀있던 제도와 관습을 비판 합니다. 매우 고독하고 쓸쓸한 길을 평생을 걸어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와 석가모니도 마찬가지로 이런길을 걸어 왔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인류가 진보할 수 있었고, 지금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졌다고 건축가 승효상은 말합니다.


건축가의 직업 특성상, 그들은 자신이 아닌 남들이 사는 집 또는 공간을 지어주기 때문에 타인의 삶에 대하여 잘 이해해야 합니다. 타인을 잘 이해하려면 먼저 스스로를 객관화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 자세가 건축에만 국한되는 것일까요? 건축은 이시대에 더이상 기술과 예술의 문제가 아닌 소통 그 자체라고 생각 합니다. 건축에서 뿐만 아니라 소통은 어디서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아파트 옆 동 주민, 매일 아침 골목길에서 만나는 우체부 아저씨, 매일 아침 출근길 퇴근길에 만나는 버스기사 아저씨 등, 우리는 사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소통 안에서 삶을 살아간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소통 없이는 살아 갈수도 없다고도 전 느낍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던지 모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건 사람이 하기 때문 입니다. 그것이 커피가 될수도 있고, 패션이 될수도 있고, 다른 무엇이 될수도 있습니다.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이용하여 이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추방하기란 위험하고 불안한, 고독한 여정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자세가 모두에게 의무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선 꼭 필요한 '용기' 라고 생각 합니다. 이런 자발적 용기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더 살기 좋은 마을, 살기좋은 도시,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한 진심이 완성된다면, 우리는 모두가 건축가, 바리스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매일 하루하루를 이러한 진심을 다하는 슬로우스테디클럽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 PAGE TOP
WRITTEN BY 김세영

SSC MUSIC : 22ND TRACKLIST

SECTION : MUSIC   2017.08.01 11:39





안녕하세요. 이번 트랙리스트 에서는 BOX AUS HOLZ RECORDS, PAMPA RECORDS, STAMP THE WAX 등 다양한 국가의 하우스 레이블을 디깅하면서 발견한 잔잔한 분위기의 하우스 트랙들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에 있어서 통일되는 느낌은 강하게 들지는 않지만, 각기 다른 느낌의 하우스 트랙들로 묶어놓은 컴필레이션 느낌으로 즐기실 수 있도록 짜 보았습니다. 재밌게 들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SLUM VILLAGE - [FANTASTIC, VOL.2], 2000>





베이시스트인 아버지와 오페라 가수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두살 때부터 LP를 모으기 시작한 어린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오랜기간 동안 꾸준히 음악을 들어오며 어려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쌓아왔고, 그런 와중에 '힙합' 이라는 장르에 눈을 뜨게 됩니다. 고등학교 시절 만났던 친구들과 힙합을 즐겼고 1993년부터 그는 비트를 만들기 시작 했습니다. JAMES DEWITT YANCEY 이라는 한 소년. 그는 몇년이 지난후 J DILLA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1988년에 결성되어 현재까지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의 주축에 속해있는 SLUM VILLAGE를 출발점으로 하여 그는 엠씽과 프로듀싱 실력을 동시에 기르기 시작 합니다. 이후 FUNK,SOUL,R&B 등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게 된 그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프로듀싱 팀 우마(THE UMMAH)에서의 활동을 비롯해 드 라 소울, 커먼, 디안젤로, 파사이드, 버스타 라임즈 등의 주류 아티스트들과 협업으로 더욱 명성을 높여 갑니다.






<A TRIBE CALLED QUEST - [BEATS, RHYMES, AND LIFE], 1996>





J DILLA가 프로듀싱을 맡은 초기작들 중에서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4번째 앨범인 [BEATS RHYMES AND LIFE]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당시 키보디스트였던 앰프 피들러의 소개로 딜라는 큐-팁을 만나게 되는데, 딜라의 소울풀한 비트에 감동을 느낀 큐-팁은 그에게 함께 프로덕션 팀을 구축하자고 제안하기에 이릅니다. 결국, 딜라는 큐-팁, 알리 샤히드 무하메드와 더 움마 (THE UMMAH) 라는 프로덕션 팀을 만들게 됩니다. 이 앨범은 움마의 첫번째 프로덕션 결과물로, J DILLA의 이름을 메이저 씬에 처음으로 알리게 된 앨범이기도 합니다.


DILLA는 특유한 둔탁한 느낌의 멜로디와 감각적인 샘플링 등을 이 앨범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 앨범의 트랙 중 '1NCE AGAIN' 은 소울의 감성을 풍기면서 재즈의 감성도 품고 있는 훌륭한 트랙 입니다. 'STRESSED OUT' 이라는 트랙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킥이 좀 더 강력하고 뭉툭하면서 흐트러지는 듯한 느낌의 몽롱한 멜로디가 빠른 랩과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초기 J DILLA는 소울풀한 여성 보컬을 트랙마다 영입 함으로써 그의 특유의 비트에 색다른 분위기를 얹는 형식으로 리스너를 흡입하는 방식을 즐겨 했던 것 같네요.





<THE PHARCYDE  - [LABCALIFORNIA],1995> 





THE PHARCYDE 의 두번째 앨범 [LABCALIFORNIA] 에서 DILLA 가 들려주는 트랙들은 얼터너티브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 듯 합니다. 이에 파사이드 멤버들의 익살스러운 듯한 느낌의 랩과 만나며 또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 냅니다. 이 앨범에서 특히 'DROP'의 도입부분과 후렴 부분에 파사이드 멤버들의 허밍을 샘플링 한 부분에 스크레치를 얹는 부분은 경탄을 금치 못했을 정도로 실험적이지만 쿨한 시도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 외에 'RUNNIN', 'Y', 'BULLSHIT' 또한 얼터너티브 한 분위기의 훌륭한 트랙이니 이 앨범 역시 꼭 한번 들어보셨으면 좋겠네요!





<JAYLIB - [CHAMPION SOUND], 2003>





J DILLA 와 MADLIB의 프로젝트 'JAYLIB'은 말이 필요없는 콜라보레이션 입니다. 이 앨범 [CHAMPION SOUND] 에서는 한명이 프로듀싱한 트랙에 다른 한명이 랩을 얹는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데, 여기서 DILLA는 더욱 실험적인 샘플링과 어느때보다 둔탁하고 거친 비트를 과감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엉성한 듯한 샘플링의 난무와 막 뱉는 듯한 둘의 랩의 향연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 되는 맛이 있는 앨범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J DILLA - [DONUTS], 2006>





JAYLIB 이라는 프로젝트로 좀 더 실험적인 작업물을 선보이게 되었을 쯤, 그에겐 희귀성 자가 면역 질환으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게 됩니다. 그의 유작인 [DONUTS] 는 그가 병실로 들여온 턴테이블, 신디사이저, 샘플러, 드럼머신 등으로 완성된 작품 입니다. 그에게 있어선 두번째 정규 앨범 이었던 이 앨범은 그가 죽기 사흘전인 그의 생일인 2006년 2월 7일에 발매 되었습니다. 여기선 그가 그동안 보여줬던 샘플링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길이가 2분을 채 넘지 않는 곡들이 많이 보이는데, 들으시다 보면 갑자기 다른 곡과 샘플링으로 전환 되는 등 무아지경에 이르게하는 트랙들의 교차배치에 음악을 정말 '재밌게'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실겁니다.


J DILLA의 앨범 [THE SHINING] 또한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그가 살아 생전에 쌓아놓은 작업물들을 기반으로 사후에도 그를 기리는 앨범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요, 이 앨범은 [DONUTS] 이후에 바로 릴리즈 되었는데 J DILLA의 첫 사후 앨범인 만큼 큰 의미가 있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SO FAR TO GO', 'BABY'와 슬로우스테디클럽의 이번 트랙리스트에서 소개해드리고 있는 'WON'T DO' 등 총 12개으 트랙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기왕에도 형과 늘 얘기 했지만 코르뷔제의 건축이나 정원에다 우리 이조자기를 놓고 보면 얼마나 어울리겠소. 코르뷔제의 예술이 새롭듯이 이조자기 역시 아직도 새롭거든. 우리의 고전에 속하는 공예가 아직도 현대미술의 전위에 설 수 있다는 것. 이것은 크나큰 사실입니다. 어디 이조 공예에만 끌리겠소. 형도 말했지만 까마득한 고구려의 벽실, 이것 역시 대단한 문제이거든.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들고 나서야 할 것 같소. 오늘의 미술은 구라파 중심이요, 미술 교육까지가 구라파식인 것 같소. 구라파를 아무리 따라가 보오, 결국은 모방밖에 안 될 거 아니겠소. 우리들은 우리의 고전미술에서부터 계통적인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소. 그렇잖고 막연히 전통만 팔아서는 안 될 것 같소.'


르 코르뷔지에의 공방에 있던 한국인 건축가 김중업에게 보낸 김환기의 편지 내용 중 일부 입니다. 20세기 예술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모더니즘과 전위적 운동 등에 단순히 편승하는 것이 아닌,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이 그와 더불어 예술적 전위에 앞장설 수 있다는 확신이 굉장히 깊게 느껴지는 대목 입니다. 


저는 출퇴근 길에 늘 광화문을 지나칩니다. 광화문을 볼 때마다 했던 생각은, 이런 건축물은 우리나라가 아니면 절대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리나라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제가 서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습니다. 서울이 아니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이번 휴무때 경복궁 나들이 어떠신가요?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 PAGE TOP
WRITTEN BY 김세영

SSC MUSIC : 21ST TRACKSLIST

SECTION : MUSIC   2017.07.04 02:20





안녕하세요. 슬로우스테디클럽 입니다. 이번 트랙리스트 에서는 잔잔한 딥하우스와 부드러운 선율을 들려주는 다운템포 트랙들을 위주로 구성을 해 보았습니다. 구성에 있어서 최대한 큰 파도 없이 잔잔함을 유지하려고 신경 써보았습니다. 너무 잔잔한 나머지 저도 모니터링을 하며 듣다가 살짝 잠이 오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에 다다르게 되면, KARTELL의 프렌치 하우스 트랙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이 신나는 트랙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들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재밌게 들어주세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DJ / PRODUCER인 PEGGY GOU는 뮤지션 이전에 패셔니스타로도 국내외에 꽤나 알려진 인물 입니다. 음악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TIMELESS' 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만큼 음악이 가진 변하지 않는 한 시대를 대변 하기도 하고, 한 인물을 대변 하기도 하는 그 가치는 어떻게든 남겨지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하네요. 그녀에 관한 인터뷰들은 어떤 매거진에서던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지만, 전  런던 기반의 언더그라운드 뮤직 / 컬쳐 매거진인 STAMP THE WAX (AKA STW)에 소개된 그녀의 믹스셋과 인터뷰가 뮤지션으로써의 행보를 기념하기에 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여 소개해드립니다.



< 인터뷰 전문 링크 : http://www.stampthewax.com/2016/01/21/stamp-mix-55-peggy-gou/ >




<STAMP MIX #55 BY PEGGY GOU>


<PEGGY GOU - MAKTOOP>






저희 SSC MUSIC 에서 소개해드리는 트랙은, PEGGY GOU의 트랙을 TEREKKE 라는 아티스트가 잔잔한 테크노로 리믹스한 트랙 입니다. 원곡은 하우스와 애시드의 중간 선상인 듯한 그루브를 들려주지만 리믹스 된 트랙에서는 테크노 특유의 공간감이 느껴지는 사운드를 들려주기 위하여 원곡의 베이스라인, 멜로디 등을 전체적으로 로우 파이하게 조절하여 그 밸런스를 맞추었습니다. 비트가 아주 조금 더  빠르지만 라이트한 킥드럼 사운드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본연의 그루브가 유지는 되면서 쪼개지는 오픈 하이엣의 샘플들은 긴장감 또한 충족시켜주고 있는 아주 훌륭한 트랙 입니다. 두개의 곡을 한번 비교하면서 들어보시죠!





<PEGGY GOU - WHEN ROUND, THEY GO>


<PEGGY GOU - WHEN ROUND, THEY GO (TEREKKE REMIX)>




PEGYY GOU가 프로듀싱 한 트랙들 같은 경우는 사운드 클라우드에 검색 해보시면 바로 확인히 가능하시지만 FACT, BOILLER ROOM, MIXMAG 과 같은 저명한 일렉트로니카 매거진에서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도 소개가 될만큼 점점 하우스 씬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팟캐스트인 골목길에서 PEGGY GOU는 여름에 어울리는 시원한 하우스 트랙들을 한시간 동안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믹스셋 입니다. PEGGY GOU의 하우스로 무더위를 잠시나마 식혀보시죠!




<GOLMOKGIL SUMMER MIXTAPE #48 BY PEGGY GOU>




저희 매장에 자주 오시던 한 손님이 어느날 저에게 제가 좋아하는 밴드인 딥퍼플의 명반 [MACHINE HEAD]를 선물해주셨습니다. 딥퍼플을 좋아하긴 하지만 앨범은 소장하고 있지 않았기에 너무 기쁜 마음으로 받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유명한 일화를 하나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딥퍼플이 이 앨범 녹음을 위해 스위스에 있는 극장을 개조한 한 녹음실에서 녹음을 할 예정이었던 날 바로 전날에 소동이 일어나 극장 전체가 불타버렸고 녹음을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때 극장이 불타서 스위스 몽트뢰에 있는 호수 전체가 연기로 뒤덮였고, 이 상황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SMOKE ON THE WATER 입니다. 


과연 극장이 불타지 않았다면 이 노래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극장이 불탔기 때문에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프들 중 하나가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기막힌 운명이 아니었을까요? 지난 반년동안 저를 강력하게 사로잡았던 깨달음 중 하나는, 나의 선택이 곧 나의 운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세상을 구할 인류의 구원자로 그의 팀 리더 모피어스에게 선택 되었지만 예언자인 오라클에게 구원자가 될 수 없으며 그저 평범한 사내일 뿐이라는 계시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 운명을 거스르고선 구원자가 되었고 매트릭스 세상 안에서 절대적인 존재로 우뚝서게 됩니다. 그런 네오를 보며 결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는 결코 남들보다 빠르지 않고 똑똑한 사람이 아닙니다. 좌절을 경험할때마다 매번 나의 선택이 곧 운명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반드시 운명을 이루어 내실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을 것입니다. 여러분께 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전달 되었다면 좋겠네요. 지난 6개월 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PAGE TOP
WRITTEN BY 김세영